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탈' 주원 "애국청년? 솔직히 부담"(인터뷰)

KBS 2TV 수목드라마 '각시탈' 이강토 역

문완식 기자  |  2012.09.18 10:17
배우 주원 ⓒ사진=임성균 기자 배우 주원 ⓒ사진=임성균 기자


그는 실패를 모른다. 배우 주원(25)은 지난 2010년 KBS 2TV '제빵왕 김탁구'로 안방극장에 본격 데뷔했다. 앞서 2006년부터 뮤지컬에 데뷔, 빼어난 연기력과 잘생긴 외모로 눈길을 끌었지만, '주원'이란 이름의 진가는 TV 데뷔 후 더 발했다. '제빵왕 김탁구'를 시작으로 KBS 2TV '오작교 형제들' 그리고 최근 종영한 KBS 2TV '각시탈'까지 주원은 성공 가도를 달리며 그의 이름 앞에 '시청률 보증수표'라는 수식어를 새겼다. '제빵왕 김탁구'(최고시청률 2010년 9월 15일 45.3% AGB닐슨 전국기준, 이하 동일기준), '오작교 형제들'(2012년 2월 19일 36.3%), '각시탈'(2012년 9월 7일 22.9%)이 그가 TV 데뷔 후 이룩한 '성공'의 기록들이다. 지난 17일 주원을 만났다.


"또 성공이요?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하나 확실한 건 운이 정말 잘 맞은 것 같아요. 대본이 재밌어서 배우로서 연기하기 좋았고, 선배님들과 여러 선생님들 등 훌륭하신 분들이 많이 나왔잖아요. '각시탈'이 성공한 이유는 저 때문이라기 보다는 시청자분들이 믿고 보실만한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그랬던 것 같아요."

◆"일제 앞잡이 이강토, '개'(犬)로 이미지 잡고 연기"


'각시탈'에서 주원은 이강토 역을 맡아 일제 강점기 순사 연기와 조선 민족을 위해 일제에 대항하는 영웅 각시탈 연기를 실감나게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각시탈 연기는 말을 타고 달리고 일제 앞잡이들과 격투를 벌이는 등 액션신이 많았다. 주원은 이강토를 연기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6개월간 오롯이 이 드라마에만 매달렸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액션도 그렇고, 모든 게 양이 많았어요. '각시탈' 촬영을 지난 3월 1일부터 들어갔거든요. (박)기웅이 형이랑 (진)세연이는 4월 말부터 투입됐고요. 저는 3월부터 달리기 시작한 거죠. 일찍 시작한 만큼 액션도 연기도 다른 배우들 보다는 쌓을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있었던 것 같아요."


남보다 일찍 시작해서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 좋았다는 주원이지만, 그도 이기기 힘든 것들이 있었다. 바로 '잠'이다.

"잠을 못자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잠이란 단어가 사치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예 잠을 못 잤거든요.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게 제가 그런 상황에서 대사를 외우고 연기를 했다는 겁니다. 그렇게 정신없는데도 무사히 마쳤다는 게 신기할 정도예요. 며칠 밤을 새면서도 '정신을 차리자'를 되뇌며 연기했는데, 각시탈은 영웅이고 이강토는 악하고 갈등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하는 등 다양한 면을 고민하다보니까 머리가 많이 깨질 것 같았어요(웃음)."

주원은 자신만의 '이강토'를 창조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가 친일파 순사 이강토를 받아들고 떠올린 건 '개'(犬)였다.


"처음에 대본을 받고 이강토를, 소위 막말로 '개'로 잡았어요. 그래서 고민이 많았다죠. 극중에서 강토가 소리를 많이 지르는데 수위 조절을 어떻게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실제 상황이라면 고민 없이 막 질렀겠지만, 그렇게 하면 드라마니까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에 거북스러울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소리 지르는 신들이 유독 많았는데 그런 신들이 끝났을 때는 손발이 저리고 진이 빠질 정도로 다 내려놓고 찍었어요. 정말 표정이나 이런 걸 계산하지 않고 그 상황에 들어가서 내려놓고 촬영을 했던 것 같아요."

