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택 "'미새끼' 故노무현 존경 담겼다" (인터뷰)

안이슬 기자  |  2012.08.24 17:44
ⓒ이기범 기자 ⓒ이기범 기자


곽경택 감독이 신작 '미운 오리 새끼'를 들고 나왔다. 감독의 10번째 영화인 '미운 오리 새끼'는 알쏭달쏭한 제목부터 어딘가 곽경택 답지 않았다. 제목만큼이나 '미운 오리 새끼'는 곽경택 감독의 전작과는 다른 영화다. 스타도, 거대 자본도 없었다.


신인 배우들과 영화를 찍겠다는 의지는 불탔지만 투자부터 캐스팅까지 모든 것이 녹록치 않았다. '곽경택'이라는 이름도 스타급 배우하나 없는 이 영화에 돈을 모이게 할 수는 없었다. 흥행이 되리라는 보장도, 제작비를 건질 수 있으리라는 확신도 없었다.

그러나 이 불안한 영화 '미운 오리 새끼' 촬영을 무사히 마친 곽경택 감독은 이상하게도 신이 나 보였다. 감독인생 17년,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 곽경택 감독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열 번째 작품인데다 자전적인 영화다.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그런 거 있지 않나. 우리끼리만 내내 보다가 시사회를 하려니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기자들과 배급 쪽 사람들이 어떻게 영화를 볼 지 궁금했다. 시사회를 하고나니 일단은 영화 자체에 대한 공감을 해주시는 걸 느꼈다. 마음은 좀 편해졌다.


-전작에서는 거친 느낌의 남자주인공이 많았다. 그에 비해 낙만은 어리바리하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기분이 어땠나?

▶내가 그 시절에 딱 그런 모습이었다. 실제 김준구하고도 어느 정도 닮아있다. 굳이 김준구가 엄청난 연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웃음). 준구는 유쾌한 에너지가 많다. 그런 모습이 나로 하여금 그 친구를 주연배우로 찜하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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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낙만 역에 생짜신인 김준구를 캐스팅 했다. SBS '기적의 오디션'에서 어느 순간 눈에 들어왔나?


▶만난 첫날. 어리바리 하면서도 할 짓은 다 하더라. 이상한 가면을 쓰고 '제가 이 장면을 위해서 형들을 좀 모셨는데 무대로 올라와도 될까요?'라길래 '뭐하는 형들인데'했더니 '동네 형들입니다'라고 대답하고. 발음도 좋고 마스크도 새롭고 배짱도 있고 웃기다고 생각했다.

-멘토로 출연했던 SBS '기적의 오디션' 출신 신인들을 대거 기용했다. '기적의 오디션'이 감독에게 큰 의미가 있었나보다.

▶연기자들을 보면서 써놓은 시나리오를 가동시켜야겠다고 생각한 건 처음이다. 연기자에 꽂혀서 작품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보통은 이야기에 꽂힌다. 자칫 영원히 사라진 뻔 했던 이야기가 저 친구들을 계기로 작품으로 태어났다.

-톱스타들과 영화를 할 때와는 촬영 현장이 많이 달랐을 것 같다. 신인들과 함께해서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좋았던 점은 촬영 스케줄 잡기가 정말 편했다. 다들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라. 당장 급한 스케줄들이 없으니까 프로덕션 스케줄에 굉장히 충실할 수 있었다. 안 그랬으면 이 예산에 영화 못 찍었을 것이다. 숙련되고 원숙하지는 않지만 패기 있는 에너지가 항상 현장에 있었고 한 가족처럼 영화를 찍어서 굉장히 좋았다.

힘들었던 건 이 친구들의 노력과 믿음을 내가 보상을 해줘야 할 텐데, 흥행은 냉정한 싸움이니까. 웬만큼은 돼야 PD들이나 감독들이 배우들을 볼텐데, 그래야 또 기회가 생기는데 이게 쫄딱 망하면 어떻게 하나. 그런 걱정을 표내지 않고 1년 동안 간직하고 있는 게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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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이 많아서 일까. 감독이 직접 포스터에도 등장했다.

▶진짜 그런 짓은 안 하고 싶었는데 워낙 알려진 배우가 없다보니 홍보팀에서 조심스럽게 제안을 했다. 참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 사람들과 만든 작품을 어떻게든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마음으로 했다. 감독은 카메라 앞에 나오면 안 된다. 카메라 뒤에 있어야지.

-오달수가 자신이 고소 공포증으로 무서워 하니까 감독이 '그럼 울어!'라고 했다고 하더라. 원래 디렉션을 직구로 던지는 스타일인가?

▶나도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CG로 하자니 감정이 안 살고, 이 친구는 '도둑들'도 찍고 있어서 스케줄 확보도 힘들고 해는 져가고.

연기자가 편해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 최대한 설득하거나 서로 이해를 한 상태에서 찍기를 바란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오달수가 그 경우였다(웃음).

-영화에 학생운동, 故(고)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 음성 등 정치적으로 얘기가 나올 수 있는 장면들이 있다. 대선을 앞둔 시기라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시나리오가 딱 5년 전에 쓴 거라 그렇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권이 바뀔 때가 아닌가. 5년 있다가 영화를 찍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얘기 자체가 어차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존경이 담겨있으니까 소위 정치적인 냄새가 난다고 해도 극구 부인할 수는 없다. 의도는 없었지만.

-'미운 오리 새끼' 이후 차기작으로 고려하고 있는 작품이 있나?

▶몇 가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미운 오리 새끼'의 흥행 결과가 어떤 카드를 써야할지 결정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최종 성적은 얼마나 예상하는지?

▶일단 50만 만 넘었으면 좋겠다. 50만을 넘으면 도와준 분들에게 돈은 못 벌게 해드려도 넣은 돈을 돌려드릴 수는 있을 것 같다. 우선 그걸 넘기는 게 급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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