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전광렬, 이렇게 나쁜놈이 또 있나①

[★리포트]

김미화 기자  |  2012.07.03 10:19
ⓒMBC ⓒMBC


배우가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으면 연기를 잘 할 수록 더 나쁜 사람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 전광렬은 전무후무한 나쁜놈이다.


3일 종영을 앞둔 '빛과 그림자'(극본 최완규·연출 이주환, 이하 '빛그림')의 장철환(전광렬 분)은 악역 종결자다. 국회의원의 권력을 앞세워 주인공 강기태(안재욱 분)의 집안을 몰락 시켰다. 그는 극중 비열한 권력자이며 욕망에 사로잡힌 추악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몰락하면 그만인 지금까지의 악역들과 조금 다르다. 장철환은 '빛그림'에서 사건의 갈등을 제공했으며 이와 함께 사건을 해결할 열쇠도 쥐고 있는 핵심 인물.

1960년대부터 80년대를 아우르는 시대극 '빛그림'속에 서 전광렬이 맡은 역할은 우리 역사 속 인물을 떠올리게 하며 더욱 생동감 있게 다가왔다. 실제로 전광렬은 장철환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실존 인물인 차지철(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전광렬만의 캐릭터 해석과 연기력을 입혀 실존인물보다 훨씬 계산적이고 치밀한 인물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실제 장철환은 64회의 긴 마라톤 같은 행군에서 매회 분노하고 폭발했다. 그래서 악역의 '끝판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장철환은 매회 더 섬뜩한 악역 연기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욕설, 폭행, 사기, 조작, 살인청부 등 끝을 모르는 악행으로 시청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각종 위기에서도 잘 빠져나오며 '불사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 아니라 '저런 나쁜놈'이라고 시청자를 분노케 만든 것에는 배우 전광렬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그의 악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방송 된 SBS '싸인'에서도 전광렬은 주인공 박신양과의 대척점에서 대립하는 악역 이명한 역을 맡았다. 법의학계의 일인자이지만 국내의 열악한 법의학계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진실이 아닌 권력이라고 믿는 인물. 그는 극중에서 자신만이 국과수(국립수사연구원)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국과수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온갖 범법행위를 저지르며 라이벌을 밀어내고 자신의 야망을 충족시키는 인물을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또 지난 2009년 방송 된 SBS '태양을 삼켜라'에서도 전광렬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악역 장민호 회장역을 맡았다. 그는 회장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약점을 잡아 남의 재산을 뺏고 자신을 아들을 대신해 감옥까지 간 김정우(지성 분)을 몰락시키는 야비한 캐릭터로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살인지시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내리는 비열한 캐릭터를 연기해 제대로 욕을 먹기도 했다.

ⓒ제빵왕 김탁구(좌=KBS), 허준(우=MBC) ⓒ제빵왕 김탁구(좌=KBS), 허준(우=MBC)


전광렬의 악역은 힘이 있다. MBC '허준'에서 사람들을 살리며 고군분투하고 KBS2TV '제빵왕 김탁구'에서 탁구를 향해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그의 부드럽고 인자한 얼굴 위에 권력에 대한 욕망과 야망이 덧입혀 질 때는 그 악역은 제대로 나쁜놈으로 변신한다. 전광렬은 스타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실제 자신의 모습과 극중 캐릭터가 다를 때가 많지만 연기할 때는 잠깐 '빙의'하는 것 같다"며 "다른 사람이 돼 통제가 안 될 때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진정한 배우다.

3일 종영하는 '빛그림'은 14회 연장방송까지 하며 64부작의 긴 여정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많은 드라마 제작진과 배우들이 힘을 합쳐 서로를 다독이며 왔기에 올 초부터는 부동의 월화드라마 1위 자리를 지키며 시청자의 안방극장을 책임졌다.


종영을 한회 앞둔 '빛그림'에서 장철환의 오랜 적수 강기태는 끝까지 그를 몰락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 장철환이 본인의 아들 같았다고 말한 차수혁(이필모 분)도 그의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사과를 늘어놓았지만 뒤에서 칼을 꽂을 준비를 하고 있다. 장철환은 몰락할 것이다. 그것이 이치에 맞다. 그러나 시청자를 분노케 했던 나쁜 사람 장철환은 시청자의 가슴속에 '명품 악역'으로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빛은 어둠 속에 있어야 더 밝게 빛난다. '빛그림'이 사랑 받고 우리가 주인공 강기태의 밝은 미래를 응원하는 건 그림자 세력 전광렬의 깊은 어둠이 있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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