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영화 실패·성공 상관없다. 재미가 중요"①(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12.07.02 20:05
임성균 기자 임성균 기자


'딴따라의 제왕' 박진영이 영화에 도전했다. KBS 2TV '드림하이'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두 시간을 책임지고 끌고 가는 주인공을 맡았다.


19일 개봉하는 '5백만불의 사나이'는 '추노' '7급 공무원' 등을 쓴 천성일 작가가 박진영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알려져 있다. 잘 나가던 회사 직원이 친형처럼 믿었던 상사의 지시로 500만불을 뇌물로 넘기려다가 자신을 죽게 하려는 음모를 알게 되자 반격에 나선다는 이야기.

'5백만불의 사나이'는 온전히 박진영에 기댄 영화다. 얼굴 빼고 다 명품이라든지, 이거 먹고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든지, 영화의 웃음설계가 박진영에 초점이 맞춰있다.


위험한 도전이다. 연기자가 아닌 가수가 덜컥 주인공을 맡아 영화를 이끄는데다 그 주인공이 바로 박진영이기 때문이다. 박진영 만큼 인정과 멸시를 동시에 받으며 성장해온 엔터테이너가 몇이나 될까?

'5백만불의 사나이'도 박진영을 향한 편견의 늪에 빠져있다. 그 늪을 뛰어넘는 게 영화와 박진영의 숙제다. 과연 박진영은 신인가수 박진영이 등장했을 때 선입견처럼 신인배우 박진영을 향한 편견을 이겨낼 수 있을까? 무엇보다 잘 나가는 K-팝 수장이 왜 연기에 도전했을까? 박진영과 나눈 긴 이야기를 옮긴다.


-왜 연기를 했나.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랬더니 정말 재밌더라. 처음 음악 할 때처럼 재밌었다. '드림하이'를 할 때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500만불의 사나이'는 박진영에 대한 선입견이 걸림돌일 것이다. 그걸 알고서도 도전했다. 총 제작비 25억원 중 제작사 하리마오 픽쳐스와 JYP엔터테인먼트가 7억원을 떠안는 부담까지 안고서.


▶반반 나눠서 3억5000만원이다. 3억 5000만원은 음반 제작비보다 작은 금액이니깐. 무책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실패하든 성공하든 상관없다. 도전이라고 멋있게 포장하고 싶지도 않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했을 뿐이다. 원더걸스 미국진출도 무슨 거창한 책임감 같은 건 없었다. 마찬가지로 재미있을 것 같아서 했다.

난 일생이 재미를 추구한다.

-연기 경험이 별로 없는데 두 시간을 이끄는 주인공이다. 더욱이 외모를 비하하는 건 외모지상주의, 외모로 외국인을 빗대 코미디를 하는 건 외국인비하 논란도 일어날 수 있고. 그럼에도 코미디가 될 수 있는 건 박진영이 하기 때문인데.

▶연기를 기술적으로 접근하려고 하면 포기해야 한다. 그냥 내가 영화 속 인물이라고 믿고 집중할 수 밖에 없다. 가수를 하는 18년 동안 그렇게 해왔다. 노래가사가 사실이라고 생각하면서 4분을 무대 위에 선다. 그 4분이 100분으로 늘어난 것이다.

다만 상대가 없는데 연기를 하는 건 기술이 필요하더라. 다른 배우들은 다 되던데. 나중에 조성하 선배가 카메라 밖에서 연기를 해주셨다.

-잘 되든 안되든 상관없다고는 했지만 영화는 가요보다 더 많은 인원들이 참여하는 종합예술인데. 제작비도 결국 남의 돈이고. 부담감이 없지는 않았을텐데.

▶신조가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컨트롤은 할 수 있다'이다. 얼마나 겸손하고 얼마나 올바르고 얼마나 성실하게 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어떤 결과가 나오면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그래도 영화는 내 돈이 아니니 손익분기점은 맞췄으면 좋겠다.

-연기와 영화 제작까지 할 생각인가.

▶그렇다. 영화 제작은 표종록 변호사가 부사장으로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준비 중이다. 배우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계속 할 생각이다.

-박진영은 가요계에서 실력자인가, 권위자인가.

▶결과적으론 둘 다이지만 정체성에는 두 개 모두 없다. 언제나 신인이고 딴따라이고 싶다.

-영화 연기로는 신인인데.

