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한 김기덕 감독 ⓒ이동훈 기자
김기덕 감독의 아카데미 7전8기는 통할까.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제 85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한국 대표로 출품된다.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김의석)는 13일 "2013년 2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주최로 열리는 제85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의 외국어영화상 부분에 출품할 한국영화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 이 부문 한국 대표로 선정된 것은 2003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후 9년만이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 영화 최초의 3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 최고상 수상작인 '피에타'가 2013년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2000년 '섬'이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국제무대에서 본격 조명받기 시작한 김기덕 감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후 아카데미 영화상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출품할 한국 영화 공모에 매년 작품을 접수시키며 꾸준히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려 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당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 지명에는 실패했지만 2004년 4월 미국에서 개봉, 장기 흥행하며 238만 달러의 수익을 올려 역대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현재까지도 '디 워'에 이은 2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04년에는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빈 집'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출품 한국영화에 선정됐다 번복되는 해프닝을 겪었다. 영진위는 당시 '빈 집'을 추천작으로 추천한다고 발표했다가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취소하고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를 선정해 논란이 됐다.
당시 '빈 집' 측의 항의로 영진위가 아카데미 집행위원회에 거푸 자격 요건을 질의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이후 영진위는 '빈 집'에게 이듬해 후보 출품 자격을 주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 시켰지만 2005년에는 박광현 감독의 '웰컴 투 동막골'에게 밀렸다.
김기덕 감독은 이후 2006년 '시간', 2007년 '숨' 등을 거푸 출품했으나 흥행작 '왕의 남자'(감독 이준익), 전도연에게 칸 여우주연상을 안긴 '밀양'(감독 이창동)에 밀려 연이어 탈락했고, 2008년 '비몽'은 아예 출품조차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3년 뒤 제작자로 변신해 만든 전재홍 감독의 '풍산개'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한국 대표 지명을 노렸으나 역시 실패했다. 그리고 2012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후 9년만에 '피에타'가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한국영화는 1963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첫 도전장을 던진 이래 50년째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 도전하고 있다. 1965년 신상옥 감독의 '벙어리 삼룡이, 1968년 유현목 감독의 '카인의 후예'를 비롯해 최근의 '마더', '크로싱', '맨발의 꿈', '고지전' 등 꾸준한 도전에도 불구, 한국영화는 수상은커녕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최종 후보작에 조차 한번도 오르지 못했다.
'7전8기' 김기덕 감독이 이번에도 해낼까. 내년 2월 24일 열리는 제 85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 지명은 내년 1월 15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