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마이웨이' 친일영화? 영화봐도 그런소리할까"(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11.12.17 08:00
사진제공=SK플래닛 주식회사, CJ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SK플래닛 주식회사, CJ엔터테인먼트


장동건은 대한민국 톱스타다. 연기를 시작한지 20년. 그는 신예 꽃미남으로 시작해 줄곧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장동건은 안주하지 않았다. 조각 같은 외모가 연기를 가린다는 소리를 불식시키려 '친구'를 했고, 김기덕 감독과 '해안선'을 찍었다.


해외에도 일찌감치 눈을 돌렸다. '무극'으로 중국시장을, '워리어스 웨이'로 미국시장을 두들겼다.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대작과 옴니버스인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오갔다. 장동건의 필모그라피는 한 배우의 족적이자 대한민국 영화사이기도 하다.

그런 장동건이 또 한 번 큰 실험에 동참했다. 한국영화 최다 제작비가 투입된 '마이웨이'에 출연했다. 그는 다른 나라 언어로 감정을 표현했고, 무릎을 수술해가며 마라토너를 연기했다. 대작이어서 장동건이 참여한 게 아니라, 장동건이 참여해서 대작이 됐다. 장동건과 나눈 긴 이야기를 가감 없이 옮긴다.


-'마이웨이'를 상당히 오래 전에 제안 받았는데.

▶하기로 마음 먹은 건 결혼 전이었다. 처음 강제규 감독님에게 내용을 들었을 때는 정식으로 제안을 받기 전이었다. 감독님이 연출할지도 결정이 안됐을 때였다.


이런 내용을 하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시면서 다큐멘터리 DVD를 보내주셨다. 너무 좋았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람 이야기였다. 하지만 '태극기 휘날리며'를 하면서 다시는 전쟁영화를 못하겠다고 생각했기에 감독님이 연출하시면 하겠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고 결국 감독이 하기로 하셨다고 해서 출연을 결정했다.

-준식 역이 오다기리 조가 연기한 타츠오보다 캐릭터가 평면적인 것 같은데.

▶원래는 준식 캐릭터가 김인권이 맡은 '안똔' 캐릭터와 합쳐진 캐릭터였다. (안똔은 일본군에 끌려갔다가 다시 소련군에 잡히면서 억울하게 당하기만 했던 일본 상관에게 복수하는 캐릭터. 살아남기 위해 친구들을 팔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인물이다) 멜로도 있었다. 준식의 여동생(이연희)을 타츠오가 짝사랑한다는 설정도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두 남자 이야기에 집중하자고 하시면서 현재 버전으로 완성됐다.

또 일본 제국주의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던 타츠오가 인간성을 되찾아가고, 준식은 오히려 타츠오를 닮아간다는 설정도 있었다. 그런데 나로선 그런 설정이 '태극기 휘날리며' 진태와 차별 두기가 힘들다고 생각했다.

실화에 없는 마라톤 설정이 접목되면서 뭔가 상징적인 인물과 캐릭터가 돼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준식은 자신은 변하지 않고 주변을 변하게 하는 그런 인물로 설정됐다.

-입체적인 캐릭터가 더 탐이 날 수도 있었을텐데.

▶배우를 많이 보여줘야 하는 영화가 있고, 영화 전체에 배우가 놓여있는 경우도 있다. '마이웨이'에서 난 후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독님의 생각에 흔쾌히 동의했다. 비현실적인 캐릭터지만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니가 손해 좀 봐라'고 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아쉬움은 없다.

다만 한국 관객들에겐 장동건이란 배우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난 지금 캐릭터가 굉장히 마음에 든다.

-오다기리 조가 연기한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인상적일 수 밖에 없는데.