◆"가슴 치고 울고 나면 다 잃은 느낌..실제로 울었다"

주원에게 '각시탈'에서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모든 장면들이 기억에 남죠. 3개만 꼽으면 형(신현준 분) 등에서 울 때, 어머니가 죽었을 때, 목단이가 총 맞았을 때였어요. 그 때는 상상만으로 끔찍했던 것 같아요. (신)현준이형 등에서 울 때는 상황 자체에 굉장히 공감을 했어요. 나도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모르겠다는 감정이 절로 들었죠. 이강토 자체가 그렀잖아요. 나는 가족을 위해 돈을 벌고 살고 있지만 사람들은 나를 나쁜 놈으로 보고, 개인적으로 공감했던 것 같습니다."

배우 주원 ⓒ사진=임성균 기자 배우 주원 ⓒ사진=임성균 기자


그는 "기억에 남는 건 죄다 슬픈 장면"이라며 "그런 장면들은 신이 끝나도 여운이 많았다.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다 눈물을 흘릴 장면인데 스스로 공감이 많이 됐었다"고 말했다.

"무덤 앞에서는 진짜로 혼자 가슴을 치고 울었는데 정말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촬영 전에 쭈그려 앉아서 두 무덤(어머니와 형)을 보는데, 다 잃은 느낌이었어요. 가령 제가 가진 게 100이라면 그때 느낌이 100 이상 200정도 잃은 느낌이었어요."

'각시탈'은 주원에게 여러모로 힘든 작품이었지만 그만큼 '배우 주원'을 성숙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했다.

"사실 캐스팅 되고 부담이 엄청 났어요. 제작비도 제작비지만 처음 맡은 원톱 주인공이잖아요. 저를 아시는 분들마다 지나가시면서 '잘해야 돼' 이러시는데, 부담이 엄청 났던 것 같아요.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 타들었죠(웃음). 방송 전 사전제작 기간에 특히 그랬던 것 같아요. TV로 제가 찍은 걸 볼 수 없으니까 잘 찍은 건지 반응을 알 수 없잖아요. 잘하고 있는지 주위 분들과 상의도 하고 얘기를 하면서 찍고 그랬어요. 결론은, 부족한 부분도 많이 느꼈지만 '아, 나도 할 수 있구나'하고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제빵왕 김탁구', '오작교 형제들' 등 전작들에서도 느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나도 성장을 하는구나' 느꼈어요."

'각시탈'은 일제강점기 영웅 각시탈을 중심으로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주원에게는 첫 시대극인데다 겪어보지 못한 시대의 '민족 영웅'을 연기한다는 부담감도 따랐을 것이다.

"그 시대를 이해하려고 했어요. 살아보지 않았으니 직접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대본을 통해서 알려고 했는데, 제 스스로가 많이 아팠죠. 역사적인 공부도 됐어요. 제 스스로도 '각시탈' 들어가기 전에 충분히 일제 강점기 시절에 대한 공부도 했고요. 그러고 나서 연기를 하며 간접적으로 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직접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느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배우 주원 ⓒ사진=임성균 기자 배우 주원 ⓒ사진=임성균 기자


◆"애국청년? 솔직히 부담..우리 국민 모두 애국자죠."

지난 8월 광복절을 즈음해 위안부 이야기를 다루는 등 '각시탈'의 일제 만행 고발은 정점을 찍었다. 비슷한 시기 주원은 KBS 2TV '1박2일'에서 독도를 방문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애국청년'이라는 수식어가 주원의 이름 앞에 붙었다.

"'애국청년'이요? 부담스럽죠(웃음). 제가 특별히 의식적으로 드라마에 출연하고 예능에서 보여드리려고 한 것은 없어요. 사실 '각시탈' 출연할 때도 '항일 드라마'라는 것은 미처 생각치도 못했어요. 전 단지 작품만을 보고 선택을 했습니다. 여러 한류배우분들이 이 드라마를 두고 '항일'이라는 것 때문에 고사했다고 하는데, 저는 사실 그 분들이 '각시탈'에 출연을 안했다고 애국심이 없다고 생각은 안 해요. 모든 우리나라 국민들이 애국심이 있죠. 모든 배우들도 한국을 사랑하고요."

