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진 "월드스타? 아직 美서 자리 못잡았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12.07.09 16:33
홍봉진 기자 홍봉진 기자


김윤진은 월드스타라는 타이틀이 뒤따른다. 미국 ABC 드라마 '로스트'의 엄청난 성공에 힘입었다. 하지만 스스로는 이제 미국에서 드라마 한 편한 배우라고 말한다.


이제 김윤진은 미국에서 드라마 두 편한 배우가 됐다. ABC에서 새로운 드라마 '미스트리스'에 여주인공으로 합류했다. 잘나가는 정신과 의사로 환자와 불륜에 빠졌다가 그 사람이 죽자 장례식에서 만난 그의 아들과 다시 사랑하게 되는 역이다. 파격적이다.

김윤진은 '미스트리스' 파일럿을 찍은 뒤 한국에서 영화 '이웃사람'을 찍었다. 미국에서 드라마를 찍고 쉬는 동안 한국영화에 참여하는 식으로 일한 지 벌써 6년 반이다.


이번에도 엄마다. 강풀의 동명웹툰이 원작인 '이웃사람'은 이웃에 연쇄살인범이 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여러 이웃들이 연쇄살인범과 엮이면서 벌어지는 심리극이다. 김윤진은 결혼한 뒤 맞은 수양딸이 연쇄살인범에게 죽고 그 뒤 그 딸이 매일 집으로 찾아오면서 공포에 빠지는 역할을 맡았다.

'세븐데이즈' '하모니' 등에 이어 또 엄마다. 여느 여배우라면 피할 법도 한데 덜컥 받아들였다. 분량도 적다. 중심인물도 아니다. 그런데도 김윤진은 미국을 오가며 '이웃사람'에 빠져들었다. 왜 월드스타 김윤진은 '이웃사람'에 녹아들었을까?


-원래 다른 영화를 기다리다가 그 영화가 투자에 안되면서 '이웃사람'에 참여하게 됐는데.

▶맞다. 하려고 했던 작품을 6개월 정도 기다리다가 ' 이웃사람'은 모니터 차원에서 봐달라고 했었다. 원작을 먼저 봤었고.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바로 하겠다고 했다. 김휘 감독님이 놀랐다고 하시더라. 본의 아니게 연속으로 모성애를 다룬 영화를 했기에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다더라. 또 분량도 적고 배우들의 앙상블이 빛나는 영화라서 더욱 그렇게 생각했다더라.

-'이웃사람'이 어떤 점이 끌렸나.

▶강풀의 원작을 보다보면 어느새 새벽까지 다 보게 되지 않나. 테마를 드러내지 않아도 끝까지 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고. 내가 참 좋아했던 '심야의 FM' 시나리오를 김휘 감독님이 썼었고, 이번에도 웹툰을 시나리오로 참 잘 옮겼다. 감독님이 서스펜스 드라마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렇게 만들어졌다.

-여배우들은 이미지 때문에 가급적이면 엄마 역할을 피하기 마련이다.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여배우들은 남자 이야기가 아닌 여자 이야기를 찾기 마련이고. 그런데도 '이웃사람'을 하게 된 이유는.

▶어릴 때부터 그런 생각은 별로 없었다. 30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게 아닌 가 싶었다. 또 엄마 역할을 계속 하더라도 다 캐릭터가 다르니깐. 엄마가 부각되기 보단 캐릭터가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CF스타가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다. 누가 말리는 사람도 없으니 이미지를 고려하지도 않고.

-분량도 적은데.

▶산업이 다르니깐 직접 비교하긴 그렇지만 가끔씩 할리우드 스타들은 자기가 좋으면 비중과 상관없이 영화에 출연하지 않나. 그게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80% 나오는 것보다 앙상블이 빛나는 영화를 예전부터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2주 촬영이었고 감정이 충분히 표현되는 역할도 아니라 힘들었을 텐데.

▶스태프 이름을 외울 만하니깐 촬영이 끝났더라.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힘들었다. 감정을 쌓기도 어려웠고. 감독님과 결혼한 지 4개월 밖에 안된 상황에서 전부인의 딸이 납치돼 죽은 설정으로 가기로 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왜 한국에서 영화를 찍나. 미국에서 드라마를 찍고 쉬워도 될 텐데 남는 시간을 쪼개 굳이 한국에서 영화를 찍는 이유가 있다면.

▶이기적인 면도 있다. 미국에서 좀 더 알만한 배우가 되려면 한국에서 필모그라피도 중요하다. 또 국적이 중요하진 않지만 난 한국배우다. 그러니 한국영화 출연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욕심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고. 6년 반을 그렇게 해왔는데 힘들 때도 있지만 덕분에 좋은 사람들과 작품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미국에서 자리를 잡았는데 그렇게 할 필요가 있나.

