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기범 기자
왕이 된 남자를 맞은 부산의 밤은 뜨겁고 유쾌했다.
6일 오후7시30분 부산 해운대 비프빌리지에서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행사의 일환으로 ‘광해,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 오픈토크가 열렸다. ‘광해’는 조선 광해군 시대를 배경으로 광해군이 독살 위협을 받자 똑같이 생긴 천민을 왕으로 내세우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지난달 13일 개봉해 8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둘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광해’ 주인공들이 부산을 찾자 비프빌리지는 일찌감치 2000여명이 넘는 구름 관중이 몰렸다. 마침내 이병헌과 류승룡, 추창민 감독이 무대에 오르자 열화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특히 ‘최종병기활’ ‘내 아내의 모든 것’에 이어 ‘광해’까지 3연 타석 안타를 친 류승룡에 대한 환호가 뜨거웠다. 류승룡은 이병헌보다 더 큰 환대에 고무된 듯 오른손을 귀에 건 데 이어 머리에 두 주먹을 깜찍하게 올리며 ‘귀요미’ 표정을 짓는 등 팬서비스를 아끼지 않았다.
추창민 감독은 “감독 입장에서 500만명이 넘으면 다음부터는 관객들이 만들어 주시는 것”이라며 “솔직히 얼마나 더 흥행이 될지 잘 모르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에 이병헌은 "이미 '광해'가 내 최고 흥행기록인 '놈놈놈'을 한참 넘어섰다"며 "많은 분들이 천만 이야기를 하는데 솔직히 욕심이 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병헌은 사회자가 "'도둑들'이 1302만명을 넘어 1위가 됐는데 거기까진 욕심이 나지 않느냐"고 하자 "천만만 해도 국민 중 5분의 1이 본 것"이라며 "1300만명은 신의 영역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곁에 있던 류승룡은 "'도둑들'이 한국영화 흥행1위는 했지만 미국영화 '아바타'가 국내 역대 흥행 1위다"며 "한국영화가 그 기록을 깨줬으면 좋겠다. 그게 '광해'였으면 좋겠다"고 말해 2000여 관객의 환호를 받았다.
이병헌은 "조금 있으면 다시 외국에 영화 촬영을 하러 나가야 하는데 그 전까지 천만이 넘으면 모든 배우들이 영화 속 복장을 하고 관객과 만날 계획"이라고 천만공약을 걸기도 했다.
추창민 감독이 출연을 망설이던 이병헌을 설득하기 위해 미국을 찾은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그런데 이병헌은 “감독님이 미국까지 오셨는데 평소에도 말수가 없으시지만 도통 영화에 대해 말이 없더라”며 “그래서 감독님이 미국에 온 것은 영화출연에 영향은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해’로 처음 사극에 도전한 이병헌은 “사극은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영화는 너무 이야기가 좋았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사진=이기범 기자
류승룡은 “배우 이병헌은 12시간 동안 집중력을 계속 유지할 만큼 굉장하더라”며 “운이 좋아 할리우드에 간 게 아니더라”고 말했다. 이어 류승룡은 이병헌을 가리키며 "친구"라고 했다가 2000여 관객의 야유를 받았다. 이에 류승룡은 "왜,왜"라고 말하며 "사실은 내가 4달 더 어린 동생"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곁에 있던 이병헌은 그런 류승룡의 머리를 쓰다듬어 또 한 번 웃음폭탄을 선사했다.
류승룡은 겉늙어 보이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이병헌과 1970년생 동갑내기이다. 두 사람은 이번 영화를 통해 친구로 맺어졌다.
추창민 감독은 "영화 초반에는 둘이 서먹했는데 이병헌이 먼저 동갑인데 말을 놓자고 했다. 그러자 류승룡이 얼굴이 환해지더라. 그런데 다음 날 이병헌이 다시 말을 높혔다"는 일화를 전했다.
류승룡은 “이병헌이 촬영장에서 애니팡을 즐겨한다”는 인간적인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이윽고 ‘광해’의 또다른 주인공 장광이 무대에 올랐다. 류승룡은 장광이 무대에 오르자 그의 벗겨진 머리에 키스를 해 시민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장광은 늦게 등장한 벌로 ‘웨딩드레스’를 그윽하게 불러 박수를 받았다.
질문이 관객에게 넘어가자 분위기는 더욱 유쾌해졌다. 첫 질문을 한 여인이 류승룡에게 “오늘 밤 뭐하세요”라고 말한 것. 두 번째 질문을 한 여성팬은 이병헌에게 “오늘 밤 뭐하세요”고 해 더욱 분위기가 유쾌해졌다. 이병헌은 “애니팡”이라고 재치있게 답했다. 이병헌은 “애니팡 최고기록은 7만7000점”이라며 “류승룡은 나보다 신세대라 그런지 20만점이 넘는다”고 폭로했다.
이런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추창민 감독은 “‘광해’가 천만이 넘으면 이병헌과 류승룡의 이야기가 더 많이 담긴 확장판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광해’의 네 주인공은 질문을 한 팬들을 무대에 오르게 해 한명씩 안아줬다. 이병헌은 여성팬을 번쩍 안아 올려 다른 팬들의 탄식을 샀다. 한 여성팬은 장광의 머리에 키스를 했다.
그렇게 ‘광해’의 유쾌한 밤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