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근석 "김하늘누나, 여배우 의식 뒤집어준 사람"(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11.11.04 17:01
장근석 ⓒ사진=이기범 기자 장근석 ⓒ사진=이기범 기자


장근석(24)은 저간에 없었던, 한국의 뉴타입 엔터테이너다.

내년 데뷔 20년의 24살의 이 배우는 꽃미남 20대의 대표주자고, 일본에서는 배용준의 아성을 위협하는 '근짱'이며, 한국과 일본을 넘어 중국, 태국까지 차근차근 영역을 확장 중이다. 그러나 그가 진정 흥미로운 것은 그 넓고 뜨거운 인기 때문이 아니다.


카메라 앞에서 자라 사춘기를 보내고 성인이 된 장근석은 가장 직접적인 언어와 몸짓으로 스스로를 드러내는 예인이다. 흥이 오르면 토크쇼 도중에도 춤을 추고, 얼굴을 가린 마스크를 내리고 팬들에게 장난치며, '이건 아니다'며 트위터에 경고를 남긴다.

개구지고 솔직하며 거침없다. 사실 그것은 연예계에 닳고 닳은 선수의 허세가 아니라 '장근석 그 자체'로 받아들여진 최근의 일이다. '무릎팍도사'의 지원사격이 있었지만, 그건 전적으로 장근석의 일관되고도 뻔뻔한 매력 덕분이다.


이런 그이기에 10일 개봉을 앞둔 로맨틱 코미디 '너는 펫'은 퍽 흥미진진하다. '너는 펫'은 이 발랄하고 에너제틱하며 애교 넘치는 배우의 또다른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주인님의 집에 기거하며 꽃미남 펫이 된 그는 한 점 그늘 없는 충실한 애완남으로 제 몫을 다한다. 달콤한 판타지가 내내 넘실대는 누나의 '로망' 그 자체다. 남성단체의 노기 띤 반대가 나오는 지경이지만 장근석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해냈다. 그건 지금껏 장근석이 걸어 온 방식이기도 하다.


-영화가 몹시 '달달하다'. 물론 노렸던 바이기도 하지만.

▲그건 다행이다. 우리는 밝은 영화를 만들겠다고 만들었는데 시사회 반응이 '너무 밝아' 이런 거다. 제 친구들도 '완전 달았어' '깨알같다' 요런 반응이다. 일단 하늘이 누나에게 고맙다. 거의 안 나오는 신이 없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고 이끌고 가는 캐릭터다. 선배답게 잘 꾸려가 주셨고, 저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원작과 달리 그늘이 없는 캐릭터다. 장근석이 제대로 놀았다는 느낌이 든다.


▲자유롭게 놀았다. 로맨틱 코미디라고 해도 늘 아프고 슬픈 캐릭터를 해 왔는데 이번엔 그게 없으니 좋더라.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완전 달콤'한 캐릭터를 하고 싶었고, 그게 우연찮게 왔고, 그대로 영화를 뽑았다.

-'무릎팍도사'에서 목격한 장근석의 본모습이 비친다.

▲저는 늘 그렇게 해 왔는데 갑자기 장근석의 그런 부분, 진짜의 장근석이 노출되고 달라지는 것이 재미있었다. 내년이 데뷔 20년인데 그 동안 저는 내가 하던대로 해왔을 뿐이다. 그 모습이 어디에 나오느냐에 따라서 그 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저는 늘 저의 모습일 수 있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봐주시지는 않으니까. 이건 그 시기의 모습이 담긴 영화인 거고.

-'무릎팍도사' 이후 나온 첫 작품인데, 이제 와 돌이켜보면 정말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그 것까지 다 계산하고 출연한 건 아니다. 매니지먼트사에서 한 거지. 그런대 내 매니지먼트는 누구 회사? 엄마다.(웃음) 그 타이밍이 그렇게 떨어질 거라는 계산은 없었다. 포장하거나 한 건 없었다. 운이 좋았던 거지. 진짜 내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줬을 때 신선하다고 생각을 했고, 그 시기에 또 그런 모습이 담긴 영화가 나온 거다.

장근석 ⓒ사진=이기범 기자 장근석 ⓒ사진=이기범 기자


-사실 '즐거운 인생'이나 '이태원 살인사건'에선 진중한 연기를 했다. 어떤 쪽이 더 맞나.

▲둘 다 다른데, 만약 '너는 펫' 같은 작품을 다음 작품을 하라면 안 될 거다. 또 다른 걸 찾아서 가보는 거지.'즐거운 인생'은 내 필모그래피에서도 희대의 사건이고 충격이었다. 시나리오가 있었는데 없어져버렸고, 현장에 가서 만드는 거다. 그 충격이 내 인생의 연기관을 많이 바꿔놨다. 김윤석 정재영… 선배님들을 만나기도 했고. 그 선배님들이 확 길을 터 주신 덕이다. 그 때도 '인기가요' MC도 하고 이것저것 할 때다. 만약 선배님들이 그게 얄미워서 마음을 닫으셨다면 저는 없었을 거다. 늘 제 입장에서 고민해 주시고 술자리에 일부러 불러서 솔직한 마음을 전해 주시고 하셨으니까.

