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골든타임'이 의학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지난 달 9일 첫 방송한 '골든타임'은 SBS '추격자'가 종영한 후 계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키며 방송되고 있다. '골든타임'은 현실감 넘치는 응급실 이야기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인기를 끌며 명품드라마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21일 '골든타임'의 김진만 CP는 "'골든타임' 제작진은 사랑 이야기에 치중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병원에서 일어나는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보다 사명감, 동지애 동료에 대한 존경심 더 큰 차원의 사랑을 표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골든타임'에는 제대로 된 멜로라인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실상 우리나라 대부분의 드라마가 장르를 불문하고 사랑이야기에 치중하는데 비해 골든타임에서 멜로는 양념에 불과하다.
이런 제작진의 시도는 '골든타임'을 웰메이드 드라마로 만들고 있다.
극중 주인공인 이민우(이선균 분)와 강재인(황정음 분)은 극이 진행되면서 서로 호감을 가진다. 두 사람은 동시에 인턴으로 들어와 일각을 다투는 중증외상 환자들을 다루며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기회를 가진다. 이에 시청자들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점점 호감을 가지며 끌리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드라마 초반에 남자친구 때문에 부산에 있는 병원의 인턴으로 들어온 황정음도, 편하게 일하기 위해 한방병원에서 시간제로 일하던 무늬만 의사 이선균도 사랑타령으로 울고 웃지 않는다. 그들은 생명을 다루면서 울고, 소리치고, 웃는다. 그리고 이런 진심이 시청자에게도 전달됐다.
ⓒ방송화면 캡처
'골든타임'은 출연자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다.
"유괴범과 형사, 누구의 목숨이 더 소중할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사람들을 당황할 것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범죄가 횡횡하고 또 전 국민을 분노케 한 납치, 살인 사건들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형사의 목숨이 더 소중하다고 여기게 된다.
여기 '골든타임'의 이민우도 그랬다. 그는 유괴범보다 당연히 형사를 먼저 수술해야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의사 최인혁(이성민 분)은 생명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고 말한다.
최인혁은 "우리는 생명에 대한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고 말하며 둘 중 더 위독한 유괴범을 데리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결국 이날 유괴범의 수술을 진행하는 동안 형사는 사망하고 말았고 이에 가치의 혼란을 느낀 이민우는 이후 최인혁과 강재인을 마주치는 것조차 거부했다.
그러나 수술 후 깨어난 범인이 자신이 유괴했던 아이가 살아있다고 말하며 아이가 있는 장소를 알려줘서 아이를 살릴 수 있게 되자 이민우는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생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됐다.
이렇듯 '골든타임'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응급실의 모습을 다루며 보다 긴박하고 빠른 전개로 사랑받는 것뿐만 아니라,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의 고뇌를 시청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해 호평을 받고 있다.
'골든타임'에는 그동안 메디컬 드라마에서 많이 볼 수 있던 천재의사 '의느님'도 없고, 눈물 쏟는 로맨스도 없다. 그러나 인간미 넘치는 의사 최인혁의 명품연기와 무늬만 의사였던 이민우가 실수를 통해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 시청자를 찡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