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 "벨기에서 詩쓰다 '마셰코' 지원한 이유?"(인터뷰①)

올'리브 요리서바이벌 '마스터셰프 코리아' 준우승자 박준우 인터뷰

문완식 기자  |  2012.07.21 08:00
박준우 ⓒ사진=임성균 기자 박준우 ⓒ사진=임성균 기자


케이블채널 올'리브 요리 오디션프로그램 '마스터셰프 코리아'(이하 '마셰코')의 우승자가 드디어 가려졌다. 지난 20일 '마셰코' 최종 결승전에서 김승민(42)이 박준우(30)를 누르고 우승, 우승상금 3억원의 주인공이 됐다. 우승자에게는 거액의 상금 및 많은 부상이 주어지지만 준우승자에게는 상품권 한 장도 없다. 하지만 박준우는 웃고 있었다. '벨기에 털남'이 미소를 지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박준우는 '마셰코'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일반인 요리 오디션에서 방송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쉽지 않은 일. 하지만 박준우는 강레오, 김소희, 노희영 등 심사위원들 앞에서 절대 주눅 들지 않는 모습으로 관심을 모았다.

그는 긴장된 경연 속에서도 심사위원들의 지적에 또박또박 '말대꾸'를 했으며, 방송 중 언사가 자주 '삐'소리 처리 될 정도로 '거친 매력'을 보여줬다. "요리는 장난"이라고 말해 동료 도전자들 및 요리를 사랑하는 시청자들을 분개하게 만들었다.


반면 살아 있는 요리 재료를 무서워하고, 매운 것을 못 먹는 모습은 여성시청자들의 '모성애'를 자극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조금은 낯선 벨기에 출신에다 우리 나이로 서른 살이라는 것을 도무지 짐작하기 어려운 외모 역시 그에 대한 호기심을 높인 요인 중 하나다.

"11년 전 벨기에로 이민..호기심반 장난반 '마셰코' 지원"


-촬영 끝내고 어떻게 지냈나.

▶6월 2일에 최종회 촬영을 마쳤다. 촬영을 마치고 붕 떠서 지냈다. 원래는 후반까지 갈지 몰랐다. 초반에 막 해서 떨어지고 다시 벨기에를 가서 통역 일을 하든지 책 준비를 하든지 하려고 했는데 후반까지 갔다. 끝나고 나니까 올리브 쪽에서 또 다른 프로그램 기획 얘기가 나와서 기다려 달라고 해서 그냥 있다(웃음).

-준우승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나.

▶아쉬움은 있다. 우승에 대한 아쉬움은 아니고 3억에 대한 아쉬움이다(웃음). 목표가 세 번째 탈락자였기 때문에 우승을 못했다는 거에는 별로 감회가 없다. 처음에는 진지하지 않았다, 갈수록 욕심나기는 했지만. 일단 본선에 들어가자마자 떨어지면 쪽팔리잖나. 그 다음에 떨어지면 아쉬울 것 같았다. 그래서 세 번째 정도 탈락하면 재미도 봤고 나도 후회가 없을 것 같아 그게 목표였다.

-방송 초반 다소 까칠한 모습에 시청자들이 호의적이지 않았는데.

▶욕 많이 먹은 거 알고 있다(웃음).

-그런데 서바이벌이 진행되면서 초기의 까칠한 모습에서 많이 바뀌었다. 심사위원들에게 순응하기도 하고. 목표였던 세 번째 탈락자를 넘어서면서 욕심이 생긴 것인가.

▶그렇다. 가면 갈수록 욕심이 생겼다. 처음 심사가 서류심사였고 다음에 전화면접 그 다음에 실제로 만나서 면접이었다. 처음에 서류 보낼 때만 해도 우리가 흔히 왜 농담반 진담반이라고 하지 않나. 저는 진짜 호기심반 장난반이었다. 안 되도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서류, 전화, 면접을 차례로 통과하니까 그때 약간 욕심이 나서 세 번째 탈락자까지 하자는 욕심이 생기더라. 그런데 세 번째를 통과하고 네 번째를 통과하고 나니까 조금씩 잘해보고 싶은 거다. 왜냐하면 내가 하는 요리를 요리사의 입장은 아니지만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데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거다. 그래서 조금 더 진지해지지 않았나 싶다.

-벨기에 출신으로 눈길을 끌었다.

▶벨기에에서 11년 정도 살았다. 한국 들어온 지는 1년 반 정도 됐다. 부모님은 벨기에에 사시고 동생은 프랑스에 있다.

-직업이 기자던데?

