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범 기자
할리우드의 톱스타, 브래드 피트가 처음 한국에 왔다. 비록 안젤리나 졸리를 베트남에 두고 홀로 날아온 탓에 '브란젤리나'를 함께 볼 수는 없었지만, 영화 속에서만 봤던 그의 100만 불짜리 미소를 직접 볼 기회였다.
15일 오전 11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영화 '머니볼' 홍보 내한 기자회견에 나선 그는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며 한국에서의 첫 공식 일정에 나섰다.
한국 팬들의 아쉬움에 답하려는 듯 첫 질문부터 안젤리나 졸리를 언급한 그는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눈길을 모았다. 널리 알려진 야구팬답게 야구계의 신화적 인물의 실화가 바탕인 영화에 대한 꼼꼼한 설명에도 공을 들였다. "야구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냐"면서.
-첫 인사를 부탁한다.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번이 첫 방문인데 작년에 졸리로부터 한국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에 한국에는 야구에 관한 영화를 갖고 오게 됐다. 한국은 야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들었다.
-'머니볼'에 대해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메이저리그 역사를 다시 쓴 실화가 바탕이다.
▶불안과 확신에 대한 관심이 있다. 먼저 원작을 읽었는데, 예산이 적은 야구팀이 거대 팀과 같은 방식으로 싸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경쟁의 방법론을 적용하게 된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저도 경쟁심이 강한 사람이다. 개인적으로는 이같은 극한의 상황에서 어떻게 경쟁하느냐, 새로운 방법론을 적용하느냐에 관심이 쏠렸다.
내가 맡은 빌리 빈이라는 캐릭터에도 공감이 됐다. 그는 젊은 시절 위대한 선수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실패했고, 그러나 그 실패를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은 사람이다. 그는 확신과 불안 사이에서 근본적인 질문도 함께 하게 된다. 왜 100년 전 도입된 방법들이 지금도 동일한가에 대해 질문하면서 야구 안의 비효율성을 발견하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그들이 가치를 발견하고 새로운 자신감을 발견하고 찾아가는 이야기다.
이는 실제로도 선수를 평가하고 가치를 매기는 방법에 있어 근본적 변화를 이뤄냈다. 진정한 실패와 성공에 대해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지는 셈이다. 기존 가치 체계에서 문제를 발견해 실제 야구에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들은 야구 뿐 아니라 실제 모든 스포츠에 변화를 이끌어냈다.
-'머니볼'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어떤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인가.
▶제작자로서도 좋은 영화, 고품질의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다. 지금 뿐 아니라 10년 뒤에도 좋은 메시지를 전하느냐가 핵심이다. 실질적으로 오스카에 가서 수상을 한다면 그 또한 큰 즐거움이 될 것이다. 물론 다른 친구들이 수상하더라도 마찬가지의 즐거움이다. 오스카는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술을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축제의 장이다.
ⓒ이기범 기자
-할리우드 또한 야구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쟁의 장이다. 배우 브래드 피트가 스스로의 삶에 적용하는 '머니볼' 이론이 있다면?
▶쉽지 않은 질문이다. 저에게 적용되는 '머니볼' 이론의 핵심이라면 스토리를 보는 것이 아닐까. 내게 시대를 알릴 수 있는 티켓이 주어졌다면 시대를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이고, 단 시간에 어떤 메시지와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누구와 작업할 수 있는지 또한 고려한다. 요즘의 경쟁은 글로벌한 차원에서 이뤄진다.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 차원이 아니다.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과 함께할 수 있다.
이는 캐스팅에도 적용된다. 꼭 유명 배우를 캐스팅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다앙한 재능을 가진 배우를 캐스팅해서 작업하는 것이 재미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더 많은 재능들이 개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차별화에 대해 고민한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했을 때, 나 말고 다른 사람이 했을 때 무엇이 다를까. 내가 그저 부품이 되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어떤 변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영화의 주제 의식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노래에 담긴 것 같다. 개인적인 성취 말이다.
▶나 역시 책의 이러한 주제에 상당한 매력을 느꼈다. 조용한, 개인적인 승리다. 그건 뭔가 상을 타고 뉴스에 나오는 승리가 아니라 나만이 알 수 있는 조용한 승리였다. 지금 세계에서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뉴스에 나오는 승리를 주목한다. 개인적으로 내게 의미있는, 조용한 승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매력을 느꼈다.
-야구의 이론을 다루는 쉽지 않은 면이 또한 있는 작품이다.
▶우리 영화에는 과학과 경제가 있다. 그러나 극장 안에서는 과학과 경제에 대해 보고 싶지 않아하는 게 사실이다. 그에 대해 작가들이 고민을 했고 그 밖에 인물들이 부딪히는 모습에 대해 많이 보여드리려고 했다. 촬영 동안 16시간 17시간 움직이며 강행군을 했다. 그를 위해서 커피가 필요했다. 빌리라는 인물을 보여주기 위해 커피를 계속 마셨다.
-'머니볼'과 현재 한국에서 상영중인 '트라 오브 라이프'처럼 상이한 작품을 오가고 있다.
▶단지 상이함 때문에 선택한 것이 아니다. 누구와 작업하느냐가 중요하다. '트리 오브 라이프'의 테렌스 맬릭 감독은 미국의 위대한 재능 중 하나다. 영화는 또 50년대 이상적인 이야기와 진솔한 가치를 담고 있었다. '머니볼'의 베넷 밀러 감독 또한 앞으로 미국의 위대한 재능이 될 것이다. 그와 함께 작업 해 너무 즐거웠다. 또 '트리 오브 라이프' 같은 묵직한 작품을 한 다음에는 유머 감각이 있는 머니볼 같은 작품을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실제 가장 좋아하는 야구팀은?
▶이번 리그에서 우승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다. 미주리 근교를 기반으로 팀이다. 이번 6차전에서 특히 매력을 느꼈다. (카디널스가 텍사스 레인저스에게 10대 9로 승리해 최종 7차전까지 가게 됐다) 야구에는 아무리 과학적으로 분석하더라도 그런 마법과 같은 순간이 나온다. 그 때문에 야구를 사랑하는 게 아니겠느냐.
-은퇴에 대한 보도가 나왔다.
▶배우로서 활동을 그만두는 데 대한 기한을 둔 건 아니다. 그러나 제작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제작하기에 복잡한 어려운 작품이나 특별한 재능있는 배우나 제작진에 대해 투자하고 싶은 열의가 있다.
-한국의 롯데 엔터테인먼트가 직접 제작하는 영화 '월드워Z'에 투자하기도 했다.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월드워Z'는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좀비물이다. 앞으로도 이같은 프로젝트를 한국 회사들과 추진하고 함께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이들어간다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이드는 건 좋게 생각한다. 젊음과 지혜 중에서 선택을 하라면 지혜를 선택하겠다. 아버지가 되면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고 생각 또한 달라졌다.
-왜 한국에는 이제야 오게 된 건가.
▶시키는 대로 하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이제야 오게 됐다. 한국은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측면에서 허브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성장시대에 맞게 영화 개봉에 참여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