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 "평가,루머,소문에 자유로워졌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12.05.09 13:57
임성균 기자 임성균 기자


임수정이 달라졌다. 표정이 피어나고 생동감이 넘쳤다. 자신에게 엄격한 건 변함없지만 여유가 느껴졌다.

임수정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임수정은 지난해 말 회사를 배용준 소속사 키이스트로 옮겼다. 그리고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을 찍었다. 변화는 동시에 찾아왔다. 마음이 변했고 소속된 것이 변했고 연기가 달라졌다.


변화는 영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지긋지긋한 아내와 이혼하고 싶은 남자가 희대의 카사노바에게 아내를 유혹해달라고 부탁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로맨틱코미디. 임수정은 세상에 대한 불만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아내 역을 맡았다. 남편 상사 부인에게 잘못한 점을 지적하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더러운 세상을 질타하는 모습은 그동안 임수정과는 또 다르다.

임수정은 밝아 보여도 왠지 아픔이 담겨있는 듯 한 이미지였다. 그녀의 멜로는 그래서 늘 아팠다. 하지만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임수정은 뭔가를 털어낸 듯 발고 자유롭다.


만나서 이유를 들었다.

-지난해 말 소속사를 옮겼는데.


▶ 배우로서 원하는 영역이 좀 달라졌다. 하고 싶은 게 더 많아졌다.

-한동안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을 더 많이 못 보여주는 것에 대한 아쉬움 같은 게 느껴졌는데 이번에는 좀 달라진 것 같던데.

▶그런 점에서 자유로워졌다. 차근차근 보여주면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자유로워지니 거침이 없어지더라. 바로 그럴 때 '내 아내의 모든 것' 출연 제의를 받았다. 사실 소속사 옮긴 지 얼마 안된 터라 시나리오는 무척 재미있었지만 좀 망설여졌다. 스스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으니깐.


-그럼에도 선택한 이유는.

▶먼저 캐스팅된 이선균 류승룡 선배들이 나를 떠올렸다고 하더라. 그런 모습을 안 보여준 배우가 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면서.

-'행복'을 하긴 했지만 사실상 첫 유부녀 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손예진 같은 경우는 나보다 어리시만 이미 유부녀 역을 자유롭게 오가고 있지 않나. 사람들이 그동안 내가 그런 역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제야 비로소 내 나이대와 맞는 역할을 하게 됐다.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대사가 무척 인상적인데. 말을 쏟아내면서도 강약과 감정까지 담아야 해서 어려움이 컸을 것 같은데.

▶대사는 끝까지 다 못 외웠다. 민규동 감독님이 스피드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다. 늘 "더 빨리"를 요구하셨다. 대사들이 감정의 언어가 아니라 논리라서 인간 임수정 논리와는 안 맞는 게 있어서 더 힘들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그런 대사를 해야 하니깐.

-얼굴 표정이 하나하나 살아있는 것 같다. 뭔가가 달라진 것 같은데.

▶성숙해졌죠. 영화 속 내 대사 중 "예의는 지키지만 눈치는 안봐요"란 대사에 무척 공감한다. 타인의 생각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졌다. 평가나 루머, 소문 같은 것들에 연연하지 않게 됐다.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내 마음 깊은 곳에는 상처로 남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것들에서 자유로워졌다.

-이럴 때 '내 아내의 모든 것'을 만난 건 행운인 것 같은데.

▶모든 게 타이밍인 것 같다. 운명론자는 아닌데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운명 같은 게 느껴졌다.

임성균 기자 임성균 기자


-남편역인 이선균과 카사노바 역에 류승룡, 둘 다 리액션이 다른데 어땠는지.

▶이선균 선배는 아무래도 남편 역이니깐 내 액션에 따라 리액션을 해줬다. 내 액션마다 리액션의 강도도 달랐고. 류승룡 선배는 많은 걸 준비해왔고 현장에서 더 올라갔다. 그러다보니 내가 리액션을 하는 쪽이었다.

-남녀 관계라는 게 부부와 연인, 사회일로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렇게 리액션이 다른 법인데. 태도의 문제랄까.

▶그래서 영화를 찍으면서 남녀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차이가 확연히 느껴졌다고 할까. 결국 자기 방식대로 애정을 주는 게 아닌가. 그게 사랑하는 데 전부가 아니지 않나란 생각이 들더라. 내가 좋은 방식대로 사랑했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도 되돌아보게 됐다.

-결혼 생각도 하게 됐나.

▶그렇다. 그동안 결혼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환상도 없었고. 그런데 이제 꼭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영화에서 뒤태노출은 대역이지만 각선미는 그대로 드러냈던데.

▶다 노력해서 하는 것이다. 시나리오에 다리를 드러내는 장면은 계속 나오지만 뒤태노출은 없었다. 그래서 다리를 예쁘게 보이기 위해 각선미 운동을 꾸준히 했다. 힙라인과 허벅지 관리도 했고. 운동해서 만든 것이다. 뒤태가 처음부터 있었다면 꾸준히 준비를 했어야 했다. 이왕 노출할 생각이면 내가 준비해서 보여주는 게 좋지 않겠나. '싸이보그 그녀' 때도 뒷모습 잠깐 보여주는 장면 위해서 3개월을 준비했다.

-임수정은 그동안 멜로는 어울렸지만 로맨틱 코미디는 왠지 덜 어울렸다. 그건 밝은 모습 속에 감춰진 그늘 같은 게 느껴지는 탓이기도 했고. 그런데 이번에는 딱 달라붙은 모습이던데.

▶내 취향은 장르영화다. 장르 연기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로맨틱코미디가 낯설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알게 됐지만 로맨틱코미디는 쌓아두는 게 아니라 놔 버려야 하더라. 아 이런 것인가란 생각이 들더라.

-관심 영역이 넓어졌다고 했는데.

▶이번 영화를 강릉에서 찍었는데 그곳에 좋은 커피숍들이 많다. 커피 내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강릉을 찾아 공부하고 있다. 기타를 친 지도 2년째고. 점점 관심사가 넓어지는 것 같다.

-영화 속에선 세상에 대해 불편 불망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데. 연예인이란 직업이 또 임수정이란 사람은 그렇게 살기엔 쉽지 않을텐데.

▶글쎄 이제는 아닌 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무엇인가를 더 잘 알아야지 이야기를 할 수 있을테고. 관심사가 넓어진다는 건 그렇게 알아가는 것일테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방송에서도 피부관리에 돈을 들인다고 이야기하는 것,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말이다. 그렇게 솔직하게 던질 수 있는 내가 돼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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