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사진제공=로엔엔터테인먼트>
2008년에 데뷔한 15세 소녀가수, 귀엽고 앳된 외모로 많은 사랑을 받더니 '국민 여동생'으로 우뚝 섰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 나오는 성숙한 음색과 가창력은 가요계의 '가능성'을 보게 했고, 이제 '진짜 가수'가 됐다. 데뷔한지 4년 만에 초고속 성장을 거듭한 아이유의 얘기다.
'최고의 유망주'로 주목받더니 지난해에는 가요계에 소녀 신드롬을 일으켰다. "쉴 틈 없이 달려왔지만 즐거웠던 한해"라며 함박웃음을 지은 그가 1년 만에 새 앨범을 내밀었다. 한껏 성숙해진 아이유의 현재, 그리고 미래의 얘기를 들어봤다.
어느덧 10대의 끝자락에 서 있다. 그래서 새 음반에는 '라스트 판타지'(Last Fantasy)란 타이틀이 붙었다. 10대의 마지막 감성을 쏟은 소녀의 일기이자 환상이 담긴 기록인 셈. 아이유는 이번에 '시계'란 공통적인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미래의 모습으로 건너가 연상의 남자친구에 사랑을 속삭이고, 지난 추억을 되돌려 이별 뒤 일상을 잔잔하게 풀어낸다.
20대를 앞두고 표현할 수 있는 소녀의 일기장과도 같은 흔적이다. 시계 바늘이 재촉하듯 '어른이 하루 빨리 되고 싶다'는 노랫말이 실제 아이유의 상황과 맞물려 공감대를 그려낸다. 그래서 물었다. 10대와 20대의 경계에 선 소감을.
"막상 저는 아무렇지 않아요. 그냥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듯이 제 모습도 서서히 변하겠죠. 그런데 사실 전 아직 어른이 되기는 싫은데요? 하하."
아이유 <사진제공=로엔엔터테인먼트>
이런 아이유의 모습이 그대로 전해지길 바랐다. 그래서 앨범에 참여한 많은 이들은 10대 후반의 소녀가 느낄 수 있는 최적의 감성을 끌어내기 위해 자연스러움을 강조했다. 카페에 앉자 수시로 대화를 나눴던 이적, 녹음실 내 불을 끈 채 감정을 쏟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던 정재형, 아이유의 맞춤형 노래를 선물한 라디가 그랬다.
앨범 속 13곡엔 12명 작곡가들의 정성이 담겼다. 나머지 한 곡은 아이유 본인이 직접 글을 쓰고 멜로디를 붙인 자작곡이다. 참여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김광진 윤상 정재형 이적 김형석 정석원 김현철 윤종신 이민수 G고릴라 라디 등 최고의 작곡가들이 아이유의 10대 마지막 여행에 기꺼이 동참했다. 여기에 아이유가 평소 존경하는 코린 베일리 래도 직접 곡을 선사했다. 이 곡은 소속사가 준비한 깜짝 선물이었단다.
"이번엔 제 자작곡도 수록됐고 작사에도 적극 참여했어요. 워낙 글 쓰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고..무엇보다 음악적으로 많이 성장한 것 같아 기뻐요. 믹스 마스터링 등 녹음과정을 계속 지켜보고 스스로 기준을 잡았죠. 곡을 만드는 작자의 시선에 조금은 가까워 진 듯해요. 모두들 제가 마음껏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드리죠."
발라드, 댄스, R&B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이 뭉쳤지만, 아이유의 목소리와 만나니 묘하게 어우러졌다. 아이유 고유의 색깔은 유지하되 신선한 이 결합은 스스로에게도 커다란 자극으로 돌아온 음악적 실험이었단다.
'아이유표' 음악에는 설렘과 성숙함이 공존하는 그만의 매력이 있다. 몽환적인 분위기에 성숙한 보컬이 돋보이는 데뷔 곡 '미아'가 그랬고, '부(Boo)' '있잖아' '마쉬멜로우' '좋은 날' 등의 업 템포 곡들은 아이유만의 전매특허 음악이다.
아이유 <사진제공=로엔엔터테인먼트>
타이틀곡 '너랑 나'는 '좋은 날'과 이어지는 시리즈곡이다. 뮤지컬 적인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복잡한 전개와 편곡으로 풍성한 느낌을 줬다. 아이유는 "마이너와 메이저를 넘나드는 코드 진행에 곡 자체가 스펙트럼이 넓다"며 "듣고 나면 밝은 노래였나 슬픈 노래였나 모를 정도다"라고 소개했다. 동화 같은 느낌이 가득한 아이유만의 색깔이 짙은 노래다.
때론 어린 나이답지 않은 가창력과 성숙한 분위기를 주더니 나이에 꼭 맞는 생기발랄한 무대로 많은 오빠부대를 거느리기도 한다. 새 음반도 마찬가지다.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가 신명나게 흐르고, 아이유 특유의 발랄함이 묻어나오자 소녀 감성은 움직인다. 반면 슬픈 멜로디가 가진 이별의 노래로 옷을 갈아입었다. 사랑과 이별 등 다양한 감정을 넘나드는 목소리다.
때문에 앨범에 담긴 13곡이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낸다. 그만큼 한 장르에 틀을 가두기도 아쉽다. 사뭇 진지한 노랫말이 묵직함을 더하고 장르와의 결합도 꽤 매끄럽다. 다양한 감성을 아우르는 힘이다. 명랑하면서도 깊은 내공을 뿜어내고 있는 창작의 결과였다.
아이유는 새 앨범을 통해 자신의 우상과 마주하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영국의 여성 싱어송라이터인 코린 베일리 래가 아이유를 위해 미발표 신곡을 기꺼이 건넨 것. 가이드 멜로디가 담긴 데모 음원을 넘겨받은 아이유는 '4AM'이라는 제목에 맞춰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그 느낌을 가사로 적어냈다. 우상의 선물에 정성껏 감성을 표현하고자한 그의 노력이었다.
마냥 귀엽고 발랄하기만 할 것 같은 소녀가수는 꾸준히 '음악'이란 진지한 꿈을 꿔 왔다. 그리고 그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대학 진학도 포기한 채 20대의 시작을 음악에 대한 열정에 바치기로 한 그다. 아쉬움을 없을까. "이미 최고의 10대를 보냈잖아요. 그리고 전 도전할 거고요."
10대의 마지막, 그리고 20대를 기다린다. 국내를 넘어 일본으로 무대도 옮긴다. 올해를 넘긴 뒤 2012년은 설렘과 도전의 해란다. "새로운 도전, 겁도 나지만 너무 설레죠. 10대의 좋은 추억 안고 내년을 맞을 생각에 벌써 기대가 되네요. 그런데 저 나이 먹기 싫은데 어쩌죠?"
아이유 <사진제공=로엔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