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디어 라인 제공
"1992년 10월 혜성같이 나타나 어느덧 20년이 됐습니다. 함께 20년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20주년 맞은 김건모입니다."
20년 기쁨과 감동의 음악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국민 가수' 김건모. 그의 콘서트가 그랬다. 함께 20년이라는 세월을 걸어온 3000여 명의 팬들은 그의 주옥같은 히트곡들을 함께 부르며 호흡하고 소통했다. 공연장은 넓었지만, 가수와 관객이 서로 느끼고 교감하는 거리는 그 어느 공연보다 가까웠다.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홀에서 '自敍傳 (자서전)'이라는 타이틀로 김건모의 데뷔 20주년 기념 전국 투어 콘서트가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
오후 8시 20분께 예상보다 20분 정도 시작이 늦어졌지만, 관객들은 데뷔 20주년 그가 보여줄 멋진 무대를 기대하며 묵묵히 그를 기다렸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그의 20년 간 그가 대중가요계에 남긴 13개의 앨범재킷이 이미지가 영상에 열거되자 관객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곧바로 조명이 들어오고 남색 계열의 화려한 무대 의상을 입은 김건모가 '핑계'와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를 연이어 부르자,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어깨를 들썩였다. 이날 공연에는 3000여 팬들이 거의 모든 좌석을 채워 2년 만에 전국 투어에 나선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28명의 화려한 세션 반주와 화사한 조명이 그를 환하게 비추는 가운데 '빨간우산' '경매' 등을 연이어 선사했다. 세대를 초월한 3000여 관객은 너나 할 것 없이 그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열광했다.
김건모는 공연 중간 "감기가 걸려서 몸이 안 좋았는데 방금 전 다 낫다"며 "근데 남자 분 목소리가 공연장에서 들려서 다시 아픈 것 같다. 앞으로는 공지사항에 넣어야 겠다"고 특유의 너스레를 떨며 분위기를 즐겁게 띄우기도 했다.
그는 피아노에 앉아 팝송을 부르며 감미로운 무대를 선사하는가 하면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에서 불렀던 'You are my lady'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부르며 또 다른 감동을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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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2부에서는 의상을 갈아입은 김건모가 최근 발표한 13집 앨범의 더블 타이틀곡 '자서전'과 '어제보다 슬픈 오늘'을 소개하며 감성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나갔다. 이날 2부에 앞서 같은 소속사 아이돌 그룹 엔트레인이 특별 게스트로 무대에 올라 선배 김건모를 응원하기도 했다.
김건모는 이날 공연에서 '짱가' '넌 친구 난 연인' '사랑이 떠나가네' '스피드' '뻐꾸기' 등 무려 30여 곡에 가까운 곡들을 팬들에 선물했다. 블루스, 발라드, 레게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가수인 만큼 노래 한 곡 한 곡마다 이에 걸 맞는 의상과 무대 매너와 퍼포먼스가 선보여졌고, 이 때 마다 관객들은 열띤 환호로 화답했다.
'사랑이 떠나가네'를 부르기 전에는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깜짝 서프라이즈 이벤트가 펼쳐지기도 했다. 대형 케이크가 등장하자 김건모는 예상치 못 했다는 표정을 지은 뒤 재치 있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더욱 화기애애하게 했다.
김건모는 케이크 위에 촛불이 자연스럽게 금방 꺼지자 "반짝타고 금방 꺼지는 음악 인생, 한번 살아 보겠다. 그 기간이 한 50년은 될 것"이라고 외친 뒤 열광의 분위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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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클라이맥스는 당연 그를 당당히 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히트곡 '잘못된 만남'이었다. 갑자기 조명이 어두워지고 레이저빔이 사방에 퍼져나가자 형광 색상의 소품으로 포인트를 준 의상을 입은 김건모가 등장했고, '잘못된 만남'이 그의 매력적인 보이스와 강렬한 비트 속에 흘러나오자 공연장의 열기는 정점에 달아올랐다.
공연은 무려 3시간이 넘게 진행됐지만, 지루할 틈도 없이 구성지게 흘러갔다. "2년이 지나도 레퍼토리는 똑같다" "지루하죠" "기대하지 말라"라며 웃음을 유발시키는 그의 재치 있는 입담도 눈부셨다. 공연 중간 툭툭 던지는 특유의 농담은 공연의 집중을 흐리기는커녕 김건모 공연의 남다른 가치와 희소성을 드높였다.
한편 김건모는 5일 같은 장소에서 한 번 더 콘서트를 연 뒤 대구, 부산 등 20여 개 도시를 돌며 전국 투어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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