지난 3월 '각시탈' 촬영에 들어가면서 주원은 '1박2일'에도 동시에 고정 멤버로 발탁됐다. 주중에는 '각시탈'을 찍고 2주마다 주말에 '1박2일'을 촬영했다. 원톱 주인공으로 드라마에 들어가면서 리얼 버라이어티까지, '강행군'을 했다.

"체력적으로 진짜 힘들었어요(웃음). 근데 '1박2일'에 가면 너무 재밌었거든요. 제가 재밌었어요. 드라마 찍느라 체력적으로는 힘든 데 '1박2일' 촬영가서 하루 종일 웃고, 좋은 것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 일이지만 일탈같이 여겨졌어요. 그래서 '1박2일' 촬영 갔다 오면 힘이 났고 드라마에 더 도움이 됐죠.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습니다."

주원은 "재밌다"는 말로 '1박2일'에 대해 말했지만, 사실 주원이 '1박2일'에서 '막내' 역할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는 최근에서야 게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김승우, 엄태웅 등 '형들' 앞에서 할 말은 하는 캐릭터로 자리를 잡고 있다.

"사실 '1박2일' 출연에 대한 부담감은 없어요. 부담이 있다면 제 역할과 캐릭터에 대한 부담이죠. 처음에는 '형들은 잘 하는데 왜 난 동떨어져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지금도 고민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이제는 그냥 즐기려고 해요. '1박2일' 들어가기 전에는 (엄)태웅이 형 빼고는 다들 친분이 없던 분이었는데 지금은 (김)승우 형이나 (차)태현이 형 등 형들하고 많이 친해졌어요. 형들이 처음에는 많이 어려웠어요. 그런데 겪어보니 다들 마음이 열린 분들이더라고요. 동생이 애교 부리면 귀여워하고요(웃음). 저도 그래서 신나서 형들한테 안기고 그러면서 돈독해지고 있어요. 하하."

배우 주원 ⓒ사진=임성균 기자 배우 주원 ⓒ사진=임성균 기자


◆"'1박2일'은 바쁜 삶 속 일탈 같은 느낌"

그는 "사실 다른 예능이라면 못했을 거 같은데 '1박2일'이라서 그나마 지금처럼 할 수 있는 것 같다"라며 "일상에서 일곱 남자가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는 없을 것 같다. 근데 저는 좋은 곳에 가서 각종 특산물도 먹고, 문화재도 보고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제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 '1박2일'"이라고 말했다.

"'1박2일' 시즌2 들어가고 나서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밥을 사거든요. 그런데 저는 '각시탈' 촬영 때문에 '1박2일' 촬영 끝나자마자 이동하느라 시간이 없었어요. 이제 '각시탈'도 끝났으니 형들한테 밥 한 번 사야겠어요."

'각시탈'을 끝낸 주원은 이달 말 일본에서 팬 미팅을 진행하고, 차기작을 검토할 예정이다.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 캐릭터들이 제 나이와는 안 맞았던 캐릭터들이 많았어요. 20대 중반에 할 수 있는 달달한 것도 하고 싶어요. 피 안 묻히는 예쁜 캐릭터요. 하하. 로맨틱 코미디가 가장 어렵다고 하는데 꼭 해보고 싶어요."

주원은 인터뷰를 마치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데뷔 시절 어려운 그에게 힘을 줬던 팬들이다. 주원은 "스무 살 때 팬들한테 돈도 많이 꿨다. 밥값 없다고 택시비 없다고 돈도 꾸고 했다. 늘 미안하고 고마운 팬들"이라고 말했다.

"20살 때부터 팬들에게 항상 말씀드렸어요. 세상에 즐거운 일이 많지만 제가 하나의 재미를 더 드리자면 제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요. 그 때 약속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아요. 팬들께 너무 감사하고요.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많은 팬들이 생겼는데, 너무 좋고 감사합니다. 주원이는 더 열심히 할 테니까 나날이 성장하는 제 모습이 함께 지켜봐두세요!"

배우 주원 ⓒ사진=임성균 기자 배우 주원 ⓒ사진=임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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