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승룡 김인권 장광(왼쪽부터)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스틸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했던가. '남자의 변신'은 무죄를 넘어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최근 언론시사회를 통해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가 첫선을 보였다. 연기 인생 20년 만에 첫 사극 도전, 그것도 1인 2역을 소화한 이병헌의 연기는 단연 주목할 만 했다. 여기에 전에 선보인 적이 없는 잔개그까지 더했으니 '사극'임에도 신선함이 느껴진다.
연기 변신으로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배우는 이병헌 만이 아니다. 이병헌과 함께 영화를 이끌어가는 류승룡 김인권 장광 등 다른 배우들도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해 비교하는 재미를 준다.
올 상반기 '최고의 변신'을 선보였던 류승룡은 또 한 번 놀라운 변신을 꾀했다.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느끼함과 섬세함으로 중무장 했던 장성기의 모습에서 우직한 도승지 허균으로 단 번에 이미지를 바꿨다.
광해의 최측근으로 '가짜왕'을 세우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도승지 허균은 왕에게 이성적이며 우직한 성품을 지닌 인물. 류승룡은 보면 풍부하고 능청스러웠던 장성기의 표정을 벗고 근엄하면서도 어딘지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딱딱한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섰다. 물론 어설프기 짝이 없는 가짜왕 하선과 함께 할 때면 불쑥 등장하는 깨알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도가니'에서 아이들을 무참히 범하는 악덕한 교장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장광은 '광해'에서 인자한 웃음이 매력적인 충직한 내시 조내관 역을 맡았다.
'도가니'에서는 탐욕 그 자체였던 장광의 웃음은 '광해'로 넘어오자 인자한 미소로 달라졌다. 하선에게 넌지시 힌트를 준 그는 하선이 해내고야 마는 모습을 보며 보일락 말락 한 묘한 미소를 띤다. 하선 또한 그의 미소에 불안한 마음을 내려놓는다.
추창민 감독은 김인권에게 웃음 대신 충직함과 감동을 부탁했다. 김인권은 전작에서 보여줬던 코믹한 모습을 벗고 광해군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키는 충신 도부장 역을 맡았다.
원칙과 법도에 목숨을 거는 도부장의 모습은 잔머리와 임기응변에 능했던 이전 캐릭터들과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다. 김인권 마저 영화를 촬영하며 적응하지 못했을 정도. 웃음기는 줄었지만 끝까지 왕을 지키는 그의 모습은 가히 영화의 백미다.
변화무쌍한 매력을 선보이는 남배우들이 함께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오는 13일 본격적으로 관객 몰이에 나선다. 대작 없는 9월 극장가에 '광해'가 새 바람을 일으킬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