▶감독님이 현장에서 '너 연기 갈증 있지'란 말도 했었다. 연기를 하는 재미의 문제는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강제규 감독님 영화에선 주인공 상대역이 더 매력적이었다. '은행나무침대' 황장군도 그랬고, '쉬리'의 최민식 선배가 맡은 역도 그랬다. 하지만 돌이켜서 영화를 생각하면 결국 두 영화 모두 한석규 선배가 맡았던 역이 이야기를 흘러가도록 했던 게 떠오른다. 영화에 대한 잔상이랄까? '마이웨이'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워리어스 웨이'나 '굿모닝 프레지던트', '마이웨이'까지 최근작들에서 모두 긍정적인 기운을 뿜어내는 역을 맡았는데. 배우로선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고픈 욕심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그런데 영화를 선택하는 데는 여러가지 기준이 있다. 굳이 내가 맡은 캐릭터가 선하다, 악하다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배우로서 한 영화를 통해 어떤 이득을 얻느냐는 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이 캐릭터는 해보고 싶다, 이 감독님과 해보고 싶다, 그런 본질들이 중요한 것 같다.

-판빙빙과 멜로 라인이 생길 것 같더니 너무 일찍 영화에서 퇴장하던데.

▶원래 판빙빙과 멜로라인은 없었다. 아예 없어진 역할이 또 하나 있었다. 독일에서 만나는 여자 캐릭터였는데 결국 감독님 선택의 문제였던 것 같다.

-오다기리 조와 연기 호흡은 어땠는지.

▶일본어 대사를 해야 하는데 긴 시간을 두고 완벽하게 연습을 한다고 했는데도 현장에서 새롭게 드는 감정들이 있다. 원래 계산했던 것과는 다르게 연기하게 되고. 그런데 이 영화는 언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으니깐 그런 게 힘들었다. 대사를 암기해야 하기도 하고.

그럴 때 가장 의지할 수 있는 게 오다기리조였다. 그래서 많이 문의하고 의지했다. 배우니깐 내 생각을 가장 잘 이해하기도 했고.

오다기리조와는 영화 시작 전 2주 정도 파주에서 군사훈련하면서 처음 만났다. 내성적이고 독특할 것이란 선입견이 있었다. 타국에 온 손님 같은 느낌도 있어서 먼저 다가가려 했고. 그런데 우려와는 달리 표현방식이 독특할 뿐이지 친화력이 좋은 배우다. 촬영장에서도 난 스태프와 야구를 하면, 오다기리조는 축구를 했다. 똑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독특하다.

예컨대 무대인사를 하면 내가 인사하고 판빙빙이 인사하고 그 다음 오다기리조가 인사한다. 판빙빙이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하면 객석에서 박수갈채가 나온다. 그런데 그 다음 오다기리조는 '니하오'라고 인사한다. 그런 성향을 아는 관객들에게선 웃음이 터져나온다.

사진제공=SK플래닛 주식회사, CJ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SK플래닛 주식회사, CJ엔터테인먼트


-영화를 보면 그런 생각이 안들겠지만 일본인과의 설정에 대해 반일감정을 드러내는 관객이 있을수도 있을텐데. 벌써 일부 네티즌은 친일 영화란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데.

▶기획 단계부터 그런 우려가 있긴 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는 그런 걱정이 별로 안 들더라. 영화라는 게 정치적인 성향을 의도할수도 있고, 의도하진 않았으나 드러날 수도 있다. 하지만 강제규 감독님은 이념적인 것을 의도적으로 배재한 것 같다. '마이웨이'는 태생적으로 상업영화다. 많은 사람들이 봐야하는 의도로 만든 기획영화니깐 이데올로기를 철저히 배제했다.

이 영화를 친일영화라고 보시는 분들이 있다면 과연 영화를 보셔도 그런 이야기를 하실까요?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어쩔 수 없는 거죠. 단지 일본사람을 좋아한다고 친일이라고 한다면...그 사람의 가치관을 이해는 하지만 공감할 순 없다.

-전쟁영화를 경험해 봤지만 이번은 규모가 훨씬 컸던 만큼 육체적으로 힘든 점이 많았을텐데.

▶두 가지만 꼽는다면 달리는 장면과 추위였다. 달리는 장면은 영화에는 짧게 등장하지만 비행기에 쫓기는 장면 같은 경우 이틀 반 동안 찍었다. 오로지 달리고 또 달렸다. 모래 위에서 전력질주하는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추위는 차라리 겨울 장면은 견딜만했다. 영화 속에서도 겨울이니깐 두껍게 입고 찍으면 되니깐. 하지만 노몬한 전투는 영화 17도에서 내복 하나 입고 찍었다. 전쟁영화를 해봤다고 해도 매는 또 맞아도 아프지 않나.

