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시'에 물린 '스파이더맨', 180도 역전..왜?

전형화 기자  |  2012.07.16 10:35


한국영화 '연가시'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대한 극장대접이 180도 달라졌다.

16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연가시'는 15일 43만 1229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스크린수는 728개, 상영횟수는 4122번. 2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이날 26만 7747명을 동원했다. 스크린수는 647개, 상영횟수는 3008번이었다.


'연가시'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스코어 차이는 20여만명이며, 스크린수도 100여개, 상영횟차도 1000여번 차이가 난다. 격세지감이다.

당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연가시'는 게임이 안될 것이라는 게 영화계 중론이었다. 6월28일 개봉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어벤져스'를 제치고 올해 최고예매율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7월5일 개봉한 '연가시'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예매율이 4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차이가 극심했다.


통상 이 정도 예매율이 벌어지면 스코어는 불 보듯 뻔하다. 때문에 극장들도 일찌감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조조부터 심야까지 절반이 넘는 스크린을 배정했다. '연가시'는 한국영화 최대투자배급사 CJ E&M 작품치고는 500개가 안 되는 스크린으로 초라하게 출발했다. CJ E&M 내부에서도 총 스코어를 150만명 정도 예상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결과는 전반대였다. '연가시'는 첫날 19만명을 동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누른 데 이어 점점 더 스코어를 올렸다. 조조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관이 빈 데 반해 '연가시'는 꽉 들어찼다.


극장들은 부랴부랴 '연가시'에 더 많은 극장을 돌렸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관을 빼서 '연가시'로 배정하기 시작했다. '연가시'에 더욱 관객이 몰리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스코어가 줄어들기 시작한 건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연가시'에 관객이 이처럼 몰리자 한국영화계는 고민에 빠졌다. 관객이 도대체 왜 몰리는 지에 대한 분석에 들어간 것. 한 영화 제작자는 "기획이 좋았다곤 하지만 (흥행이)이해가 안되는 게 사실"이라며 "관객이 원하는 게 무엇일지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연가시'는 곤충에 기생해 물에 빠뜨려 죽게 만드는 기생충 연가시가 사람에 감염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김명민이 가족이 연가시에 감염되자 약을 찾아나서는 주인공을 맡았다.


'연가시' 이 같은 흥행에는 높은 인지도가 우선한다. 몇 해 전부터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과거 '홍콩할매'처럼 선풍처럼 일었던 '연가시 괴담'이 일었다. 영화처럼 실제 사람에게 연가시가 감염돼 죽었다는 괴담이다. '연가시'는 개봉에 앞서 웹툰으로 마케팅을 벌였다. 역시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이런 마케팅 덕에 인지도가 상당히 높았다. 이런 인지도를 실제 관객이 몰리는 선호도로 바꾼 건 재난 블록버스터와 가족신파를 끝까지 밀어붙인 영화의 힘도 한몫한다.

거기에 공포영화에 목말라했던 여고생들이 몰린 것도 컸다. 여름극장가에 블록버스터 틈바구니로 항상 공포영화 수요가 있었다. 올 여름 적절한 공포영화가 없던 차에 '연가시'가 공포영화처럼 관객에 자극을 준 것. 여고생들이 현장에서 대거 '연가시' 표를 구매하면서 예매율이 낮은데도 흥행에 일조하고 있다. 박한별 주연 공포영화 '두개의 달'이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가족극을 표방하면서 40대 주부들도 극장을 찾고 있다. CJ E&M 관계자는 "평일 낮시간대에 40대 주부들이 대거 관람하고 있다"며 "가족애가 깊이 드러난 게 주부관객들에게 공감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가시'는 현재 기세라면 400만명을 넘어 5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개봉하고 25일 '도둑들'이 개봉하는 게 변수이긴 하다. 그럼에도 평일 스코어가 줄고 있지 않아 스크린만 확보한다면 꾸준히 흥행몰이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연가시'에 감염된 관객들이 얼마나 늘어날지, 올 여름 예상 못한 복병의 등장에 영화계가 긴장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