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균 기자
뮤지컬 주인공으로 데뷔했다. 첫 드라마는 시청률 30%가 넘는 '제빵왕 김탁구'였다. 영화도 데뷔작에 주연을 맡았다. 이쯤 되면 행운아다.
혹자는 말한다. 아무리 능력 있는 매니저라도 첫 작품에 꽂아 넣을 순 있지만 그 뒤론 배우가 하기 나름이라고. 이런 행운이 계속된다면 그건 운이 아니라 실력이다.
주원은 실력을 갖춘 기대주라 해도 이제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주원은 지난달 24일 개봉한 '특수본'(감독 황병국)으로 영화에 데뷔했다. '특수본'은 경찰이 살해되면서 특수수사대가 형성된 뒤 그 배경에 거대한 음모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영화. 주원은 FBI에서 교육을 받은 지적인 형사로 등장해 열혈형사로 출연한 엄태웅과 앙숙처럼 지내며 사건을 풀어나간다.
주원은 자칫 뻔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매끄럽게 소화했다. 독수리마냥 날카로운 눈은 얼굴에 드라마를 심어준다. 자연스럽게 다음을 궁금하게 만든다. 그의 행운과 실력을 듣기 위해 일부러 독하게 물었다.
-어떻게 연기를 시작했나.
▶중3 때까지 나름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런데 미래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과연 공부해서 비전을 얻을 수 있을까 싶었다. 성격도 소심했다. 그런데 부모님이 소심한 성격을 바꾸려면 연기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며 연극부를 추천하셨다. 그래서 계원예고에 들어갔고,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에 입학하게 됐다.
-현 소속사(심엔터테인먼트)가 두 번째 소속사인데.
▶20살에 첫 소속사에 들어갔다. 힘든 상황이 있었다. 법원까지 갔다가 서로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회의를 느끼던 차에 주위의 권유로 뮤지컬 오디션을 봤다. '알타보이즈'와 '싱글즈' '그리스'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차례로 하게 됐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국내 초연이라 화제를 모았는데 그 때 현 소속사 식구들을 만나게 됐다.
-뮤지컬 데뷔부터 주인공이었는데.
▶노래를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와 보니 우물 안 개구리더라. 세상에서 제일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싱글즈'는 앙상블(주역은 아니지만 무대를 빛내는 뮤지컬 배우)로 오디션에 지원했다. 주위에선 주인공을 한 놈이 왜 앙상블에 지원하냐고 하시더라. 그럴 때 한 분이 앙상블을 해야 뒤를 돌아볼 줄 알게 된다며 응원해주셨다.
-드라마 데뷔작 '제빵왕 김탁구'도 주인공이었는데.
▶오디션을 아역으로 봤다. 처음부터 김탁구가 아닌 마준에 눈이 갔다.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끌리는 것 같다. 운 좋게 아역이 아닌 성인 연기를 하게 됐다.
-첫 작품에서 대단히 시청률이 높고 화제를 모았다. 두 번째 드라마인 '오작교 형제들'도 시청률이 높은데. 이쯤 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갈 수도 있는데.
▶떴을 수도 있지만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항상 생각한다.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주위에선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첫 영화 '특수본'도 주인공인데.
▶로맨틱 코미디는 아직 부담이 크다. 그런 차에 엄태웅 정진영 성동일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 할 수 있단 생각에 무척 설랬다.
-같은 소속사인 엄태웅이 상대역이다. 끼워팔기란 오해를 들을 수도 있는데.
▶제작사 대표님이 넌 엄태웅 끼워팔기로 들어온 게 절대 아니라고 몇 차례 말씀해 주셨다. 그 말이 힘이 됐고, 그 말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했다. 감독님도 처음에는 불안해 하셨다고 했다. 엄태웅 상대역인데 너무 나이 차이가 나는 게 아닌가 하셨단다. 그런데 감독님과 내가 맡은 역을 조사하기 위해 범죄심리학자를 만나러 갔다. 그 분이 만난 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고 하셨다.
하고 싶단 생각은 했지만 잘 할 수 있단 생각은 안했다. 촬영장에서 열심히 하니 어느 정도 잘 봐주시는 것 같았다.
-'김탁구'는 또래 배우들과 비교적 같이 했지만 '특수본'은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했는데.
▶처음엔 기가 확 죽었다. 리딩 때는 초긴장했다. 그런데 선배들이 신인이 갖고 있는 고민에 대해 항상 도와줬다. 사랑하는 형인 엄태웅은 한 번도 촬영장에서 나를 누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동등한 배우로 이끌어 주려 했다.
발로 뛰는 형사와 머리를 쓰는 형사, 뻔할 수 있기에 어떻게 해야 다를 수 있나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억지로 그렇게 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첫 영화고 첫 주연인데 당연히 부담이 크고 걱정도 많다.
임성균 기자
-데뷔 이래 다 주인공이다. 이쯤 되면 인생이 주인공이라 생각할 법도 한데.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운이 좋을 뿐이다. 잘 안 될 수도 있단 생각을 늘 한다.
-눈이 좋다. 눈빛이 강렬하다. 아픔 있는 역할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눈과 잘 어울리는데.
▶그런 소리를 듣긴 했는데 나 역시 내 운이 어떤지 알면 좋을 것 같다. 아직 눈으로 어떤 걸 표현하기엔 너무 부족하다. 아픔에 대해선 생각을 많이 한다. 원래 생각이 좀 많다. 행복이란 게 뭘까도 생각한다.
데뷔를 안 했을 때 극장 관리를 하면서 등록금을 내가 벌었다. 대출도 받았고.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허하더라. 돈이 부족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것도 아니더라. 그래서 요즘은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허한 것을 채우려 한다. 현장에서 사람들 생일 챙기기를 열심히 하고 있다.
-주원이 본명인가.
▶본명은 문준원이다. 아버지께서 새벽기도를 하시다가 주님이 원하신다는 뜻으로 영감을 받으셔서 지어주셨다.
-짝퉁 강동원이라든지, 빅뱅의 탑을 닮았다는 소리도 듣는데. 신인으로서 좋을 수도 있지만 벽일 수도 있는데.
▶고등학교 때 '늑대의 유혹'이 상영했다. 그 때 강동원 선배를 닮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어린 마음에 여자애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면 어찌 좋지 않나. 그 때가 살을 많이 뺐을 무렵이었다. 뮤지컬을 할 때도 비슷한 소리를 들어서 관객들이 한 번 더 봐주셨다. '김탁구' 때도 그렇고. 그렇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감사할 뿐이다.
-관련 검색어에 애프터스쿨 유이가 같이 뜨는데.
▶'오작교 형제들'에서 같이 하니깐. '특수본' 촬영장에서도 형들이 내 안부를 묻지 않고 '유이 잘 있냐'고 물었다. '놀러와'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