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니즘에 빠진 '1박', 지금 필요한건 '앞잡이'

[기자수첩]

김수진 기자  |  2012.07.20 15:02


KBS 2TV '해피선데이'의 '1박2일'(연출 최재형)이 '착하니즘'에 빠졌다. 출연진도, 제작진도 모두다. '앞잡이' 이수근까지도 이제는 모범생이다.


'1박2일'은 연출자와 출연자가 교체된 지 4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새 단장을 했지만 신선한 맛은 없다. 기존 형식을 그대로 취한다.

그렇다고 평가절하하기엔 무리가 있다. 기존 '1박2일'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나름의 노력으로 꾸준히 고정 시청자의 사랑은 받고 있다.


하지만 부족하다. 모두가 '착한이 병'에 전염, 긴장감이 상실됐다. 야간 취침 미션에 실패를 해도 '잘했어', 팀 대결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해도 '잘했어'. '이 정도면 정말 잘 한 거야'란다. 이전 멤버들 간 갈등을 야기하며, 긴장감을 부여하고 깨알재미를 주던 그 맛이 없어졌다. '1박2일'이 마치 이미지 관리의 장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멤버들은 '왕긍정'?, 잠자리 미션에 실패해도 잘 했다구요?


무한 긍정의 힘일까, 이미지 관리일까. 꾀를 부리던 은지원의 모습도, 호통으로 분위기를 제압하던 '맏형' 강호동도, 팀원간 논란을 조장하던 이수근도 없다. 새 멤버에 대한 기대가 큰 탓도 있겠지만 이들을 대신하는 새로운 캐릭터도 없다. 심지어 '1박2일'에 존속한 이수근마저도 이전 '앞잡이' 캐릭터를 버리고 진행하기에 바쁘다. '은초딩', '어른애', '앞잡이' 등등이 '1박2일'에서 얼마나 큰 재미를 안겨 줬었는지 실감하는 요즘이다.

지금도 복불복 게임이나 잠자리 미션 등은 예전 그대로다. 하지만 영 예전 같지 않다. 지난 5년, 90분 방송 매회에 등장하는 복불복 게임이나 잠자리 미션 등이 더 이상 흥미롭지 않은 이유는 뭘까. 5년간 방송되어 왔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겠지만, 캐릭터들의 천편일률적인 '착하니즘' 때문이 아닐까.

잠자리 미션 성공을 눈앞에 두고 한 명의 멤버로 인해 허사가 되는 결과에도 "우리 이 정도면 잘 한 거야"라고 말한다. 아쉬움을 드러내긴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미션 실패에 대한 '복수'나 투정을 부리지 않는다. 제작진을 향해 '생떼'를 쓰는 법이 없다. 새로 투입된 '맏형' 김승우, '차희빈' 차태현 등 온순한 양떼 같다. 멤버들의 '생떼'를 보며 시청자는 즐거웠다. 악의가 없는'생떼'임을 알기에.




◆최재형PD, 좀 사악해지면 안되나요?

멤버들만 착하니즘에 빠진 건 아니다. 연출자도 너무 착하다. 물론, 최재형PD는 실제로 심성이 곱다. 필자 역시 공감하고 그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방송을 보다보면 '착하니즘'에 빠진 멤버들보다 더 착하다는 생각이 든다. 천성이 착한 것을 어찌하랴만 조금만 '사악'해지면 어떨까 싶다.

멤버들과 게임으로 '흥정'을 하며 결코 물러서지 않아 "나PD 나빠요"라는 말을 들었던 '독재자' 나영석 전 PD와 비교했을 때, 최 PD는 유순하다는 느낌을 준다. "절대로 안됩니다"는 고사하고, 멤버들의 '생떼'가 발휘되기 이전에 이미 이들의 의견에 수긍하며 끌려간다는 인상이 강하다.

최근 방송분에서 최재형PD의 '살신성인'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멤버들과의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신의 KBS 사원증 사진을 꺼내 들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는 자막 그대로의 심정이었겠지만, 시청자는 즐거웠다. '이제 감을 잡았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게임종료 4초를 남기고 이수근을 시작으로 멤버 전원을 박장대소케 한 최 PD의 사원증 사진이 비단 멤버들만 웃겼을까. '살신성인'의 자세는 시청자의 입과 눈을 춤추게 만들었다. 이제 '1박2일'에서 필요한 것은 이러한 '살신성인'보다 더 '살기'를 띈 최 PD의 '독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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