▶한국 들어와서 식품·위생 쪽 기자 일을 하던 중에 '마셰코'에 들어가게 됐다. 원래는 적이 있는데 방송에는 '기자'라고 나오다 '프리랜서 기자'라고 바뀌었다. 기자라고 하니까 MBC 박준우 기자와 혼동하더라(웃음). 안되겠다고 싶어 제작진에 얼른 프리랜서로 하자고 했다. 적이 있는 기자였고, 프리랜서 칼럼니스트였다. 월간잡지 이런데 음식 관련 칼럼을 썼다.

\'마셰코\' 장윤주 미션 당시 박준우의 모습 <사진=올\'리브> '마셰코' 장윤주 미션 당시 박준우의 모습 <사진=올'리브>


"詩 쓰고 싶은 데 돈 안 되서 미식평론 쓰기 시작"

-평소에도 요리에 관심이 많았나.

▶원래 대학에서 현대어문을 전공했다. 졸업은 안했다. 벨기에 대학에서 현대 언어와 문학을 공부했다. 시랑 수필을 위주로 쓰는데 소설이나 시나리오는 잘못 쓰겠더라. 문학이 돈이 안되고 그중에 돈이 제일 안되는 게 시나 수필인데, 글은 쓰고 싶고 돈은 벌고 싶고 하나보니까 돈 되는 글을 쓰자고 마음을 먹었다. 제가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데, 미식평론 생각이 들더라. 워낙 유럽은 미식문화, 미식평론 문화가 구축이 잘 돼있으니까. 그래서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 돈 되는 글 좀 써보려고 . 그런데 돈이 별로 안되더라(웃음).

- 한국에 들어와서 기자로 활동하다 '마셰코'에 지원한 이유는?

▶제가 시를 쓸 때는 월급을 못 받는데, 조그만 신문사 들어가 칼럼 써주고 기사 써주면서 한 달에 80만원 정도 받았다. 한국 들어와서 1년 반 동안 칼럼도 써보고 자유기고도 하고 기사도 썼다. 또 문인들 모아서 시동인도 했다. 하고 싶은 거 해봤으니 이제 먹고 살 것이 걱정이 들었다. 벨기에에서 통역 일을 할 때는 돈을 훨씬 많이 벌었기에 한국에서 일을 그만두고 벨기에 가서 살아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던 차에 '마셰코'에 지원을 하게 됐다. 얼른 떨어지고 벨기에 가서 돈을 벌자였는데 석 달 촬영을 다하게 됐다(웃음). 사실 '마셰코' 지원할 때 마음은 벨기에 돌아가기 전에 놀러간 것이었다. 어떤 분은 '3억원을 타고 싶어서 왔다', '요리사로서 인정받고 싶다'고 하더라. 그런 소리를 나중에 듣고 미안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감동을 받기도 했다. 처음에 '마셰코'에 지원했을 때는 굉장히 진지하지 못했다.

-강레오 셰프가 기자간담회에서 '박준우는 제일 좋아하는 친구'라면서 창의성을 극찬하던데.

▶처음에 되게 안 좋은 모습으로 비쳐졌을 수 있다. 보이는 모습은 심사위원과 참가자, 선생님과 제자였겠지만 각자 입장에서 달랐을 것이다. 예를 들어 김승민 형 같은 경우는 25년 이상 요리를 한 경우이고, (요리사 출신)심사위원들과 약간 뭐랄까 경쟁자가 됐을 수 있을 것이다. 또 김태욱이나 박성호 같은 경우는 요리사를 할 사람들이니까 선배처럼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저는 절대적으로 먹는 입장이지 않나. 지금까지도 그렇지만 내가 요리사는 아니니까. 그렇기 때문에 목숨을 걸 만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 사람들한테 못 보인다고 사형을 당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처음에는 그 사람들(심사위원들) 앞에서 당당했다. '당신들은 요리사고 나는 먹는 사람이니까 내가 먹는 거 좋아하니까 어찌하다 여기 왔으니까 나 하고 싶은 거 하다가 떨어뜨리고 싶으면 떨어뜨려라, 가겠다'였다.

그런데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 정이 들지 않나. 그리고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고. 그러다보면 인정하게 되고 친해지게 되고 하는 것 같다. 한번은 미션이 있었는데 강레로 셰프 음식 따라 하기였다. 어떻게 그 전에 (강레오 셰프가 운영하는)마카로니 마켓에 몇 번 갔다. 와인스터디를 하는 모임이었는데 치즈나 햄 밖에 안 시켜서 음식 맛은 몰랐다.

