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웅 ⓒ사진=이동훈 기자
"떨어지니까 오히려 기뻤어요."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4'(이하 프런코4)는 최종 탈락자를 MC이자 심사위원인 이소라가 꼭 안아주며 "수고했다"고 말하는 '탈락 세리머니'가 있다. 탈락자들은 이소라의 포옹을 받으며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다른 도전자들과 작별 인사를 한 뒤 쓸쓸히 그간 머물던 숙소에서 떠난다.
하지만 '프런코4'의 '이단아' 김재웅(22)은 달랐다. 그는 지난 3월 31일 '프런코4'에서 최종 탈락한 뒤 이소라가 포옹을 하려하자 밝은 모습으로 "와, 포옹해주는 거예요?"라고 물은 뒤 활기차게 대기실로 돌아갔다.
"불행하지 않고 행복했어요. 패션과 IT를 접목하라는 미션을 수행했던 카이스트 미션 이후 솔직히 자포자기했어요. 꿈을 이루는 것도 좋지만 일단 사람이 살아야죠. 영감은 안 떠오르죠. 힘들었어요. '아, 이제 감옥을 빠져 나가는구나'라는 생각에 기뻐서 춤을 췄고요."
김재웅은 '프런코4'에서 쉬지 않는 입담과 개구쟁이 같은 장난, 싫으면 싫은 티 팍팍 내는 솔직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너무 튄다", "다른 사람들을 방해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미션의 압박에 눌린 나머지 작업실 분위기가 정말 침울해요. 사람들 재밌게 만들어 주는 것은 행복한 일이잖아요. 전 썰렁한 분위기가 싫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떠들고, 일부러 장난치고 그랬죠."
김재웅은 "방송분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출연자들이 오버하는 것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저 말고도 (안)재현이 형도 오버를 많이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번에 '프런코4'를 하면서 디자인보다 방송이 재미있다고 느꼈다"라며 "제가 쑥스러움을 타면서도 주목 받는 것은 좋아한다"고 말했다.
'프런코4' 녹화는 지난해 10월 26일부터 한 달 반에 걸쳐 이뤄졌다. '프런코4' 탈락 후 김재웅은 온라인 쇼핑몰을 잠시 운영했지만, 이것도 최근 접었다. "망했다"고 했다. "요즘은 수입이 정말 '제로'(0)에요. 하하하"
김재웅이 지난 3월 31일 '프런코4' 10화에서 탈락 후 이소라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온스타일>
◆중1 때 온가족 美로 이민..줄리어드 꿈꾸다 고3때 파슨스로 방향 전환
김재웅의 집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중학교 1학년 때 가족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는 어릴 적 피아니스트를 꿈꿨다. 세계적임 음악명문 줄리어드 입학을 꿈꿨다. 그러다 고3때 패션으로 돌아섰다. 계기가 그답다.
"교회에 옷을 잘 입는 애가 있었는데 어느 날 저한테 그러는 거예요. '넌 옷이 왜 그래?', '왜 매일 똑같은 옷만 입어?'라고 말하면서 제 패션센스를 탓했어요. 순간 '아, 패션을 공부해야 겠다'고 다짐했어요. 음악공부를 쭉 지원해주던 어머니가 '돈을 벌어도 행복한 일을 하라'고 응원해주셨죠. 그리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셨어요. 거의 차 한대 값이 패션학교 준비하는 비용으로 들어갔어요."
그는 지난 2010년 가을 파슨스스쿨에 입학했지만 1학년을 다니고 휴학한 상태다. 지인들과 관계에서 오해가 있었고, 마음에 상처가 남았다. 그러다 '프런코4'에 지원, 합격하게 되면서 한국으로 왔다. '프런코4'에 함께 출연했던 강성도가 3년 학교 선배다.
"성도형이 저 진짜 많이 챙겨줬어요. 많이 가르쳐주고. 성도형도 힘든 일이 많았는데 늘 따뜻하게 대해 줬어요. 성도 형 공부도 잘하고 착해서 미국에서도 인기 많았어요. 이번에 '프런코4' 지원했을 때 제작진이 방송 전까지 합격 사실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었거든요. 성도 형은 제가 지원한 사실을 아니까 저보고 붙었냐고 물어 보더라고요. 저는 제작진 얘기 때문에 그냥 둘러댔죠. 그러고 나서 '형은? 붙었어?'하고 물어봤더니 '응, 난 붙었어' 이러는 거예요. 하하. 착해요. 거짓말 못하고."
