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美오스카 무대서 '아리랑' 부를수 있을까?

전형화 기자  |  2012.09.13 14:58
사진=이동훈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제 85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한국 대표로 출품된다.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김의석)는 13일 "2013년 2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주최로 열리는 제85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의 외국어영화상 부분에 출품할 한국영화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영진위는 아카데미 영화상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출품할 한국영화를 놓고 '피에타' 외에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과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추창민 감독의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후보 중 고심 끝에 '피에타'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최초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덕이 컸다.


김기덕 감독으로선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과 길고 긴 악연을 깰지도 주목할 일이다. 김기덕 감독은 2003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한국 대표작으로 선정됐었다.

하지만 다음해인 2004년 '빈집'이 선정되지 못하고 '태극기 휘날리며'가 선정되면서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김기덕 감독은 2005년 '빈집'을 영진위에 다시 한 번 출품했으나 '웰컴 투 동막골'이 선정되는 아픔을 맛봤다. 이후 2006년에는 '시간'을 아예 후보로 내놓지도 않았다.


그런 악연이 있었던 만큼 '피에타'가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지명될지 영화계 안팎의 시선이 쏠린다.

그동안 한국영화는 63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첫 도전장을 던진 이래 65년 신상옥 감독의 '벙어리 삼룡이, 68년 유현목 감독의 '카인의 후예' 등 당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영화들이 도전장을 던졌다.

2001년에는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2002년에는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 2003년에는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2004년에는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 2005년에는 박광현 감독의 '웰컴 투 동막골', 2006년에는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가 한국대표로 출품됐지만 본선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007년에는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한국대표로 선정돼 본선 진출에 희망을 걸었지만 역시 실패했다. 이후김태균 감독의 '크로싱', 봉준호 감독의 '마더', '맨발의 꿈', '고지전' 등이 매번 문을 두들겼으나 후보로 선정되지 못했다.

김기덕 감독은 한국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수상, 한국 최초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등 한국영화사에 최초라는 수식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과연 그가 이번에도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을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 본심에 오르기 위해선 무엇보다 미국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소개되는 게 필수다. 현지에서 개봉을 하거나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적어도 소개가 돼야 비로소 본심 후보에 오를 수 있다.

그동안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한국대표로 선출된 영화들 중에는 미국에 개봉조차 못했거나 아카데미시상식이 끝난 뒤 개봉돼 현지에서 호평을 받은 사례가 많다. '마더'가 대표적이다. '마더'는 아카데미시상식이 끝난 뒤 미국에서 개봉, 큰 호평을 받았다.

'피에타'가 본심에 오르기 위해선 미국 개봉이 필수다.

분위기는 좋다. '피에타' 미국 판매를 담당하는 파인컷 관계자는 "토론토국제영화제 마켓에서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고 전했다. 김기덕 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 미국에서 상당한 흥행을 거둔데다 '피에타'는 황금사자상 프리미엄까지 있기 때문.

과연 김기덕 감독이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도 '아리랑'을 부를 수 있을지, 현명한 전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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