-그 때도 그렇고 정말 이것저것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고 있다. 요즘은 더 많은 일을 하지 않나. 몸은 괜찮나.

▲아직은 괜찮은 것 같다. 술이 당기는 걸 보면.(웃음) 지금은 한국만 하는 게 아니라 한국 일본 중국을 다 다니니까. 차를 타면 제가 차를 타는 건지 차가 저를 타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시간을 보내는 건지 시간이 날 잡아먹는 건지 모를 정도다. 한 순간이라도 정신을 똑바로 안 차리면 누군가에게 먹힌다. 너무 힘들 땐 잔다. 그러면 회복이 된다. 원래 잠이 많지는 않아서 술 먹고 자도 다섯 시간이면 일어난다. 그러면 같이 먹은 사람들한테 전화해서 깨운다.(웃음)

-그런 에너지의 원천이 뭔가.

▲제 자신에게서 나오는 거다. 힘들어서 저거 못한다 이거 못한다 하기에는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다. '너는 펫'은 2011년 장근석 인생의 유일한 작품이다. 제 대표작이 되고 일본에서도 이례적 성공을 거둔 한국영화이기를 바란다. 다음 작품인 '사랑비'도 내 20대 인생의 대표작이었으면 좋겠다. 힘들더라도 그걸 목표로 한다면 감수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중심을 잘 잡고 있다면 뭐든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뀐다. 바꿀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학교도 다닌다.

▲등록금이 500만원인데 아깝지 않나요. 어렵게 학교 들어갔는데, 찾아야 할 건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부는 못해도 되지만 자기가 얻을 수 있는 건 얻어야 한다. 대학교는 자면 깨워주질 않지 않나. 자면 자기가 바보되는 거지. 제 자신에게 떳떳하고픈 것도 있다. 연예인이라서 쉽게 들어가서 쉽게 졸업한다고 손가락질 받고 싶지 않다.

장근석 ⓒ사진=이기범 기자 장근석 ⓒ사진=이기범 기자


-일본을 넘어 해외에도 가고, 배우를 넘어 가수 활동도 하고. 이만하면 됐다고 할만도 한데 장근석의 판은 점점 커지는 느낌이다. 단편영화도 찍지 않나.

▲'즐거운 인생'을 하면서 인생관이 많이 달라졌다. 뭔가를 선택한다고 그게 잘 되라는 법은 없다.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잘 안 될 것 같다고 안 해버리면 기대조차 없어지는 거다. 너무 평평한 길만 가기에 저는 어린 것 같다. 호기심도 많고 만나고 싶은 것도 많다. 자갈길도, 가시밭길도 다 제 길이라고 생각한다.

5분짜리로는 올해 안에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졸업 작품을 내는 건데 대충 할 수가 없는 거다. 잘 나오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겠지만 아님 말고.(웃음) 출연 장근석에 5분 안짝, 장르는 다큐 휴먼 감동이고 구성에서 잔재미도 조금 넣고. 반응 좋으면 기자시사 하고 유튜브에서 공개할까보다.(웃음)

-장근석은 그대로지만 '근짱'이 된 뒤에 혹 달라진 게 있다면 어떤 건가.

▲보는 눈이 많아지고, 의도치 않게 사실이 달라지고 오해를 받고 그런 부분이 아닐까. 대종상도 그렇고, 트위터도 그렇고 뭐만 하면 기사화가 되니까. 어찌 보면 조심스러운 부분인데 조심스러워한다는 게 겁먹는 거일 수 있지 않나. 두렵지는 않지만 내 의도와 다른 게 생긴다는 게 안타깝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너는 펫'에서 함께한 김하늘과는 지금껏 호흡한 여느 배우들과는 다른 것 같다. 마치 친구와 연인 사이?

▲주인과 펫이다. (웃음) 스케줄 정리할 때도 서로 맞춘다. 누나가 단순해서 맛있는 걸 먹이면 조용해진다. 어디 예약해놓으면 멀다고 투덜대다가 먹고 '방긋' 이렇게 된다. 오프라인에서는 (펫과 주인의 관계가 뒤바뀌는) 그런 게 있다. 사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감정이 혹여 섞일까 함께 한 여배우들과도 '동료배우'라는 의식이 먼저인데, 하늘이 누나는 처음으로 그걸 뒤집어 준 사람이다. 하늘이 누나 만나서 그 뒤로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들이 많아졌다.

-곧 데뷔 20년이다. 어떤 다짐을 하고 있나.

▲이제 제 생애 3분의 1(기자가 3분의 1은 너무 짧다고 하자), 아니 4분의 1을 살아왔는데 돌이켜보면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살았던 것 같다. 이게 끝이라고 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 세상에 좀 더 덤벼보고 싶다. 나머지 4분의 3도 자기체면, 지위 이런데 만족하면 여기에 멈추겠지. 나머지도 후회하지 않게 살고 싶다. 좀 더 넓은 세계로 나가보고 싶다.

-그럼 '부산영화제'에서 공언한 대로 월드 프린스가 되는 건가.

▲'아프'에서 '월프'가 돼야지. 뭐냐면 아시아 프린스, 월드 프린스다. 그런데 알고 보면 '논프', 논현동 프린스라는 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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