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강영걸, 섹시하다고 생각했다"(인터뷰)

최보란 기자  |  2012.06.05 10:10
배우 유아인 <사진제공=스타케이엔터테인먼트> 배우 유아인 <사진제공=스타케이엔터테인먼트>


배우 유아인(26)을 만나고서야 비로소 영걸이 이해되는 느낌이었다.

주인공 강영걸의 황망한 죽음 속에 막을 내린 SBS 드라마 '패션왕'. 주인공인 영걸은 익숙하지 않은 인물이었고, 그의 죽음은 익숙하지 않은 결말이었다.

마침내 원하는 부를 얻은 순간 영걸은 화려한 욕조에서 홀로 죽음을 맞았다. 사랑하는 사람도 없이, 그렇게 쫓던 성공도 없이 죽음을 맞은 주인공에 대해 시청자들은 당황스러워하기도 했다.

방송이 끝난 지 열흘 후 만난 유아인에게 그가 영걸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과 얻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드라마가 '담고자 했던 것'에 대해서는 만족한다. '어떻게 담았느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불만족이 있기도 하다. 돌고, 돌고 돌아서 증발해 버린 욕망. 보기엔 웃겼지만 밍크 퍼를 입고 화려한 욕조 안에 앉아 있던 영걸의 죽음은 욕망의 덩어리가 증발해 버리는 느낌이었다."

욕망의 화신과도 같은 영걸의 최후를 유아인은 이미 알고 있었다고. 드라마 초반 뉴욕 촬영당시 이미 마지막 장면을 찍었기 때문이다. 영걸의 마지막을 알고 있던 것이 돈과 성공에 집착하는 영걸을 힘입게 표현하는 원동력이 됐다.

"결말을 몰랐다면 더 많이 주저했을 것 같다. 순간순간 많이 고민하고 더 꼼수를 피게 됐을 것이다. 그러나 영걸이 자아성취를 하거나 도덕적인 성공을 얻거나 하는 게 아니라,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체 증발해 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앞에 부정적일 법한 모든 상황들을 힘 있게 내지를 수 있었던 것 같다."

유아인이 연기한 영걸은 미니시리즈의 남자 주인공들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백마 탄 왕자님 같은 남자 주인공들과 비교해 "찌질하고, 안 멋있고, 좀 웃기고, 양아치 같은" 인물이 영걸이었다.

"너무 신선했다. 뭐 이런 애가 있나. 새로운 주연이다. 찌질하네, 안 멋있네, 좀 웃기네, 양아치 같네. 하지만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이런 키워드야 말로 현실과 비슷하지 않나. 몸짱, 터프함 이런 것이 현실에 가까운 말은 아니지 않나. 감독님에게도 그런 말씀을 드렸었다. '왜 하고 싶냐'고 하셔서 '섹시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몸이 좋아서 섹시한 게 아니라 안 느끼하고, 안 징그럽고, 살아있는 것 같은 섹시함이 있었다."

주인공의 새로운 성향을 수긍했다고 하더라도 영걸의 성공과 실패의 반복,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제자리걸음 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아쉬움 섞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공감한다. 반복되는 스토리를 펼쳐놓는 것에 대한 비판은 수용할 준비가 돼 있었다. 하지만 답답한 이야기 자체가 싫지는 않았다. 성공하고 앞으로 쭉쭉 나아가는 건 기분이 좋은 것일 뿐 정답은 아니니까. 끊임없이 욕망을 갖고, 온갖 꼼수와 양아치 짓으로 돈을 벌지만 결국 제자리걸음인 영걸. 돈을 벌었다고 성공한 것도 아니고 쾌감을 느끼지도 못하는 그의 모습이 우리 드라마의 핵심이다. 돈 벌어서 대단한 사람이 되고 멋진 인간이 되는 게 아니라, 돈 벌수록 이상해지고 집착하고 촌스러워 지는 게 어찌 보면 현실적이지 않나. 전개 구조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결말이 불쾌하기도 했을 것 같다. 여타 드라마 속 인물과 달랐지만 솔직했다. 그게 드라마의 역할이었고 강영걸의 역할이었다."

배우 유아인 <사진제공=스타케이엔터테인먼트> 배우 유아인 <사진제공=스타케이엔터테인먼트>


사실 유아인이 멋있고 느끼한, 그의 표현을 빌자면 징그러운 남성상을 연기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성균관 스캔들'의 걸오는 유아인 본인도 인정하는 로맨티스트였다. 그런 유아인에게 있어 영걸은 기존 드라마 주인공의 이미지, 더불어 스스로의 이미지를 깨는 작업이었다.

"이미지를 깼다고 오답을 보여준 건 아니다.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은 이래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지는 않았을까. 영걸을 보면서 이런 남자주인공이 신선하다고 느껴지는 현실에 반감을 느낀 것도 있었다."

유아인에게도 영걸은 하나의 도전이었던 것. 생소한 캐릭터를 지닌 영걸을 통해 그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또 새로운 영역을 구축했다.

"캐릭터의 확장이었다. 흔히들 드라마에서 반복하는 캐릭터를 답습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것을 시도할 것인가. 그 부분에선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스럽다. 좋은 것은 반복하고 싶고, 그 영광을 재현하고 싶어 하는 것이 욕망이다. 걸오의 영광을 재현해 보자하고 그런 캐릭터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이번 선택에 더 박수 쳤으면 좋겠다. 배우로서의 정체성과 필모그래피가 인기보다 중요한 것 아닐까. 그래야 영광도 만족도 따라오는 것 같다."

영걸이 여타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과 차별화 되는 점은 가영(신세경 분)과 안나(권유리 분)를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났다. 사랑보다는 돈에 집착했던 그의 욕망이 두 여인과의 관계에서 나타났다.

"사랑은 잠깐이다. 가영 역시 영걸을 바라보다 지키고, 재혁에게 흔들리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사랑의 시선, 멜로의 시각으로 본다. 그게 익숙하다. 영걸이는 정말 사랑하지 않아서 한 행동인데 보는 이들은 '밀당'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너무 미니시리즈의 사랑에 중독돼 있는 것이 아닐까. 드라마에서는 사랑 때문에 다 버린다. 근데 과연 그게 정답인지 묻고 싶다. 영걸은 대단히 사랑해 본 적도, 받아 본 적도 없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사랑을 모를 뿐 가영에게 좋은 것을 해주고 싶고. 함께 한 시간만큼 정이 든 것은 사실이다. 인간적이라는 범주 안에서 보기에 부정적인 모습과 긍정적인 모습이 있었던 것. 만화적, 판타지적, 동화적인 모습이 아니었을 뿐이다."

사랑을 모르고 세속적인, 허무한 죽음으로 끝내 증발한 인물을 통해 유아인은 결국 시청자들에게 "달콤한 단상을 아니지만 현실과 맞닿아 있는 드라마를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②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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