임성균 기자
"얘는 진짜 착해서 꼭 잘돼야 해."
주위에서 이런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부터 막내 매니저부터 찾아가 인사하고 언제나 성실했단다. 소속사에서만 나온 소리가 아니다. 이곳저곳에서 "이런 얘가 잘 돼야 한다"는 이야기 참 많았다. '성균관 스캔들'이 터졌을 때 그 사람들, 참 자기 일처럼 좋아했더랬다.
송중기 이야기다. 성균관대를 다니다 2학년 때, 친구들이 하나 둘 군대에 들어갈 무렵, 송중기는 앞으로 뭘 하지 고민했다. 고교 시절 연극영화과를 가고 싶었으나 확신이 없었다. 아버지의 반대? 에이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왜 못했겠나.
다행히 아는 사람을 통해 매니저를 소개받고 싸이더스HQ에 들어갔다. '쌍화점'으로 데뷔했다. 조인성 뒤에 서있던 꽃미남 병풍 역이었다. 그렇게 몇몇 드라마 단역을 하고, '마음이2'를 찍었다. 사람들이 알아볼 턱이 없다. '런닝맨'에 출연했다. 조금씩 인지도가 생겼다. 그리고 '성균관 스캔들'이 터졌다.
송중기는 '성균관 스캔들'에서 장난기 넘치면서도 심지가 굳은 역할로 단 번에 여심을 사로잡았다. 최근 방영된 '뿌리 깊은 나무'에선 어린 세종 이도 역으로 '성스폐인'을 또 한 번 열광시켰다.
그런 송중기가 로맨틱 코미디 한 편을 들고 관객과 만난다. 13억 남짓한 제작비가 들어간 '티끌모아 로맨스'다. 10일 개봉하는 '티끌모아 로맨스'는 50원이 없어서 연애도 못하는 남자가 50원에도 혈안인 여자와 만나 돈을 함께 벌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송중기는 백수청년으로 마음껏 망가지며 애교를 떤다.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역이 송중기를 만나 활짝 폈다. 상대역인 한예슬과 그리고 이 영화는 분명 송중기에 빚을 졌다.
-언제 제안을 받았나.
▶'성균관 스캔들' 찍는 도중 제안을 받았다. 처음엔 투자사도 그렇고 다들 불안했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성균관 스캔들'이 잘 되니 반응이 달라지더라.(웃음)
-한예슬이 처음엔 송중기라 불안해했었다던데. 사실 (제작보고회 때)한예슬이 처음엔 어려웠다고 한 건 많은 것을 내포했으리라 생각되던데.
▶글쎄, 후배라서 기가 죽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여배우는 당연히 배려를 하는 게 맞고, 내가 친해져야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노력을 한 것이다.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그런 것이다. 그리고 한예슬 누나가 정말 많이 잘 받아줬다.
-밝고 귀여웠던 '성균관 스캔들'의 캐릭터를 이어가면서 좀 더 망가졌는데. 기존 이미지를 이어가는 안정적인 전략을 의도했나.
▶그런 생각은 전혀 안해봤다. 오히려 '성균관 스캔들' 때와 다른 것을 하고 싶었다. 또 작품을 고를 입장도 아니었고, 그냥 운이 좋았다.
-자칫 오버한다 싶은 캐릭터를 송중기가 해서 깨물어주고 싶은 귀여움이 넘친다. 더 오버했으면 망칠 수도 있었을텐데.
▶그걸 끝까지 염두에 뒀다. 과해서 오버하면 안되고 그렇다고 정적으로 해도 안되고. 중간에서 균형을 맞추려 했다. 예슬이 누나가 정적인 캐릭터라 더욱 신경을 썼다. 망가지는 건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런 것을 신경 쓰는 성격도 아니고.
-'성균관 스캔들'도 그렇고, '뿌리 깊은 나무'도 그렇고, 이번 영화 뿐 아니라 다음 영화인 '늑대소년'도 그렇고. 좋은 흐름에 있다. 자칫 들뜨기 쉬울 텐데.
▶물론 들뜰 때가 있다. 그런 빈도도 잦아질 때도 있고. 다행히 주위에 조인성, 차태현, 소속사 매니저 등 좋은 형들이 많다. 직접적인 조언도 해주고 무엇보다 보고 배우는 게 많다.
