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국제영화제 진출 반세기만의 쾌거였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제 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피에타'는 8일 오후 7시(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의 영화제 메인상영관 살라 그란데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로서는 사상 첫 황금사자상이며, 김기덕 감독으로서는 베니스 경쟁부문 4번째 진출만에 거둔 영예다. 한국영화가 3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도 이번이 최초다.
한국영화가 역사상 처음으로 국제영화제에 출품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56년 전이다. 1956년 이병일 감독의 '시집가는 날'이 제 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출품된 것이다.
전후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관객들의 지지 속에 한국 영화는 꾸준히 해외 영화제의 문을 두드렸다. 가장 먼저 국제영화제 수상의 소식을 알려온 것은 강대진 감독의 '마부'였다. 이는 1961년 제 1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특별은곰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한국영화는 국제영화제 무대에서 긴 암흑기를 보냈다.
이후 국내 영화팬들의 귀를 번쩍 뜨이게 한 소식이 1987년 베니스에서 들려왔다. 제 44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강수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강수연은 일약 '월드스타'로 도약했다.
베니스 영화제는 이후에도 한국영화를 유럽에 알리는 창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기덕 감독을 세계 무대에 알린 것도 2000년 '섬'과 2001년 '수취인불명'이 거푸 베니스 경쟁부문에 초청되면서부터였고 2002년에는 이창동 감독이 '오아시스'로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2004년에는 김기덕 감독이 '빈 집'으로 다시 감독상을 받았다.
칸 영화제에서의 성과도 눈부셨다. 1999년 송일곤 감독의 '소풍'이 단편 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 영화는 3대 영화제 중에서도 최고 권위의 영화제로 평가받는 칸을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고, 2004년에는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인 그랑프리를 탔다. 2007년에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칸의 여신에 올랐다. 2009년에는 박찬욱 감독이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칸의 남자' 홍상수 감독은 2010년 '하하하'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수상했다. 김기덕 감독이 문제작 '아리랑'을 내놓으며 화려하게 복귀한 곳 또한 칸이었다. 당시 김 감독도 주목할만한 시선 상을 받았다.
김기덕 감독은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도 2004년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1994년 장선우 감독이 '화엄경'으로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받은 지 딱 10년만의 본상 수상 소식이었다. 2007년에는 박찬욱 감독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이 상을 받았다.
그 사이 한국영화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고, 작품의 수나 질, 시장 규모 면에서도 세계 무대에서 손꼽히는 영화 강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어진 3대 영화제 수상 소식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최고상의 영예는 안지 못했다. 목말랐던 최고상의 소식이 드디어 2012년 베니스에서 전해졌다. 그 주인공은 김기덕 감독. 강렬하고도 독특한 영화세계로 이미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한 세계적 거장이다. 결국 그가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