▶내가 생각하는 연기와 사람들의 생각이 차이가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생긴다. 10여년 전에 대학로에 공옥진 선생님의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노래와 연기가 경계가 없더라. 그게 내가 추구하는 바다. 하지만 나는 그런데 사람들은 노래와 연기를 분리해서 내게 물으니 대답에 소통이 잘 안 된다. 노래를 하든, 연기를 하든, 개그를 하든, 모든 걸 보여줄 수 있는 광대, 딴따라가 되는 게 목표다.

임성균 기자 임성균 기자


-이번 영화에서 박진영은 초반에는 섹시하게 중반부턴 철저히 망가진다. 그 두 가지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박진영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그건 수많았던 루머들 가운데 실력으로 보여준 결과이기도 하다. 그동안 둘 사이에서 줄타기를 절묘하게 해온 것 같기도 한데.

▶어떻게 줄타기를 해올 수 있었겠나. 다만 연예인은 말과 행동이 기록에 남는 만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때 그 때 생각에 솔직하게 살려고 한다.

-한 때 나보다 더 잘난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얼마나 무식했으면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나 싶다. 무식해서 용감했고, 정말 무지했었다. 지금은 전혀...

-최근 'SNL코리아2'에서 이혼까지 웃음의 소재로 삼았다. 자신을 웃음 소재로 삼는 게 이제는 편한가, 아니면 자기연민은 없나.

▶자기 비하나 연민 같은 건 없다. 사람들이 나를 만만하게 봤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그래야 편하니깐. '드림하이'와 '이태원 프리덤'을 할 때 사람들이 다가와서 반갑게 대하더라. 그냥 나를 신인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그게 딴따라이기도 하고.

-섹시와 망가짐은 '5백만불의 사나이'에서 박진영이 떠 맞는 부분이기도 한데.

▶시나리오를 보고 내 안에 그런 것들이 있을 것 같았고, 그래서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헛똑똑'이란 말도 와 닿았고. 나도 한 때 '헛똑똑'이었으니깐.

-'헛똑똑'이어서 부서진 적은 없었나.

▶다행히 부서지진 않았는데 납작 엎드릴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다.

-외로워서 늘 주위에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랬는데 2년 전부터 그런 마음이 사라졌다. 종교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면서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다.

-2년 전이면 이혼하고 원더걸스가 미국에 진출했을 때 즈음인가.

▶이혼은 3년 전이고. 원더걸스 진출할 즈음은 맞다. 미국에 곡을 팔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내게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먼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양자학에 관한 책을 읽고 물리학에 대한 책을 읽고, 진화론도 다시 봤다. 그러면서 신학까지 가게 됐다. 그 분의 존재를 알게 되고 감사하게 되고 납작 엎드리게 됐다.

-JYP하면 섹시함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연기든 영화제작이든 음반제작이든 아이돌이든 추구하는 방향성이 있나.

▶제일 추구하는 것은 취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은 취향이 있다. 난 스타일리쉬한 주류를 추구한다. 엣지 있는 주류. 그리고 타임리스한 것. 90년대 노래들이 아직도 저작권 수입이 줄지 않는다. 그런 걸 하고 싶다.

-배우와 영화 제작자로선.

▶가수를 스타트 시킬 때 그 사람 안에 뭐가 있을까를 본다. 배우로서 나를 들여다 보면 내 안은 참 복잡하다. 진지하고 웃기고 섹시하고 실소가 나오게 되는 부분이 있다. 마치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처럼. 그런 것들을 하고 싶다.

영화 제작자로선 멋진 것을 하고 싶다. 돈은 중요하지 않다. 멋지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분명한 취향으로 만들고 싶다. '드림하이'는 멋있었다.

-'500만불의 사나이'도 멋있었나.

▶자본과의 관계라는 게. 그래도 다양한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이해서 한 것이었으니깐. 영화로 못 만들 소재는 없다고 생각한다.

-'K팝스타'에서 노래는 공기반 소리반이라고 한 걸 빗대서 연기는 공기반 감정반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그렇던가.

▶숨이 중요한 건 맞는 것 같다. 결과적으론 맞는 말이다. 좋은 배우들은 호흡이 무적 길더라. 영화 찍다가 계속 NG를 내서 1신을 2시간 동안 찍었다. 영하 18도에서. 그런데 결국 편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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