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이 지난 16일 또 스페셜방송을 내보냈다. 지난 1월28일 이후 MBC 파업여파로 본방송이 20주째 결방된 것이다.
'무한도전'의 결방은 여러 면에서 안타깝다. 유재석 박명수 정형돈 하하 길 정준하 노홍철 일곱 멤버는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시청자들과 만나온 절친들이었고, '무도'는 다른 프로그램에선 보여줄 수 없는 그들만의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해온 친구 같은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무도' 결방으로 인해 시청자들이 놓친 즐거움 6가지를 추려봤다.
'런닝맨'의 유재석과 '무도'의 유재석은 다르다
물론 '무도' 일곱 멤버들은 현재에도 다른 프로그램에서 맹활약 중이다. 일요일 SBS, 목요일 KBS에선 유재석의 '런닝맨'과 유재석의 '해피투게더'를 볼 수 있고, MBC에선 박명수와 노홍철의 '나는 가수다2'를 볼 수 있다. 정형돈도 SBS '고쇼'나 JTBC '닥터의 승부'에서 그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일곱 멤버는 '무도'에 나와야 제격이다. 유재석은 아무리 천하의 유재석이라 해도 '런닝맨'에선 황당한 미션을 수행하고 이름표가 떼이면 쉬어야 하는 멤버들 중 한 명에 불과하지만, '무도'에서는 멤버들을 이끌고 프로그램 전체에 재미를 불어넣는 특별한 존재로 변신한다. 유재석은 '무도'에 나와야 비로소 '유반장'이 되고 '유느님'이 되는 것이다.
박명수 역시 '무도'를 통해야만 이러한 '유반장'을 견제하고 호통치는 '2인자'로서 그 존재감이 느껴진다. 정형돈은 '무도' 멤버들의 지극한 성원이 있을 때에야 비로소 '미존개오'인 것이고, 하하와 노홍철은 '무도' 열혈팬들의 열렬한 응원이 있었을 때 온전한 콤비가 가능했던 것이다. '동네 큰 형' 정준하 역시 조금 모자란 동생들과 어울릴 때 더 빛났다.
평균 이하남들의 장기 프로젝트가 전한 감동
'무도'가 멤버들의 위트와 재치, 아웅다웅 입싸움만 전했다면 '무도'가 아니었을 것이다. '무도'는 장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여타 예능 프로그램은 전할 수 없었던 그들만의 감동을 '치밀하게' 선사해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정형돈이 뇌진탕이라는 큰 부상을 무릅쓰고 버텨 시청자들을 끝내 울게 만들었던 2010년의 '레슬링 특집' 아닐까. 무려 11주째 장기프로젝트가 끝나는 마지막 방송분에서 링 위에 드러누운 정형돈을 다독거리는 유재석의 모습은 그야말로 감동의 쓰나미, 예능 프로그램이 전할 수 있는 극한의 감동이었다.
이밖에 비록 꼴찌에 그쳤지만 멤버들간의 호흡과 고생이 인상적이었던 지난해의 '조정 특집', 부상 당한 전진과 정형돈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멤버들의 목숨 건 레이싱을 지켜봐야 했던 2009년 '봅슬레이 특집', 3개월간 비밀리 연습 끝에 전국체전 체조종목 에어로빅 경기에 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담은 2008년 '에어로빅 특집' 등은 일개 예능이 아니라 한 편의 위대한 다큐멘터리였다.
이밖에 소소하나마 이들이 해마다 진행한 달력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과정, 그리고 이들이 달력수익과 벼농사 특집을 통해 거둔 쌀 100가마니를 통 크게 기부했다는 뉴스를 지켜보는 재미도 아주 쏠쏠했다.
하필이면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2008년은 '무도' 방송사상 각별한 해였다. 정형돈과 노홍철이 베이징올림픽 여자핸드볼 경기 생방송 중계무대에 나선 것. 또한 유재석은 체조와 평행봉 경기에서 보조해설을 맡으며 눈물을 흘려 국내외에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더 재미있어 하고 감동했던 것은 올림픽 기간 중의 '무도' 활약만이 아니었다. 이 해 1월부터 베이징올림픽 선전기원 특집-기계체조'편을 시작으로 내보낸 레슬링, 핸드볼, 이색올림픽 편 등은 올림픽 '비인기종목'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올해 런던올림픽은 '무도' 팬들에게는 더욱 아쉽다. '무도'가 이미 지난 2008년 '영웅들이여 런던행 금메달 열차를 타라' 특집까지 내보낸 올림픽이기 때문. 파업도 없고, 결방도 없었다면 '무도'의 재치와 열정이 빛나는 특집이 올 초부터 수두룩했을 게 불 보듯 뻔하다.
이 아이템들, 한 프로그램에서 한 것 맞나요??
'무도'가 빛났던 것은 물론 이러한 특집성 프로그램 때문만은 아니었다. 2005년 '무모한 도전' 시절까지 포함하면 과연 한 프로그램에서 다룬 아이템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무도'의 행보는 기상천외했고 기존 예능 포맷에 식상해하던 시청자들을 단박에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었다.
2005년 4월23일 첫 방송과 4월30일 2회 방송 아이템이었던 '황소'와 '전철'과 멤버들의 황당한 대결은 지금도 '무도'팬들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빛나는 첫 단추였다. 아니 세상에 바가지로 대중목욕탕 욕조의 물을 퍼내는 프로그램이 이 세상에 있었던가?
'소방차 vs 인간 불끄기', 'MBC 드라마 '이산' 보조출연 특집', '돈을 갖고 튀어라 1~3부', '벼농사 특집', 'F1 특집', '무한상사',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까지 방송되지 않고 있는 '하하 vs 노홍철 대결' 등은 '무도'가 선보인 이색 아이템 중 일부에 불과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이러한 방송을 보면서 김태호PD와 작가들의 빛나는 자막까지 감상하는 보너스를 즐겼다.
'무도'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노래의 즐거움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건 해마다 여름이면 TV에서, 음원차트에서 들을 수 있었던 '무도' 멤버들의 노래를 올해는 들을 수 없다는 것. '무도'는 지금까지 '강변북로 가요제'(2007년),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2009년),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2011년)를 열어 가요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올해 1월에도 '무한도전 나름 가수다'를 통해 정준하의 '키 큰 노총각 이야기'라는 명곡을 남겼다.
하지만 올해는 이미 물 건너갔다. 홀수년도에 열리긴 했지만 올해 김태호PD와 멤버들이 의기투합해 어떤 기발한 형식의 가요제를 개최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런던올림픽을 맞아 '무도'만의 올림픽송을 발표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장기 결방으로 인해 제2의 '더위 먹은 갈매기', 제2의 '영계백숙', 제2의 '순정마초', 제2의 '삼바의 매력' 탄생은 애초에 불가능해진 셈이다.
'무도'만의 미친 인맥..그 황홀한 특별 게스트
지금도 프랑스의 세계적인 축구선수 티에르 앙리에게 '무도' 게스트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팬들이 많다. 그만큼 앙리가 지난 2007년 '무도'에 출연해 황홀한 발재주를 선보이고 경기장에선 볼 수 없었던 천진난만한 인간미와 예능감까지 보여줬던 인상이 강했다는 얘기다.
또한 아이스링크에서 김연아랑 술래잡기를 하다 수없이 엉덩방아를 찐 하하, 아무리 마음 좋은 아저씨의 미소를 품었다 해도 효도르 앞에선 의기소침해질 수밖에 없었던 유재석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사라포바, 미쉘위 같은 이들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무도' 말고 또 있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