김재웅(왼쪽)과 강성도 <사진=온스타일>
◆"내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어 '프런코4' 지원..나치수용소 같았다"
'프런코4' 본선에서 그는 초반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톱3'에도 여러 차례 들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영감이 떨어지면서' 바닥권으로 급전직하했다.
도전 이유를 묻자 "큰 상금(1억원)도 물론 매력적이긴 했다"라며 "하지만 세상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상금이 주목적이 아니었음을 밝혔다.
"내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었어요. 또 방송에 나온 날 대중이 어떻게 볼지도 궁금했죠. 한국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매회 크리틱(critic, 심사)해주는데 살면서 언제 그런 기회가 오겠어요."
하지만 본선 과정은 쉽지 않았다. '프런코4'는 방송으로는 매주 미션이 진행되지만 실제 촬영에서는 이틀에 한 번 꼴로 미션이 주어졌다. 월요일에 미션이 주어지고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심사가 이뤄지는 식으로 진행됐다. 일주일에 2~3개 미션이 쉴 새 없이 진행된 것. 런웨이 심사가 새벽에 끝나면 탈락자는 바로 짐을 싸야 했다.
"경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우리들끼리는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였어요. 마치 MT를 가서 '우리만의 패션쇼를 열자' 이런 느낌이었죠. 근데 워낙 일정이 빠듯하고 쉴 새 없이 진행되니까 나중에는 '아, 내가 나치수용소에 왔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막 채찍질 당하면서 옷 만들어 내고요. 하하하.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누구를 이겨야겠다는 생각은 안했어요. 누구를 이기기보다는 나 스스로를 이기려고 한 거죠."
김재웅 ⓒ사진=이동훈 기자
◆"게이냐고? 동물, 식물, 남자, 여자 다 사랑한다"
김재웅은 '프런코4'에서 여성적인 면모로 눈길을 끌었다. 수다도 많고 삐치기도 잘한다. 말투도 여성스럽다. 그런 모습에 일부 시청자들은 "게이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남성복 디자인 미션에서는 남성 의뢰인의 몸에 자신이 만든 옷을 피팅하면서 묘한 감정의 표정을 지어 '의혹'을 키우기도 했다. 개인적인 '성 정체성'은, 민감한 부분. 물어볼까 고민하는 기자에게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는 특정 단어 대신 'ㄱ, ㅇ'이라고 초성만을 언급했다.
"인터넷에서 제 이름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김재웅 기역(ㄱ), 이응(ㅇ)'이라고 떠요. 많이들 궁금하신가 봐요. 하하."
"게이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좀 뜸을 들인다. 그는 "남녀를 떠나 모델의 몸을 얼굴 앞에서 바로 대고 피팅하는 일은 약간 낯 뜨거울 때가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쿨'하게 대답을 이어갔다.
"음..다른 사람들이 저를 게이라고 생각하든 전 신경 안 써요. '프런코4'에 출연하면서 그 정도 '안티'는 감수했어요. 전 세상의 모든 것들을 사랑해요. 식물, 동물, 여자 그리고 남자까지 다 사랑하죠. 다 사랑해요."
◆"마크 제이콥스 같은 디자이너가 꿈..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어"
김재웅은 한국에 한 달, 미국에 한 달 식으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살고 있다. 한국에 들어온 직후인 지난해 8월 수입브랜드 인터넷쇼핑몰을 만들고 사업에 나서기도 했지만, '프런코4'로 자리를 비우고 하면서 '망했다'. 현재는 패션 블로그(www. bvmall.co.kr)로 운영 중이다.
"주소는 쇼핑몰인데 블로그로만 운영해요. 패션, 일상 등을 담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과 '공유'를 하고 싶었어요. '프런코4'에 나오니까 선생님 취급을 하는 데 전 아직 어리거든요. 근데 블로그에 방문자는 그리 많지 않아요. 방송에 나올 때도 많으면 하루에 800명 정도 방문을 하시더라고요. 하하"
감재웅은 꼭 디자이너로서만 성공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했다. '프런코4'가 또 하나의 꿈을 줬다. 방송이나 영화에 대한 꿈도 있다.
"디자이너도 하고 싶고, 연기자도 하고 싶고, 방송에도 나가고 싶어요. 디자이너로서 성공 하면서 다른 일에서도 성공하고 싶어요. 힘들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어요. 자기계발을 통해 스스로 셀러브리티(celebrity, 유명인)가 돼 자신의 패션에 대한 관심도 이끌어 낸 마크 제이콥스 같은 디자이너가 되는 게 제 꿈이에요."
김재웅 ⓒ사진=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