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여동생'의 공연은 군부대를 방불케 하는 남성 팬들의 우렁찬 함성으로 가득 찼다. 손짓, 몸짓 하나에 객석은 들썩였고, 굵은 저음의 응원소리는 3시간 내내 퍼졌다. 오죽했으면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 2AM 창민이 아이유의 물통을 집어 들었다가 관객의 불만 섞인 항의에 다시 내려놓았으니 말이다.
아이유가 데뷔 첫 단독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다. 나이가 어리다고 행여나 학예회 같은 분위기가 풍길까 우려했다면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감성과 소통이 교차한 알찬 콘서트가 꾸며져 큰 재미를 더했다. 아늑하고도 열정적인 무대로 진한 재미를 선사한 아이유 첫 콘서트의 매력을 짚어봤다.
아이유의 '리얼 판타지' 콘서트가 열린 3일 오후5시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광장. 좀처럼 공연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남성 팬들의 굵은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맴돌았다. 군복을 입고 당당히 공연장을 찾은 두 남자는 '다나까' 말투로 공연 얘기를 나눴고, 아이 손을 잡은 젊은 부부들도 대거 콘서트를 찾았다.
우선 이날 공연은 가수로서 음악적 재능이 빛났다.
대형 TV스크린을 배경으로 무대 위에 오른 아이유는 감성을 주제로 한 노래로 시작을 알렸다. 기타 연주를 직접 하며 노래를 흥얼거리자 팬들의 감성도 움직였다. 대형 밴드의 풍성한 사운드와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기운도 더해졌다. 콘서트가 아니면 접하기 힘든 광경이다.
특히 총 4000석을 가득 채운 평화의 전당은 극장형 공연으로서 안정감 있는 사운드를 들려줬다. 무엇보다 아이유라는 보컬리스트의 역량을 강조하기 위한 무대 구성과 밴드 및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사운드가 여느 대형공연장 못지않은 꽉 찬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
장르도 넘나들었다.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복숭아'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하얀민들레'를 열창했고, 아버지를 소개하며 '낭만에 대하여'를 맛깔스럽게 다시 불러 큰 호응을 얻었다. '댄스 브레이크' 시간에서는 마이클 잭슨, 트러블 메이커 등 패러디 무대로 숨겨둔 댄스 실력도 뽐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아이유의 세련되고 대담한 공연진행 능력이었다. SBS '인기가요' MC 등의 경험 덕분일까. 공연 내내 아이유의 차분하면서 센스 있는 진행이 재미를 더했다.
공연 중간 관객 이벤트로 진행된 즉석 전화연결에서는 재치 있게 대화를 이끌며 관객들을 이목을 집중시켰고 게스트로 초청된 2AM 슬옹, 작곡가 라디(Ra.D) 등이 무대에 올라왔을 때는 편안하게 농담을 주고 받으며 공연의 호스트다운 모습을 보였다.
공연 시간에 늦어 지각을 한 팬에게는 "오프닝을 못 봐서 어떡하죠. 다음 주 울산 공연에 표가 많이 남았으니 울산이나 부산 공연을 오셔도 좋을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고, 공연장을 찾은 박지성 선수에게 과도한 관심이 쏟아지자 "제 공연에 집중해 달라. 안 그러면 퇴장 시킬 것"이라며 귀여운 협박을 늘어놓기도 했다. '좋은 날'을 부를 땐 관객 모두가 '3단 고음'을 부르게끔 유도하기도 했다.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국민여동생'의 인기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부모님 손을 잡고 공연장에 온 꼬마 팬들부터 흰머리가 지긋한 중년 남성들도 수줍은 듯 공연을 즐겼다. 또 공연 내내 젊은 여성 팬들의 함성 보단, 굵은 남성 팬들의 응원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빨대로 물을 마셔달라는 이상한 주문과 더불어 "날 가져요"라며 일방적인 구애를 펼친 팬들도 있었다.
공연은 아이유의 진솔한 음악으로 가득 찼다. 친숙한 멜로디 라인과 젊은 세대의 공감대를 관통하는 솔직하면서도 세련된 음악, 누구나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중독성 짙은 퍼포먼스까지, 아이유의 젊은 음악은 명랑하면서도 깊은 매력을 뿜어냈다. 아이유의 미래를 가늠케 하는 공연이었다.
특히 아이유의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이 빛난 콘서트였다. 3시간에 걸쳐 공연을 홀로 이끌어갈 능력과, 편곡, 안무 등 보는 재미와 엔터테이너적인 요소가 결합돼 특별한 공연이 완성된 셈이다.
스무 살에 처음으로 여는 단독 콘서트에서 아이유가 자신의 날개를 마음껏 펼쳐 보였다는 것은 분명했다. 아이유의 솔직한 음악이 통한 첫 콘서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