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미 <사진=tvN>
tvN '코미디 빅리그'가 옹달샘(유세윤, 장동민, 유상무)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막판까지 추격하던 아메리카노(안영미, 김미려, 정주리)는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 시즌 '코미디 빅리그'에서 '핫 스타'를 꼽으라면 단연 안영미일 것이다.
맞선 장소에 오토바이를 타고 나와서는(물론 자세만 취했다)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사탕을 담배처럼 빨며 흐느적거리며 말하는 '김꽃두레'는 이제껏 개그프로에서 볼 수 없던 기상천외한 캐릭터였다.
이상형 남자로 간디를 꼽으며 "간디, 간디 작살"을 외치고, "마돈나, 돈나 좋아"나 "안젤리나 졸리, 졸리 섹시해" 등 교묘한 비속어의 향연은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터지게 만들었다. 안영미를 세상에 알린 KBS 2TV '개그콘서트'의 '분장실의 강선생님'코너 때 '영광인지 알아 이것들아'하고는 또 다른 차원의 '하이 개그'였다.
사실 '간디 작살'은 영원히 묻힐 뻔했다. 아메리카노가 이번 '코미디 빅리그'에서 밀었던 코너는 여배우들의 선후배간 에피소드를 다뤘던 '나는 여배우다'였다. 하지만 이 코너는 초반 별 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고, 아메리카노는 시즌 중반 급히 '내게 너무 벅찬 그녀'를 무대에 올렸고, '대박'이 났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안명미가 있었다.
안영미는 "코너를 바꿀 계획을 세우고 어떤 캐릭터를 할지 고민이 많았다"라며 "그러다 '개콘'하면서 하려다 실패했던 캐릭터가 생각났다. '텅텅 걸스'라고 아무 생각 없는 여자 캐릭터들이 나오는 코너였는데, 이번에 마지막으로 도전해보자고 생각했다. 사실 '간디 작살'도 그 때 '간디 완전 좋아'에서 나온 말이다"고 말했다.
"김꽃두레 말투나 캐릭터는 미려 언니가 잡아 줬어요. 미려 언니가 캐릭터 잡는 데 상당히 뛰어난 감각을 갖고 있거든요. 로커 따라다니는 열혈 팬 캐릭터였는데, 제가 기본적으로 좀 없어 보이잖아요(웃음). 왠지 잘 어울릴 것 같더라고요. 하다 보니 남자 말투에 생각 없는 10대 캐릭터가 나온 거죠."
그래도 쉽지만은 않았다. 너무 급하게 캐릭터를 설정하다보니 안영미 스스로 자신감이 없었던 것. 목소리도 기어들어가듯 나왔다. 김미려는 "영미가 별로 자신이 없어 보였다. 근데 관객들이 환호하니까 차차 자신감을 찾았다. 그 다음부터는 '뽕한 여자'처럼 캐릭터에 빠져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부작용'도 있었다. 스스로 캐릭터에 몰입하다보니 방송 후 일상생활에서도 '김꽃두레'에 '빙의'됐던 것. 안영미는 "무대 끝나고 화장도 안지우고 술 마시고는 했는데, 주변에 시비 걸고, 욕하고 그렇게 되더라. 한 2주 그렇게 하다가 이후에는 방송 끝나면 바로 화장을 지웠다"고 말하며 웃었다.
안영미는 올해 초 성대 결절 진단을 받았다. 이후 감기 걸린 듯 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꽃두레'의 허스키한 목소리도 설정이 아니었다고.
"너무 웃어서 성대 결절이 왔나 봐요. 하하. 의사가 수술하면 한 달 정도는 말 못하고 쉬어야 한다는 데, 어디 그럴 수 있나요. 그냥 수술 안하고 살려고요. 이 목소리도 나쁘지 않아요. 하하하."
안영미는 아메리카노를 통해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 '여자 개그맨들끼리는 안 돼'라는 편견을 깨고 싶다고 했다.
"개그계에는 편견이 있어요. 여자개그맨들끼리 짜서는 아이디어가 안 나온다고요. 하지만 이번에 아메리카노에서 보셨듯이 여자개그맨들끼리고 할 수 있어요. 아직은 미약하지만 곧 여자개그맨들의 힘을 보시게 될 거예요. 우리도 할 수 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