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범 기자
정지영 감독이 13년만에 내놓은 신작 '부러진 화살'이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는 데 대해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공식입장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지영 감독은 30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면서도 "영화 외적인 논란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관객의 판단이란 생각에 참으려 했으나 워낙 말들이 많아 조만간 공식입장을 밝힐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부러진 화살'은 '남부군' '하얀전쟁'의 정지영 감독이 1998년 '까' 이후 13년만에 내놓은 작품. 대학교수가 항소심 부장판사를 찾아가 석궁으로 살해하려 했다는 혐의로 실형 4년을 선고받은 이른 바 '석궁사건'을 소재로 했다.
석궁테러 사건은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55)가 교수지위 확인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자, 2007년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박홍우 부장판사(현 의정부지법원장)를 집 앞에서 석궁으로 쏜 혐의(살인미수)로 기소된 사건을 말한다. 김 전 교수는 대법원서 징역 4년이 확정돼 복역한 뒤 지난해 1월 출소했다.
영화는 김 교수가 주장했던 것처럼 부러진 화살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과 다른 화살에서 혈흔이 발견되지 않은 점, 박 부장판사의 와이셔츠에 혈흔이 없었던 점 등을 들며 증거 조작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18일 개봉한 '부러진 화살'이 200만 관객 동원을 앞두고 있을 만큼 화제를 모으자 사건 자체에 대해 진위여부 등 영화 외적인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대법원은 영화 개봉을 앞둔 11일 각 법원에 해당 사건에 대한 대처방안을 전한 데 이어 지난 27일 "(영화는) 흥행을 염두에 둔 허구이며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사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공식입장을 밝힌 것. 수원지법 정영진 부장판사는 26일 법원 내부게시판 코트넷에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의 실체를 법원이 적극적으로 알려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위터상의 설전도 상당하다. 시사평론가 진중권이 트위터에 "영화를 보진 못했지만 석궁테러사건 자체가 사법부 비판이란 메시지에 어울리지 않는 소재"라며 "속기록을 보면 재판부의 절차를 무제 삼아 실체를 흐리려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쇼맨십에 재판부가 신경질적으로 반응한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이에 당시 사건 변호를 맡은 박훈 변호사는 29일 트위터에 "대법원 관계자 여러분 '부러진 화살'이 흥행을 염두에 둔 예술적 허구이고 전체적으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무엇이 허구이고 사실을 호도하였는지에 대해 공개토론을 해보는 것이 어떨런지요. 다시 재판하는 수준으로 말입니다"라고 적었다. 박훈 변호사는 4.11 총선에 창원시을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이런 영화를 둘러싼 일련의 말들에 대해 정지영 감독은 "여러 가지 내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다"며 "기자회견이 아니라 보도자료 형식으로 발표할 생각"이라며 말을 아꼈다.
또 정지영 감독은 정봉주 전 의원 석방 1인 시위를 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 '부러진 화살'이 의도한 바도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정지영 개인의 표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실제 인터넷에선 당시 석궁사건 피해자였던 박홍우 부장판사(현 의정부지법원장)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관련 의혹을 제기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정봉주 전 의원의 2심 재판을 맡았던 것이 알려지며 '나꼼수' 팬들 사이에서 성토의 대상이 됐다.
정지영 감독은 "내가 한미 FTA 반대를 외치든 정봉주 석방을 주장하든 시민의 의사 표현일 뿐 영화와는 상관없다"며 "그렇게 보는 사람들이 그렇게 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