▶아직까지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없다. '로스트'가 워낙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난 결국 드라마 한 편 찍은 배우일 뿐이다. '미스트리스'도 오디션을 4번이나 봤다. 그런데 할리우드가 신기한 게 아니 저런 배우도 오디션을 보나 싶을 때가 많다. 합리적이긴 해도 신기한 광경이다.

홍봉진 기자 홍봉진 기자


-'아바타'도 제안을 받았었고.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제안이 많았다던데.

▶'로스트'가 워낙 사랑을 받아서 그런 제안들이 있었긴 했다. 하지만 스케줄이 안 맞으면 할 수 없는 게 그쪽 방식이다. 하다못해 '데이빗 레터맨쇼' 같은 토크쇼에 출연해서 그 드라마를 홍보하는 것도 촬영 일정이 안되면 못하게 된다. 한국에서라면 일정을 맞춰주지 않나. 그런데 그쪽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정서가 워낙 강하다.

-'로스트' 이후 미국에서 대접이 달라졌다고 했는데.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한국과 몸값 차이도 상당할 텐데.

▶그 쪽은 회당이고 한국은 영화 한 편이니깐. 뭐. 이번엔 분량이 적기도 하고 폐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적게 봤기도 했다. 미국은 배우들이 많은 금액을 받는 것 같지만 사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지 않나. 그렇게 본다면 그런 금액들이 오히려 적을 수도 있다.

-미국과 한국 제작방식에서 차이가 상당할 텐데.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사람이 국내 리그를 뛰면 어쩔 수 없이 비교할 마음이 들지 않나.

▶이곳에선 제작비가 많지 않으니 제일 많이 받는 내가 야식을 댄다든지 그런 교류가 있다. 하지만 그쪽에서야 뭐.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전문적인 조감독이 있는 것이다. 감독이 되기 위한 수순이 아니라 말 그대로 평생 동안 조감독을 한다. 현장 장악력이 굉장하다. 감독도 화장실을 다녀올 시간이 있는지 물어본다. 그쪽은 정해진 시간에서 1분만 넘어도 임금을 1.5배로 줘야 하니깐. 그래서 조감독이 감독보다 돈도 더 많이 받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전문적이다.

그리고 미국은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투자를 많이 하니 좋은 시나리오들이 많다. 한국은 시나리오 작가들이 대접을 못 받으니 TV드라마로 이동하지 않나. 그래서 미국에서 좋은 시나리오를 사서 내가 번역해서 한국에 넘길까란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웃사람'에서 맡은 역할은 딸의 죽음에 죄책감을 갖는 인물이다. 한국 정서에서 흔히들 내 탓이라고 하는. 김윤진도 그런 경험이 있는지.

▶없다. 10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으니깐. 그리고 연기자가 되고 싶어서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언어를 쓰도록 연습했다. 그런 정서를 당연히 알고 있지만 그런 정서로 자라오지는 않았다. 감독님이 '용서'라는 다큐멘터리를 주셔서 보면서 많은 상상을 했다. 배우라는 게 대부분 어떤 상황을 경험할 수 없지 않나. 특별한 순간을 영화로 만드는 거니깐. 그래서 내 안에 있는 어떤 것을 끄집어내려 한다. 뭐 요즘은 어린 배우들이 나보다 더 미국 정서를 갖고 있던데. 마찬가지로 한국 정서도 동시대 미국과 큰 차이가 없어지는 것 같고.

-한국에선 여전사로 시작해 점점 엄마로 필모그래피가 이어지고 있다. 그건 미국에서는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

▶그런 것 같다. 미국에서 '미스트리스' 1편을 찍고 바로 한국에서 '이웃사람'을 찍었다. 당연히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없었다. 그리고 캐릭터보단 이야기가 좋은 것들을 찾았으니깐. 하지만 생각해보면 한국 관객들은 나를 엄마로만 봤을 것도 같다. 다음번에는 그런 점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2010년 결혼했는데 2세 계획은 작품 활동 때문에 미룬 것인지.

▶그런 건 아니다. 남편과 많은 논의를 한다. 그리고 미국에선 배우가 임신해도 크게 상관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생활을 존중해준다. 배가 나오면 그 상황에 맞춰 시나리오를 고쳐 준다. 일단은 결혼한 뒤 하와이에서 LA로 가서 짐을 정리했다. 어떻게 일을 할지도 모르는 상태였고. 그러다가 '미스트리스' 오디션을 봤다.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고. 지금 ABC 사장이 '미스트리스'를 영국 BBC에서 직접 판권을 사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라 워낙 신중하게 진행됐다. 그러다보니 아기는 아직 생각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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