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시'를 보니 문정희가 보이네①

영화 '연가시'의 문정희 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12.07.14 11:53
배우 문정희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배우 문정희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연가시'의 흥행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곤충에게 기생하다 성장하면 숙주를 물에 빠져죽게 하는 기생충 연가시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다. 지난 5일 개봉한 '연가시'는 개봉 8일만에 200만 관객을 넘겨 주말 300만 관객을 내다보고 있다. 400만, 500만도 노려봄직한 기세다.


포스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연기파 배우 김명민이지만, 영화에서 가장 마음을 저릿하게 하는 이는 그 아내로 등장하는 배우 문정희다. 연가시에 감염돼 두 아이와 함께 격리된 아내가 된 그녀. "원망하지 않는다"며 보는 이들의 마음을 저릿하게 하다가, 때로는 물에 대한 광기를 드러내며 섬찟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연애시대'에서 한껏 여성미를 드러내며 만인의 이상형으로 떠올랐을 때부터 '사랑을 믿어요'에서 뽀글머리 극성 아줌마 작가로 변신했을 때까지, 연기 잘하는 배우인 줄이야 익히 알았으니 이제 스크린에서도 존재감을 발할 차례가 온 게다.

300만 관객을 넘으면 전국민 앞에서 살사 댄스를 선보이겠노라 공언했던 그녀. 너무 조금 쓰셨다. 이제 춤 출 일만 남았다.


-'사랑을 믿어요'가 전작이라 '연가시'를 보니 변화가 더 크게 다가오더라. 대센 아줌마가 완전히 바뀌었다.

▶'사랑을 믿어요' 하나가 인식을 바꾸는 데 큰 몫을 했다. 심지어 제가 그렇게 정신없고 살림도 팽개치고 사는 사람인 줄 알고 '인생을 그렇게 살면 안된다'는 둥 그런 얘기 한참 많이 들었다. 조금 속상하다. 인식을 좀 바꿔야 할 것 같다.

배우 문정희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배우 문정희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반면 지금도 회자되는 '연애시대'에선 여성미가 뚝뚝 흘렀다.

▶'연애시대'를 본 사람들은 아련한 추억으로 아직도 제가 그 나이인줄 착각도 하신다. '그땐 좋았는데…' 그러시며.(웃음)

-'연가시'는 굳이 나누자면 '연애시대' 쪽에 가까운 아내인 것 같다. 위기에서는 강인한, 착하고 이상적인 아내 캐릭터랄까.


▶다 받아주고 홀로 이겨낸다. 주변에서도 '그런 여자가 있을까요', '그렇게 착한 아내가 있을까요' 그런다. 그런데 진짜 있다. 감독님 와이프다. 박정우 감독님과 세 작품을 내리 했는데, 와이프가 남편한테 지극 정성에다 뭐든 다 받아주신다. 결혼해 보니까 알겠는데, 남편한테 손이 너무 많이 가긴 한다. 큰 아기라고들 하잖나.(웃음)

'연가시'의 경순은 주식하다 망하고 가세가 기운 남편의 어려움을 알고 받아주는 게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돈 벌어오라고' 그러면서 잔소리하고 그러면 그게 더 스테레오 타입 아닌가. 참아내고 조용히 견디는 게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강인하게 평정심을 보여주는 게 남편이 분투하게 하는 동기를 준다고 봤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그게 더 그 남자의 속을 긁어놓지 않을까.

-실제론 그렇지 않은데 엄마 역할을 연이어 했다.

▶엄마 역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늘 누구의 아내이거나 엄마이거나, 그렇지 않은 역할 찾기가 힘들다. 수요보다 공급이 적은 거다. 제 나이 또래 여자 배우가 할 만한 역할도 많지 않고, 제가 변화하고 싶다는 의지와는 상관 없이 일단 그렇게 흘러가는 경우도 많다. 지금은 여배우로 자리매김 하고 싶은 마음이다. 캐릭터 없이 누구의 아내, 어머니 이럭 역할은 좀 버리고.

'사랑을 믿어요'를 했던 데도 그런 이유가 있었다. 드라마지만 강렬했고, 아내이자 엄마였지만 캐릭터가 확실했다. 당시 참 힘들었다. 말이 많지 않은 편인데 다다다다 연기하고 나면 정말 힘들어서 집에 와서는 쓰러져버리곤 했다.

배우 문정희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배우 문정희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진짜 강렬하긴 했다. 퍼머머리 뿔테안경에다 에너지 넘치는 잔소리쟁이.

▶처음엔 '저를 뭘 보고 이걸 시키시나', '나한테도 이런 역이 오다니 하고싶다' 이런 마음이 공존했다. 새로운 데 부딪쳐서 '이런거 못해요' 이런 건 없다. 도전의식이 너~무 세다. 작가 선생님도 제가 그렇게 할 줄은 몰랐다고 하더라. 본인이 시켜놓고.(웃음)

-'연가시'에 출연한 건 어떤 이유였나. 역할도 크지 않은 편이었는데 보고 나면 눈에 띈다.

▶그런 이야기 종종 들었다. 김명민 선배님이야 메인 캐릭터로 극을 이끄는 부분이 있고, 동완씨도 아이돌 스타 출신으로 돋보이고 이하늬씨도 돋보이고. 저는 도리어 그 사이에서 잘 묻어날 수 있겠구나 하는 걸 봤다. 다른 분들이 큰 그대를 안하고 작품을 보셨다는 얘기일수도 있고. 일단 유일하게 감염자 역할이라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었다. 감염 경로를 유일하게 보여줄 수 있고, 롤모델이나 사례가 있는 게 아니어서 제가 만드는 대로 관객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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