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훤·김주원·'신품'4인방..20~40대 男1%의 판타지

[김관명칼럼]

김관명 기자  |  2012.07.05 16:28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해품달\'의 김수현, \'시크릿가든\'의 현빈, \'신사의 품격\'의 김수로 장동건 김민종 이종혁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해품달'의 김수현, '시크릿가든'의 현빈, '신사의 품격'의 김수로 장동건 김민종 이종혁


옳거니, '해품달'의 이훤(김수현)이 제 분수는 정확히 알고 말했다. "내가 잘 생긴 건 잘 안다만 그만 쳐다보거라." "잘 생긴 얼굴인데다가 일국의 왕이기까지 하니 오죽 멋있겠냐?"


지난 1, 2월 여심을 초토화시켰던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은 남자가 봐도 멋있는 조선의 임금 이훤의 원맨쇼였다. 세자 시절부터 임금 자리에 오르기까지 오로지 한 여성(김유정, 한가인)만을 가슴에 품었던 이훤. 본인의 말 그대로 꽃미남 20대에 권력의 정점이라 할 일국의 임금이기도 했으니 20대 처녀부터 50대 아주머니들까지 본방사수를 외친 건 당연했다.

이 20대 이훤이 대한민국에 30대로 환생을 했다면, 그는 바로 2010년 11월~2011년 1월 방송됐던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현빈)이다. 잘 생긴 건 이훤 못지않고 임금까진 못됐지만 으리으리한 로엘백화점 '사장님'이시니 그 정도면 용서가 된다. 한 여성(하지원)을 오롯이 사랑한 점도 이훤과 닮았다면 닮았다. '안하무인'에 '나쁜 남자' 구석은 많았지만 김주원은 오히려 그게 매력이었다.


그런데 요즘 장안의 화제인 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은 이 이훤과 김주원이 4명씩이나 나온다. 말끝마다 "41세"를 외치는 김도진(장동건) 임태산(김수로) 최윤(김민종) 이정록(이종혁), 40대 꽃중년 4인방이다. 얼굴은 장동건이 포함됐으니 일단 됐고, 직업 역시 변호사에 건축사무소 소장, 카페 사장이니 이것도 통과. 도진이 고교 윤리교사(김하늘)에게 "나랑 자고 싶으면 그때 전화하라"고 할 정도였으니 '차칸남자' 계열은 절대 아니다.

맞다.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 주인공들이란 언제나 그 사회 1%였다. 백만장자 사업가(리처드 기어)의 멋진 로맨스 한판 '귀여운 여인'은 말할 것도 없고, '러브 엑츄얼리'에선 휴 그랜트가 미혼의 영국 수상으로 나왔고,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에선 제목 그대로 남친(루크 메이블리)이 덴마크 왕자였다. '뉴하트' '하얀거탑' 같은 국내 '의드'에서 로맨스가 은근히 많이 다뤄지는 것도 이같은 남자의 사회적 위상이나 경제력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한 남자가 그 사회의 1%에 속해있다는 건 다름 아닌 경제력과 권력의 정점에 있다는 얘기다.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주인공이 제 아무리 뛰어난 감수성과 유머를 갖고 있고, 요즘 유행하는 '나쁜 남자' 캐릭터까지 갖췄다 해도 경제력과 권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일순간에 평범해지고 그 남자의 사랑이란 자칫 구질구질해질 수 있다. 이훤이 임금이 아니었고, 김주원이 재벌2세가 아니었어도 그의 매력이 지금처럼 온전했을까.

그나마 김도진, 임태산, 최윤, 이정록은 꽤나 현실적이다. 이들의 직업 역시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40대'다. 재벌 2세가 아니었어도 20대 때 열심히 공부했고 30대 때 열심히 일했으면 어느 정도는 누릴 만한 경제력이다. 이들이 벤츠를 타는 건 그래서 '그들의 취향' 정도로 비춰지고, 카페에서 호사스럽게 폭탄주를 마시는 것쯤은 '소소한 여흥' 정도로 여겨진다. '시크릿 가든'의 김은숙 작가가 '신품'에서 40대를 택한 것은 그래서 현실적인 착점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현실을 말한다면, 99%의 남자들을 떠올려본다면 역시 이들은 판타지일 뿐이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김도진처럼 사랑에 올인하거나 김정록 혹은 김주원처럼 여자꼬시기에 바칠 수 있는 대한민국 30~40대가 몇 명이나 될까. 또한 '세자'로 태어난 덕에 먹고 살 걱정은 조금도 없었던 이훤과 같은 호사를 누리는 20대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앞날 설계는커녕 지금 당장 직장조차 없어 허덕이는 20대들이 좌~악 줄지어 선 마당에.


대한민국 40대는 차라리 SBS '추적자'의 형사 손현주나 검사 류승수에 가깝고, 대한민국 30대는 차라리 SBS '유령'의 형사 소지섭이나 곽도원에 가깝다. 이들처럼 대한민국의 30~40대는 언제 천길 아래로 추락할지 모르는 위태로운 삶을, 그것도 매일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니까.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청년 백수들이 우리 대다수 20대들의 현실인 거니까.

안타깝고 미안하지만, 현실의 옥탑방에선 도저히 왕세자가 살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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