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의 1인2역은 과연 볼만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 제작 리얼라이즈픽쳐스, 이하 '광해')의 첫 언론시사회가 3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렸다. 추석을 앞두고 개봉하는 한국영화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데다 월드스타로 우뚝 선 이병헌의 첫 1인2역이 담긴 작품인 만큼 취재진의 열기도 뜨거웠다.
'광해'는 광해군 8년 '광해군일기'에 기록된 '숨겨야 할 일들은 기록에 남기지 말라'는 대목에서 모티프를 얻은 팩션 사극이다. 조선의 임금 광해(이병헌 분)와 닮은 얼굴 생김새 때문에 잠시 왕 노릇을 하게 된 광대 하선(이병헌 분)의 궁에서의 15일을 담았다. 하선은 물론 브레인 노릇을 하는 도승지 허균(류승룡 분), 냉담한 왕의 변화를 느끼는 중전(한효주 분) 등의 시선이 드라마틱한 사건들 속에 어우러졌다.
최근 개봉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등 퓨전 사극의 연장선에 있지만 '광해'는 코미디에 방점을 찍은 이들 작품보다 1230만 대작 '왕의 남자'를 먼저 떠올리게 한다. 위태로운 왕과 그와 대비되는 사내, 그리고 끝으로 갈수록 힘을 더하는 정치적 메시지까지 함께 녹여냈다.
무엇보다 이병헌의 1인2역 연기가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병헌은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왕 광해와 그 대역이라는 까다로운 두 인물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했다. 늘 살해 위협에 시달리는 신경질적이고도 위엄 넘치는 왕 광해와 인간미 넘치는 사내 하선을 대비시키면서도, 왕의 대역을 하면서 조금씩 그에 이입해가는 하선의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해냈다. 첫 사극에도 불구, 극에 쏙 녹아난 이병헌 특유의 매력적인 음성은 영화에 깊이를 더한다.
승승장구 중인 대세 류승룡은 물론 중전 역의 한효주, 조내관 역 장광, 도부장 역 김인권, 나인 사월이 역 심은경 등 다른 배우들의 앙상블도 나무랄 데 없는 느낌. 오랜만에 나온 묵직한 웰메이드 팩션 사극에 관객이 어떻게 반응할지 기대가 쏠린다.
'광해'는 오는 19일 개봉을 앞뒀다. 15세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