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리아' 스틸
하지원과 배두나, 두 주연급 여배우가 한 코트에서 만났다. 그것도 한명은 북한, 한명은 남한을 대표하는 선수로. 영화 '코리아'는 두 천만 배우가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동시에 두 배우의 연기 대결에도 관심이 모였다.
하지원은 극 중 남한의 탁구스타 현정화로 분했다. 배두나는 북한 대표팀의 주축인 리분희 선수를 온몸으로 표현했다. 국적이 다르고 캐릭터가 다른 만큼 두 배우의 연기 스타일도 확연히 달랐다.
하지원은 충무로에서 몇 안 되는 '믿고 쓰는 여배우'다. 하지원은 영화를 이끌고 가는 인물답게 가장 많은 대사를 소화해야 했다. 감독을 설득하고, 선수들을 격려하는 등 영화의 흐름을 바꾸는 대사는 모두 하지원의 몫이었다. 영화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하지원은 다소 비현실적일 정도로 정의감 있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하지원은 현정화를 하지원답게 표현했다. 특히 하지원의 영화 후반에서 떠나는 리분희를 안고 울먹이는 장면에서 하지원은 완전히 상황에 빠진 듯하다. 제 몫을 확실히 하는 배우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하지원이 대사로 영화를 표현했다면 배두나는 말없이 영화를 이끌어간다. 극 중 과묵한 맞언니인 배두나는 강렬한 표정과 눈빛으로 리분희 선수를 표현했다. 배두나는 긴 팔다리로 강하게 라켓을 휘두르고 공을 뚫어질 듯 쳐다보며 진중하고 강단 있는 캐릭터를 연출했다.
극중 리분희는 몸을 허투루 움직이는 법이 없다. 촐싹거리는 최연정(최윤영 분)과는 달리 표정 하나 크게 변하지 않는다. 배두나가 연기하는 리분희는 그 존재만으로도 무게감이 상당하다.
'코리아'는 두 배우에게 모두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는 영화다. '해운대'로 천만 관객을 모았지만 지난해 '7광구'가 흥행에 실패한 하지원에게 '코리아'는 다시금 흥행 배우로서의 저력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다.
배두나에게 '코리아'는 6년 만에 한국에서 촬영한 영화라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2006년 '괴물'을 마지막으로 한국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았다. 지난 11일 개봉한 '인류멸망보고서'의 우정출연 정도가 전부다.
'코리아'는 배두나에게 좀 더 대중적인 배우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간 배두나는 영화에서 주로 개성 강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남북관계와 스포츠라는 대중적인 소재의 '코리아'는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배우 배두나가 되기에 좋은 조건이다.
배두나는 '코리아'를 "두 여자의 멜로 같다"고 표현했다. 그 말이 맞다. 영화 '코리아'에서 두 여배우는 서로 밀고 당기는 느낌이다. 전혀 다른 두 배우의 연기는 따로 보아도 훌륭하지만 함께 어울렸을 때 더욱 힘이 있다. 두 배우의 연기 앙상블이 돋보이는 영화 '코리아'는 오는 5월 3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