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SBS '추적자' 홈페이지>
손현주의 눈물이 시청자를 울리고, 김상중의 이중면모가 시청자를 분노케 했으며, 박근형의 카리스마가 시청자들의 숨을 삼키게 했다.
지난 17일 막을 내린 SBS 월화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극본 박경수·연출 조남국)는 흔히 말하는 톱스타나 요즘 뜨는 신세대 연기자가 없이도 시청률에서 흥행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 드라마였다.
극 초반 젊은 세대들의 인기를 끌어 모을 만한 뜨는 스타가 없다는 점은 드라마에 대한 관심도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추적자'는 '드라마의 제왕'이 캐스팅 난항을 겪으면서 급하게 편성됐던 터라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기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추적자'는 이 같은 우려와는 반대로 연륜 있는 중견 배우들의 건재함을 입증했다. 딸 수정(이혜인 분)과 아내 미연(김도연 분)을 잃은 형사 백홍석 역의 손현주와 대통령을 꿈꾸는 무자비한 남자 강동윤 역의 김상중은 명불허전의 콤비 호흡을 선보였으며 서회장 역의 박근형은 카리스마 넘치는 대기업 회장으로 드라마의 중심을 잡아 줬다.
그간 일일극이나 주말극에서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만나왔던 이들이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전면에 나섰다. 시청자들은 숱하게 봐 왔던 이들의 연기를 오히려 신선하게 여기기도 했다. '추적자'가 중견 연기자들의 재조명의 장이 된 것이다.
마지막회에서 백홍석은 도망갈 기회가 있었음에도 딸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스스로 법정에 섰다. 어떤 위기가 닥쳐도 "난 수정이 아빠니까"라는 이유 하나로 달려온 홍석은 결국 동윤을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시키고 딸의 죽음 뒤에 어두운 진실을 모두 밝혀냈다.
딸의 죽음에 얽힌 죄들을 낱낱이 밝히고 법으로 심판하고 오명까지 벗게 한 뒤, 홍석은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징역 15년이라는 중형에 동료들이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렸고 딸의 환영을 마주한 홍석은 "아빠는 무죄야"라는 말에 환하게 웃었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손현주의 애절한 연기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김상중은 대통령의 야망을 위해 뒤를 돌아보지 않는 강동윤으로 분해 강렬한 악역 연기를 선보였다. 김상중은 동윤이라는 캐릭터에 완벽하게 빙의해 시청자들이 헷갈릴 정도의 설득력 있는 연기를 펼쳤다. 동료 배우들조차 "동윤의 연설을 듣고 있으면 투표를 하고 싶을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
김상중의 욕망을 향한 처절한 연기 때문이었을까. 마지막 회에서 강동윤은 살인교사죄로 결국 징역 8년을 선고 받은 그의 모습은 후련함 보다는 시청자들에게 안타까운 연민을 불러 일이키기도 했다.
<사진출처=SBS '추적자' 홈페이지>
정치와 결탁해 기업을 확장하고 권력을 움켜쥐었던 서회장은 "욕 봐래이"를 시작으로 구수한 사투리로 내뱉는 날카로운 은유의 대사들로 시청자들 사로잡아 왔다. 서민의 아들로 자기 딸과 결혼해 대통령을 꿈꾸는 사위 동윤을 마름으로 비유하는 등의 대사들은 어록으로 일컬어지며 드라마에서 기둥 같은 역할을 했다.
마지막회에서는 아들 서영욱(전노민 분)을 후계자로 키우기 위해 해외로 유학을 보내고, 딸 서지수(김성령 분)가 체포되고, 지원(고준희 분)마저 집을 떠난 뒤 홀로 남은 모습으로 쓸쓸한 왕의 모습을 그려냈다.
또한 정의로운 검사 최정우 역의 류승수, 홍석의 외로운 싸움을 지지해준 황반장 역의 강신일의 강직한 연기가 극에 힘을 더했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서지수 역의 김성령, 야망으로 똘똘 뭉친 신혜라 역의 장신영, 가족과 정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서지원 역의 고준희 등의 여성 캐릭터들은 의외의 반전으로 극의 흐름을 전환시켰다.
류승수는 재판을 이끌며 마지막회를 주도했으며, 장신영도 끝까지 정치적 미래를 위해 재판에서 거짓말을 하다, 위기에 쏠려 결정적 증언을 하는 반전의 키 역할을 했다. 친구를 배신했던 윤창민(최준용 분)도 마지막엔 진실을 고백하고 참회했다. 고준희는 결국 서회장에게 집을 잠시 떠나 있겠노라 선언하며 신념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홍석의 싸움에 조력자 역할을 했던 조형사(박효주 분)는 용식(조재윤 분)에게 1년 뒤 죄를 짓지 않고 성실하게 산다면 결혼을 생각해 보자며 프러포즈하는 모습으로 훈훈한 분위기를 더했다.
남녀, 주조연을 막론한 배우들의 호연과 열정은 한 번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어느 하나 방치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덕분에 드라마는 빛을 볼 수 있었으며, '추적자'는 배우들의 존재감이 가장 빛나는 작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