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없으면 어때? '각시탈'이 있잖아!

문완식 기자  |  2012.05.31 14:24


한국형 히어로 하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홍길동? 너무 먼 얘기고. 80~90년대 아이들의 우상이었던 '우뢰매'의 에스퍼맨은 이제 왠지 좀 구닥다리 같다. 할리우드 영화 '아이언맨'과 그 연장선이랄 수 있는 '어벤져스'를 보며 부러울 때가 있었다. 히어로가 뭔가. '위기의 순간 나타나 악당을 물리치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이'가 아닌가. 할리우드의 저 비싸 보이는 영웅을 보며 '역시 돈 많은 나라의 영웅들은 뭐가 달라고 다르네'라는 생각을 한 사람들이 적잖을 것이다.


때문에 KBS 2TV 수목드라마 '각시탈'의 등장은 반갑다. 그리고 그 히어로 캐릭터가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것이 아니라 허영만 화백의 탄탄한 원작만화 '각시탈'을 바탕으로 했다는 데, 더욱 기대가 커진다. 허영만의 '각시탈'이 출간 당시 대중의 인기를 고려하면 '아이언맨'을 비롯한 마블코믹스의 여러 영웅들보다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5월 30일 '각시탈' 첫 방송에서 공개된 우리의 영웅은 소박했다. 신분을 감추기 위한 각시탈이 전부였다. 딱 봐도 천문학적 비용이 들었을 것 같은 '아이언맨' 수트와는 차원이 달라 보인다. 눈을 가린 모습은 '조로'의 그것과 비슷한데 모자도 망토도 없이 오직 탈이다. 첫 회에서 신현준이 각시탈이란 것을 굳이 알리지 않아도, 코만 보고도 각시탈이 신현준임을 알았다는 시청자들도 있다.


그럼에도 영동적인 공중부양과, 말을 타고 달리면서 여주인공 목단(진세연 분)을 말 위로 끓어 올려 구하는 모습은 장비가 영웅의 능력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형 히어로에 부합한다.



어떻게 보면 초라하지만 '각시탈'에 기대를 거는 건 그 배경 스토리다. 한국적인 가족애와 형제애, 우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첫 회에서 코끝을 짠하게 만든 건 일제강점기 포악한 무리에 맞서 싸우는 각시탈의 고군분투가 아니었다.


독립운동가 체포 공로로 조선인임에도 높은 직위에 오른 이강토(주원 분)는, 일제에 순응하지 않는 동포들에게 서슴없이 일본도를 들어 복종을 강요한다. 승진식장에서 감격스러워하며 일제의 히노마루 앞에서 "텐노 헤이카 반자이!(천황 폐하 만세!)"를 외친다. 일제강점기 전형적인 조성인 친일파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드려다 보면 아픔이 서려있다. "1년만 더 고생하면 가족들을 이해 새 집을 얻을 수 있다", "바보 형을 동경 최고의 병원에서 치료해 낫게 해주고 싶다"는 이강토의 말은 앞으로 그가 자신의 손으로 그 바보형(1대 각시탈)을 죽였을 때의 비극을 암시하고 있다. 이는 2대 각시탈이 되는 이강토가 비단 '대업(大業)'을 위해서만이 아닌 제 손으로 죽인 형에 대한 속죄와, 일제와 그 협력자들에 고통 받고 있는 조선인을 도운 형의 뜻을 잇겠다는 형제애에 바탕한 캐릭터라는 것을 미뤄 짐작하게 한다. 자신의 군수회사 무기가 악용되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아이언맨'보다 소박하지만, 한국인 입장에선 더 와 닿는 히어로이자 영웅이다.

만화 '각시탈'에서 어디선가 피리 소리가 들리면 일제 순사들은 "각시탈이다!"라며 벌벌 떤다. 고개를 들면 초가지붕에 각시탈이 앉아 피리를 불던 각시탈이 내려와 이들을 제압한다. 초가지붕 위에서 피리 불며 등장하는 각시탈. 이제 아이언맨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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