-글로벌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워리어스 웨이'는 미국시장을, '마이웨이'는 한중일 합작영화고, 찍고 있는 허진호 감독의 '위험한 관계' 리메이크는 중국영화인데.

▶그런 작품들을 많이 하기는 하는데 어떤 시장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한 것들은 많지 않다. 배우란 게 우선 선택이 돼야 그 중에서 선택을 하지 않나. 글로벌한 작품 제안이 많이 오긴 한다. 할리우드 영화도 주인공 제안을 받기도 했고. 바이러스를 맞아서 슈퍼히어로가 된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그런데 나는 대작을 오랜 기간 하다보면 결핍감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반대쪽에 있는 작품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로스트 메모리즈' 끝나고 '해안선'을 한 것처럼 본능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이번에도 '마이웨이' 끝나고 좀 쉬어야지 라고 생각했다가 허진호 감독의 제안을 받고 자연스럽게 택하게 됐다.

중국배우들에게 내가 맡은 역을 고 장국영이 무척 하고 싶어 했단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더 부담되고 책임감이 따르고 뿌듯하다.

-배우는 작품 따라 간다고 '워리어스 웨이' 때는 애아빠 같더니 이번엔 말 그대로 청년 같다. 작품을 위해서 일부러 사생활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편인가.

▶어떻게 하는 게 관객들이 배역으로서 스크린에서 저를 만날 때 가장 몰입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걸 방해하는 것들을 최대한 배제하려 한다. 사생활을 억지로 감추고 싶진 않지만 그런 것들이 도움이 안될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의 관심이 결혼을 한 뒤에 다른 부분으로 옮겨지시는 것 같다. 예전에는 저의 다른 모습에 사람들이 관심이 있었다면 지금은 다른 것에 관심을 갖으시는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건 행복을 과시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사회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시기인지도 느끼고 있고. 그렇다고 일부러 불행한 척 할수도 없고. 사람들의 관심을 초연하긴 힘들지만 감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이웨이'는 국내에서 1000만이 들어야 본전이란 소리를 듣는데.

▶부담감이 어느 때보다 크긴 한데. 배우가 왜 그런 고민을 해야 하는지도 고민한다. 최근 한국영화 대작이 별로 성공한 게 없다보니 이 영화가 실패하게 된다면 블록버스터들이 나올 수 있는 기회들이 지금보다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큰 영화,작은 영화 다 공존했으면 좋겠다.

한국영화 위기란 소리는 10년 전부터 있는데 여전히 있다. 영화인들이 열심히 하고 있으니 언젠가 빛을 발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내 고소영이 아기를 낳은 뒤 좋은 일들을 많이 하는데 서로 상의하나.

▶결혼하기 전에 각자 해오던 일들이 있었고. 음, 인지상정이라고 하지 않나. 아이가 태어나니 축복을 받고 싶고 좋은 기운이 아기에게 향하길 바라고. 사람들이 사랑스런 아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측면에서 아내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뭘까 이야기하곤 한다.

-내년에 만으로 마흔살이 되는데. 30대에 하고 싶었던 일과 40대에 하고 싶은 게 있다면.

▶30대에 하고 싶은 것들은 아무래도 더 하기 힘들어지지 않겠나. 마흔이란 나이가 내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이제 뭔가 마음 속에서 좀 더 자유가 생기는 것 같다. 뭔가 이제는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생긴다. 그야말로 불혹이랄까.

-차기작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관객으로 좋아하는 장르는 처음 연기할 때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원스 어 폰 어 타임'이나 '대부'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 '친구' 할 때도 그래서 발산할 수 있었던 것 같고. 글쎄 요즘엔 한국에 근사한 도시멜로가 하나 있었으면 한다. '로마의 휴일' 같은. 탄탄한 첩보액션도 재미있을 것 같고. 아직 차기작을 정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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