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드라마 '각시탈'(극본 유현미 연출 윤성식 차영훈)이 지난 6일 28회로 종영했다. '각시탈'은 주원을 선봉장으로 젊은 배우들이 기대이상의 호연을 선보였다. 그 뒤에는 명품조연들의 묵직함과 열연이 뒷받침 됐다.
전국환, 이경실, 천호진 등 수많은 조연들이 활약했다. 그동안 각 분야별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명품조연은 누가 있을까.
ⓒ사진=각시탈 캡쳐
◆ 여배우 분야 : 반민정
'각시탈'에서는 여배우들도 무술을 소화하며 액션연기를 펼쳤다. 극중 적파 역을 맡은 반민정의 활약은 가장 눈에 띄었다.
적파는 만주 군관학교 교관 출신으로 남자보다 더 뛰어난 무술실력을 가진 인물이다. 담사리를 도와 독립운동에 앞장서며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그는 첫 등장보다 마지막 퇴장에서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적파는 지난 8일 방송된 19회 분에서 의로운 죽음으로 하차했다. 적파는 일본경찰들에게 붙잡혔다. 잔인함으로 가득한 고문을 현실감 있게 연기했다.
그는 일본경찰의 갖은 회유에도 "죽어서라도 각시탈을 지키겠다"고 말하며 의리를 선택했다. 뒤이어 혀를 깨물고 자살했다.
반민정은 여배우로서 하기 힘들 수 있는 장면도 리얼하게 살렸다. 고문과정에서 그의 동공은 혈관이 터지기 일보직전의 상태였으며 눈빛은 반쯤 풀려있었다.
'각시탈' 공식홈페이지에 게재된 촬영장 영상에서도 반민정은 실신에 가까운 열연으로 촬영에 임했다. 장면이 공개되자 더욱 찬사를 받으며 주목할 만한 배우로 떠올랐다.
ⓒ사진=각시탈 캡쳐
◆ 종로경찰서 : 천호진
극중 천호진은 뼛속까지 사무라이 정신으로 무장한 하급무사 출신 종로경찰서장 기무라 타로 역을 맡았다. 우에노 히데키(전국환 분)가 몰래 이끄는 극우단체 '키쇼카이' 조선거점 정보원이 된 후 출세했다.
그는 이강토(주원 분)의 가족들을 몰살하고 각종 악행을 거듭했지만 결국 각시탈인 이강토에게 처단됐다. 이강토는 "날강도들을 이 땅에서 몰아낼 때까지 쓸 것이다"며 쇠퉁소와 칼로 죽였다.
기무라 타로는 피 흘리면서도 "기무라 타로는 죽어도 대일본제국은 영원할 것이다"고 유언해 마지막까지도 얄밉게 등장했다.
그는 극 초반부터 서슬 퍼런 카리스마를 뽐냈다. 자신의 아들 기무라 슌지(박기웅 분)와 친구이자 조선인 이강토가 실력으로 승승장구 하는 게 마땅치 않았다. 그가 아무런 대사를 하지 않아도 강토를 향한 불편함이 얼굴에서 느낄 정도로 열연했다.
천호진은 그동안 연기 경험을 기무라 타로를 통해 녹아냈다. 그는 KBS 2TV 주말연속극 '내 딸 서영이'(극본 소현경 연출 유현기)를 통해 또 다른 연기변신을 할 예정이라 더욱 기대를 모으게 한다.
ⓒ사진=각시탈 캡쳐
◆ 독립운동가 : 전노민
극중 전노민은 오목단(진세연 분)의 친부이자 노비출신의 의병장으로 일본경찰의 간담을 서늘케 만드는 무장 독립군 목담사리 역을 맡았다.
그는 활발한 독립운동으로 일본경찰들에게 지명수배 1순위지만 잡히기만 하면 탈출하는 신출귀몰한 존재로 등장했다. 담사리는 각시탈을 경계했지만 결국 그와 손을 잡고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지난 30일 에서 담사리는 최후의 죽음을 맞이했다. 꼿꼿한 절개의 소유자 담사리 다운 선택이었다.
그는 죽기 전 기무라 슌지에게 "자네가 보기엔 양백과 동진(박성웅 분), 각시탈만 잡으면 이 술래잡기가 끝날 것 같나?"며 "조선 땅에는 수많은 양백이 있고 동진이 있고 모래사장의 모래알 같이 많은 각시탈이 있다네"라고 말한 뒤 자살했다.
그러나 그 역시 딸에게는 한 없이 따뜻한 아버지였다. 1회에서 담사리는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때 담담하면서도 의연한 말투로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딸의 생사를 확인하는 모습에서 부정이 담긴 따뜻한 눈빛을 보내면서도 이내 냉철한 독립투사로 돌아와 더욱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전노민은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역할을 맡아왔다면 담사리를 통해 거친 모습을 선보여 연기변신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