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은 어둡고 심각하다? "애교도 부려요"(인터뷰②)

배우 유아인 <사진제공=스타케이엔터테인먼트>

-인터뷰①에 이어서.

배우 유아인(26)은 SBS 드라마 '패션왕'. 주인공인 영걸의 유치한 욕망과 허무한 죽음을 통해 판타지가 아닌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멋있는 주인공이 행복한 결말을 맞는 내용이 아니라, 덧없는 꿈에 허우적거리기도 하고 잡았다 싶으면 놓치기도 하는 영걸의 모습은 우리와 닮아 있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익히 봐왔던 주인공들에 비해 영걸의 생은 너무나 안타깝고 불쌍했다. 유아인이 보는 영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일까.

"솔직히 행복한 순간이나 핑크빛 같은 순간은 없었다. 가영이랑 아이스크림 먹고 데이트를 하고 있어도 행복은 아니었다. 저와 시청자들이 볼 땐 가영이와 뉴욕에서 보낸 순간들이 행복한 순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영걸에게는 아닌 것 같다. 영걸이에게 50억 수주를 하고 재혁의 윗집에 이사를 가고 재혁과 똑같은 차를 사고. 유치한 욕망을 이룬듯하지만 그런 순간들이 영걸에겐 행복이었을 것이다."

유아인에게도 영걸과 같은 그런 유치하고 세속적인 욕망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영걸이라는 캐릭터에 도전한 것에 대해 시청자들에 인정받고 싶었다"라고 솔직한 욕망을 드러냈다.

"어떤 선택을 해야 내가 나를 더 좋아할 수 있을까. 나에게 떳떳할 수 있을까. 내가 거울 앞에 섰을 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늘 고민한다. 아무리 남들이 박수를 쳐도 나는 아니까, 내가 괜찮은 사람인지 아닌지. 저는 남들의 생각을 외면하는 성격이 못 된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내가 만족했으니 상관없어 그런 사람은 아니다. 그런 저로서 영걸은 용감한 선택이었다. 그 부분은 인정을 해 주셨으면. '성균관 스캔들'의 걸오 같은 인물을 다시 했으면 또 사랑받을 수 있었을 것. 그러나 영걸을 택한 제 인식들을 이해하고 기특하다고 얘기해 주셨으면 좋겠다."

스스로 대중들의 시선을 신경 쓰고, 인정받고픈 욕망이 있음을 고백한 유아인. 그가 지닌 패셔너블하고 트렌디한 이미지. 또한 트위터에서 쏟아내는 사회와 정치문제에 대한 소견들도 욕망의 발현으로 볼 수 있을까.

"다 제가 원하는 이미지기 때문에 그렇게 사는 것이겠죠? 어필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부분일 것이다. 억지로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니까. 트위터를 하는 게 대단한 것은 아닌데 연예인이 하면 뭔가 다르게 본다. 사실 생각해보면 개념이 없는 게 당연한 건가. 사회에 관심이 없고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게 당연한 건가. 그렇다고 시위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글을 조금 쓰고 표현하는 것뿐인데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배우 유아인 <사진제공=스타케이엔터테인먼트>

유아인은 자신의 생각을 공개하는 것이 스스로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사실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편하게 얘기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 용기가 얼마나 필요한지. 생각한 것을 그냥 쓰는 게 아니다. 어마어마하게 생각을 하고 쓴다. 그 어떤 사람보다 고민하고 신경 쓴다. 멋있고 좋은 사람이 되거나 칭찬받으려고 글을 쓰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순수한 의도로 쓰려고 한다. 사실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조용히 있는 게 최고다. 그러나 그게 옳은 건가 싶다. 고민이 되니까 안하는 게 아니라. 고민을 통해 더 잘하자는 생각이다."

어찌 보면 유아인은 고생을 사서 하는 스타일이다. 익숙하고 쉬운 길보다는 자신의 생각에 따라 행동한다. 그게 좀 더 수고로울 지라도.

"제 스타일 자체가 막 즐기거나 현장에서 재밌어 하는 타입이 아니다. 미국 촬영도 굉장한 제작비가 쓰이고 하니까 너무 빡빡하게 진행됐고. 워낙 작품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사실 힘든 것 피곤한 것도 안 좋아하고 빨리 자고 싶어 하는 앤데 모든 작품에서 지붕타고 날라 다니고 복싱하고. 저는 작품에서 자동차를 탄 적이 거의 없다. '패션왕'이 거의 처음이다. 항상 동네를 비틀거리는 애였고. 피곤한 역할이었다. 좀 더 네거티브하고. 현실적인 캐릭터, 평범함보다 조금 음지에 있는 캐릭터를 좋아한 것 같다."

현실적인 캐릭터를 선호했다는 그에게 다음엔 밝은 캐릭터를 보여 줄 생각도 있느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저는 실제로 어둡고 심각하고 그런 애는 아니다. 누구보다 유치하고 귀엽기도 하고 애교도 부리고 그런 스타일이다. 그런 면이 생긴 게 얼마 안 됐다. 20대 초반엔 항상 심각하고 글 쓰고 깡통철학하고 다녔다. 특별함에 심취했던 시기가 있었다. 20대 초반에 밝은 캐릭터를 하는 게 당연하니까 싫었던 것 같다."

"그런데 파워 숄더가 유행이라서 모든 사람이 입으면 개성적이지 않은 옷이 되는 것처럼, 내 안에서 독특함을 추구했는데 이것이 진짜 특별함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제는 내 필모그래피의 흐름으로 봐서 밝은 역할이 오히려 신선하지 않을까. 보는 이들이 그렇게 느끼게 만들고 싶었다. 27살 배우가 로맨틱 코미디를 하는 게 신선하게 보여 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