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시끄럽다. 개국 첫 날부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방도로 거물급 스타들을 악용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시험방송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탓에 방송사고도 속출했다.
지난 1일 오후 첫 모습을 드러낸 TV조선(조선일보) JTBC(중앙일보) 채널A(동아일보) MBN(매일경제) 등 종편 4사의 프로그램은 종편을 출범시켰어야 할 당위성과 참신함이 드러나기 보다는 오히려 첫날부터 '무리수' 보도로 선정성 논란만이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먼저 선정성의 중심에 선 것은 동아일보가 탄생시킨 채널A다. 채널A는 이날 개국 첫 뉴스로 '강호동 야쿠자 연루설' 보도했다. 그러나 실제 뉴스 보도는 말 그대로 '설'에 불과했다. 채널A 보도 내용은 지난 1988년 강호동이 고교 씨름선수 시절 일본 야쿠자와 국내 폭력조직 칠성파의 결연식 행사에 참석했다는 것.
방송 직후 강호동 측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강호동 측 관계자는 스타뉴스와 단독 전화통화에서 "강호동이 씨름 선수로 활동하던 청년시절에 당시 감독과 코치를 따라 간 자리였고, 그 이후에 어떠한 연락도 취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채널A 보도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채널A는 강호동이 씨름계의 대부이자 평소 존경하던 故 김학용을 따라 현장에 참석했던 것처럼 '뉘앙스'를 풍겼고, 더 이상의 의혹도 품지 않았다. 단순히 눈에 거슬리는 가십성 보도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누리꾼들의 판단이다.
'피겨 퀸' 김연아 역시 종편채널의 희생양이 됐다. 조선일보는 이날 자 1면에 TV조선 개국 소식을 전하면서 '9시 뉴스 앵커 김연아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마치 김연아가 앵커로 변신해 등장하는 것처럼 지면을 꾸려 내보냈다. 그러나 사실은 달랐다.
김연아 소속사인 올댓스포츠가 '김연아는 절대 앵커가 아니다'며 과대 포장된 조선일보의 기사를 반박하고 나선 것. 세계적인 피겨 선수 김연아의 지명도를 이용해 이른바 '낚시질' 수준의 홍보성 기사로 밖에 해석할 수 없는 이유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는 공식보도자료를 통해 "TV조선과 JTBC에서 방송될 인터뷰를 앵커라는 콘셉트로 본인이 직접 짧게 소개하는 정도 였을 뿐, 정식 뉴스 앵커로 기용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김연아가 현재 현역선수의 신분일 뿐만 아니라 선수 본인이 TV앵커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아예 상상조차 하지 않고 있어 TV방송의 앵커로 기용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밝히고 종편채널 축하인터뷰와 관련된 더 이상의 확대해석과 방송사측의 과대포장을 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new1=서영진 기자
방송 사고도 빈번했다. TV조선은 이날 개국 축하쇼에 앞서 '안녕하십니까. TV조선입니다. 출발! 세상에 없던 TV'라는 방송을 송출했다. 그러나 방송 도중 화면이 위아래로 분할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면의 4분의3 정도가 분절됐고, 잘린 아랫부분은 화면 상단에 올라가 붙었다. 중간에 음향이 나오지 않는 사고도 있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개국기념식 방송은 첫 화면부터 부자연스러운 현상이 잇달아 지속됐다. 첫 화면에서 1~2초 정도 그래픽 화면 영상이 끊긴 채 방송됐고,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축사도 첫마디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말이 음성 없이 방송됐다.
종편은 일제히 방송의 참신함, 방송 콘텐츠의 질적 개선과 다양화 등을 강조하며, 출범식을 가졌지만 이미 개국 첫날부터 선정성, 방송사고 등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다. 향후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한 충실한 콘텐츠가 아닌 '무리수' 행동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더럽히고 여론을 왜곡하지는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