-예컨데.
▶인성이 형 같은 경우 데뷔작인 '쌍화점'에 같이 출연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나를 언제나 챙겨주고 배려해줬다. 촬영장에서 하는 것, 자기관리 등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태현이형은 연기 디테일까지 가르쳐준다.
-'티끌모아 로맨스'가 사실상 첫 주연작인데 부담은 없었나. 또 각각 캐릭터는 반짝 거리지만 멜로 감정은 그다지 쌓이지 않은 것 같은데. 연출 탓인가, 배우들의 호흡 탓인가.
▶부담은 별로 없다. 그런 것까지 신경 쓸 능력도 없고, 겨를도 없다. 그저 열심히 하려 노력했을 뿐이다. 또 그렇게 봐주신다면 아직 부족한 탓이다.
임성균 기자
-'성균관 스캔들'에서 같이 호흡을 맞춘 유아인은 최근 '완득이'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영화쪽에서 많이 주목받고 있는데.
▶부럽죠. 현실적으로 주연배우란 위치에 놓여있을 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하고 부럽다. 유아인은 내가 봐도 매력적인 배우다.
-동작대교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찍었는데
▶와이어를 매고 직접 뛰어내렸다. 워낙 겁이 많아서 40분 동안 못 뛰어내렸다. 그런데 연출부가 낮신인데 해떨어진다는 소리에 뛰었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한 번 더 뛰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그 장면은 안 쓰셨다. '출발 드림팀'에서 번지점프를 할 때 울기도 했었는데.
-'출발 드림팀'도 그렇고 '런닝맨'도 그렇고 신인이 인지도를 쌓기 위해 예능을 출연하는 건 당연하지만, 꼭 이걸 해야 하나란 갈등도 있었을텐데.
▶그것 때문에 초반엔 힘들었다. 허수아비가 되기 싫었으니깐. 하지만 '런닝맨'을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유재석형 같은 경우 아무리 힘들어도 티를 안낸다. 또 유재석의 배려, 이런 소리를 많이 하는데,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정말 많이 보고 배웠다.
-영화는 TV드라마와 달리 집중을 할 수 있는 배려가 많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제작비가 적은 터라 그런 게 부족해 갈증이 있었을 것도 같은데.
▶TV드라마는 3개월 동안 길게 캐릭터와 이야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는 2시간 안에 모든 것을 보여드려야 하지 않나. 그만큼 집중해서 해야한다. 왜 영화배우라고들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 것을 잘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고 싶다.
-'성균관 스캔들'에 이어 '뿌리 깊은 나무'도 사극이다. 더구나 한석규가 바통을 이어받을 역이라 부담이 있었을텐데.
▶그런 부담은 없었다. 워낙 잘하시는 대선배님이신데다 내가 생각하는 세종 이도와 선배님이 하실 세종 이도는 다르니깐. 다만 장태유PD께서 대본을 주셨을 때 우리나라 20대 배우 중 이 역을 할 사람은 너를 포함해서 아무도 없다고 하셨다.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4개월 전에 대본을 받아서 그 때부터 대사를 다 외웠다. 너무 부담이 되서 잠을 못잤다. 내 내공으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그래도 해냈는데.
▶누가 해도 이슈가 됐을 것이다. 다만 이 드라마는 4회만 출연하는데 미니시리즈 주인공 제안을 몇개 받았다. 사람인지라 고민이 됐다. 주위에서도 미니시리즈 주인공을 하라고들 했다. 하지만 단 4회라도 이것을 하면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대본을 쫓아가기 힘들지만 한석규 선배님은 대본을 넘어서신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스스로도 열심히 했지만 지금의 위치가 된 데는 소속사 힘도 컸다. '뿌리 깊은 나무'도 '티끌모아 로맨스'도 소속사 작품인데. 그렇기 때문에 차기작 '늑대소년'은 여러모로 분기점이 될 것 같은데. 비로소 홀로 서서 세상에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 보일 기회인데.
▶모 아니면 도다. 부담도 되고 걱정도 되지만 정말 열심히 하고 싶다. 그래서 한석규 선배님처럼 작가들에 영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