그런데 '마셰코'에서 강레오 셰프가 하는 음식을 먹고 '아, 이 사람이 이런 요리를 하는 사람이구나'란 느낌이 들었다. 거기서 열렸다고나 할까. '이런 요리를 하시는 분이구나'하고 알게 된 것이다. 또 요리가 제대로 된 요리였으니까. 김소희 셰프님도 마찬가지였다. 유럽에서 일을 하시고, 내가 내고 싶은 유럽의 맛을 그 분이 평가를 하고, 또 그 평가를 제가 수긍을 하니까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니까 굳이 그분들하고 엇나갈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지켜보자고 하다가 결국 나중에는 심사위원들에게 동화되고 존경심을 갖게 된 셈이다.

▶그렇다. 일종의 그런 과정을 겪은 거다.

박준우가 \'마셰코\' 첫회에서 탈락의 위기를 벗고 웃는 모습 <사진=올\'리브> 박준우가 '마셰코' 첫회에서 탈락의 위기를 벗고 웃는 모습 <사진=올'리브>


"세 번째 탈락이 목표였는데 결승까지 진출..목표는 이뤘다"

-미션 수행에서 처음에는 기발하게 하다가 나중에는 무난하게 가던데.

▶매 미션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했을 뿐이다. 그게 다다. 첫 미스터리박스 미션에서 닭이 나왔을 때 닭을 안 쓰고 레몬타르트를 한 게 이목을 끌었는데 이유는 분명하다. 그 미션의 취지가 그 안에 있는 재료를 자의로 선택해서 임의대로 만드는 것이었다. 딱 봐도 닭이 메인이었다.

저는 기본적으로 메인을 싫어한다. 음식에 있어 메인이 아니라 스스로 비주류는 아니더라도 반주류 정서가 있다. 그러다보니까 분명 다들 닭을 쓸 거다 생각을 하니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닭을 빼고 나니까 남은 게 전식과 후식이었다. 왠지 다들 요리사들 분위기인데, 요리사들이 제일 약한 거는 아무래도 후식이기에 그것(레몬타르트)을 한 것이다.

그리고 당면 그라탕은(웃음), 당면은 김말이, 잡채가 맞다. 문제는 제가 그걸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당면은 고구마로 만들었고, 고구마는 감자랑 비슷하니까 감자그라탕을 한번 해보자 해서 한 것이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잘 맞았는지 정상적인 것들이 나온 것이다.

-가장 힘들었던 미션은?

▶12화(7월 13일)미션의 미스터리 박스미션이었다. 5명이 재료를 바꾸는 미션이었는데, 저는 기본적으로 한식을 좋아하지만 한식을 해본 적이 없다. 양식도 유럽식만 해봤다. 5명이 가져온 재료 중이 유일하게 크림을 가져 온 사람이 저였고, 유일하게 간장을 안 가져온 사람이 저였다. 나머지는 다 동양풍이었다. 저만 유럽식이었는데 제가 그 어느 곳을 가더라도 유럽 요리를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가장 한식적인 재료를 갖춘 곳으로 갔다. 초기에는 아무 것도 못하고 뻘뻘거렸다. 결국에는 요리를 하기는 했지만.

-준결승전에서 3명이 떨어질 때 기분은 어땠나. 다들 친한 사이라 아쉬움이 컸던 것 같은데.

▶기분이 좀 애매했다. 솔직히 결승 진출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날 촬영하기 전 생각이 '떨어지면 굉장히 쿨하게 나갈 것이다'라고만 생각했는데 결승에 올라가게 됐다. 근데 톱3로 갈지 톱2로 갈지 우리는 모르지 않나. 떨어지는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 남는 사람 중에 저를 포함해 3명이 올라갔으면 하는,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 같다.

어쨌든 저는 처음 목표했던 세 번째 탈락자를 지났기 때문에 결승 진출 그 순간에도 모든 목적을 이룬 상태였다. 다들 친한 사람만 남아서 떨어지는 것이 많이 아쉬웠다. 석 달 동안 붙어있었기 때문에 지금 만나도 다들 피붙이 같다. 남자들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모난 사람이 없었다. 제가 제일 모났으니까(웃음).

합숙하면서 남자들끼리 굉장히 친하고, 남자들하고 여자들끼리 안 친하고. 또 여자들끼리는 안 친하고 그랬다. 그런 것 때문에 남자들끼리 더 돈독해진 것 같다. 사실 거기서 승부에 크게 집착하는 사람은 없었다. '누구나 다 잘 돼야 된다'였다가 지배적이었다. '3억원을 누가 가져가는지의 문제지 누가 1등하고 2등하든 너희는 모두 잘하는 사람들이다'라는 것을 서로가 인정하고 있었다. 반면에 여자들은 서로 경쟁이 심했다(웃음).

(인터뷰②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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