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주지훈 "평생 거짓말하고 싶지않았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12.07.17 17:28
이동훈 기자 이동훈 기자


주지훈은 한 때 충무로와 방송가에서 모두 탐내던 배우였다. 웃고 있어도 그늘져 보이는 얼굴과 날카로운 몸짓은 그를 위태로운 청춘의 표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2009년 대마초를 피운 혐의를 인정한 뒤 군대에 입대해 사람들의 눈에서 멀어졌다. 그 사이 주지훈의 자리를 메운 후배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주지훈이 돌아왔다. 복귀작으로 장규성 감독의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택했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세종대왕이 직위 직전 자신과 닮은 천민을 왕자로 앉히고 시전을 돌아다니는 일을 그린 코미디영화다. 주지훈이 코미디를 한다? 그것도 사극에서?


위험한 선택일 수도 있고, 안전한 선택일 수도 있다. 비슷한 설정인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비교를 피할 수 없다. 주지훈은 어떻게 생각할까?

-대마초 사건 당시 음성으로 나왔는데도 혐의를 인정했다. 끝까지 발뺌해도 들키지 않을 수도 있었고, 그랬다면 더 많은 활동을 할 수도 있었을텐데.


▶별로 거짓말을 하고 살아본 적이 없어서. 아버지께서 늘 20살이 넘으면 남 탓 할 것 없다고 하셨다. 잘해도 내탓이고, 못해도 내탓이라고 말씀 하셨다. 만일 그 때 거짓말을 했다면 죽을 때까지 거짓말을 해야 했을 것이다. 불알친구들한테까지도, 나중에 내 가족들에게도 거짓말을 해야 했을 것이다.

-전 소속사는 좀 폐쇄적이었는데, 제대할 무렵 키이스트로 소속사를 정했다. 그건 주지훈이 앞으론 좀 더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살겠다는 각오처럼 느껴지던데.

▶고민을 많이 했다. 혼자 할까 생각도 했었고. 그런데 지금 소속사분들이 여러 번 찾아와주셨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어느 순간 정성이 느껴지더라. 같은 계통에 있는 선배고 동료로서 들을 것도 많았고. 훨씬 좋은 조건을 내세운 곳도 있었지만 사람 성격은 안 변하는 것 같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하고 싶더라.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지만 임원희 김수로 백윤식 변희봉 박영규 등 재미있는 배우들이 너무 많기도 하다. 주지훈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심이 잡혀줘야 할텐데.

▶저도 걱정이에요. 그래도 산만할 수 있지만 시나리오가 워낙 재미있었다. 또 감독님과 배우를 믿을 수 있었고. 장규성 감독님은 애드리브를 배우에게 맡기는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으시다. 전부 계산된 것이다. 배우들도 그걸 잘 아는 분들이고. 오히려 지금까지 작품 중 가장 걱정이 없었다.

-뒤집어 말하면 컴백작으로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잘하는 배우들에게 묻어갈 수도 있고.

▶사람들은 보통 평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나. 실제로는 입체에서 살고 있으면서. 이 말은 그 질문을 뒤집었다고 꼭 그렇지 만은 않다는 뜻이다. 그렇게 단선적인 게 아니란 뜻이고. 그런 걸 계산하고 살았다면 혼자 회사를 차렸을 것이다.

-코미디에 사극인데.

▶내가 웃겨야 하는 코미디라면 더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상황이 재밌고 그 흐름 속에서 코미디가 나온다.

-왕자와 천민, 1인2역을 해야 했는데. 완전히 다른 인물로 연기했나.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접근했다. 걸음걸이와 목소리, 습관까지 다른 설정을 했다. 사람들에겐 천민으로 연기할 때를 보고 기존 주지훈 이미지에 비해 과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여러 설정을 했는데 장규성 감독님은 그야말로 '마~님'이라고 하는 캐릭터를 원하시더라.

이동훈 기자 이동훈 기자


-오랜만에 다시 카메라 앞에 섰는데 감흥이 있던가.

▶생각보다 떨림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작품을 찍을 때는 집 앞에 나설 때부터 각오를 하지 않나. 오히려 테스트 촬영 때 쿵 하고 떨리더라. 그냥 쉬운 마음으로 갔으니깐. 아, 내가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는 구나란 생각이 들더라. 카메라도 필름에서 디지털로 바뀌어있더라.

-남자는 군대를 다녀오면 아저씨가 된다. 예전처럼 손대면 깨질 것 같은 유리 같은 이미지는 사라진 것 같은데.

▶이 영화를 찍으면서 살을 6㎏ 찌웠다. 그렇게 되면 걸음걸이도 바뀐다. 하지만 그런 것을 떠나 느낌이 예전처럼 면도날 같지는 않은 것 같더라. 청춘이 집중됐던 그런 것은 사라진 것 같다. 조금 더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실제로 그런 여유가 느껴진다.

▶좋은 선배들, 사람들 때문인 것 같다. 예전에 한 미용실에서 차승원 선배님을 뵙고 인사를 했는데 "어, 너 지금 잘하고 있어. '앤티크' 하지 잘하고 있어. 지금처럼 잘하렴"이라고 격려를 해주시더라. 정말 감동했다. 그러면서 배웠다. 먼저 다가가고 인사하고 진심으로 생각해줘야 한다는 것을.

-키이스트는 배우들에게 연기 외적으로 자신의 관심사를 배려해준다고 제안을 하곤 하는데. 어떤 비전을 공유하자고 하던가.

▶사업 아이템을 3가지 정도 내놨다.(웃음) 일단 지금 밴드를 하고 있으니 그것도 잘 하고 싶다.

-어떤 밴드를 하고 있나.

▶제스터즈란 밴드다. 광대란 뜻이다. 군대에서 만난 친구들과 같이 하고 있다.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다. 작사,작곡도 하고 있고. 김재욱이 하고 있는 월러스와 같이 하고 있다.

-연기도 하고 밴드도 하고. 영감을 따라가는 삶을 살고 싶은건가. 그런 각오의 순간이 있었나.

▶재미 있는 것을 찾아서 살고 싶다. 하지만 그 재미라는 게 단순히 '퍼니'를 의미하진 않는다. 집중과 만족이 있어야 한다고 할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였던 것 같다.

-'광해:왕이 된 남자'의 이병헌과 비교를 할 수 밖에 없을텐데.

▶글쎄, 영화를 보면 아실 것 같다. 전혀 다른 영화니깐. 같은 커피숍에서 카모마일과 아메리카노를 시킨다고 둘을 비교하진 않지 않나. 또 이병헌 선배를 워낙 존경한다. 비교 자체를 할 수 없다.

-SBS '다섯손가락'을 차기작으로 선택했는데.

▶나문희 선생님, 채시라 선배 등 출연하시는 분들이 어마어마하다. TV는 '무한도전' 정도만 보고 잘 보지 않는데 어느 날 함은정이 연기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내가 점수가 짠 편인데 너무 잘하더라.

-영화가 촬영이 끝나고 너무 빨리 개봉(8월9일)하는 건 아닌가.

▶그래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나도 왼쪽발이 찢어져서 꿰맸는데 바로 맨발로 걷는 장면을 계속 찍어서 병원에 갈 수가 없었다. 결국 실밥을 산 정상에서 내가 손톱깎이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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