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와 올해 부산영화제, 악연 아닌 악연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부산=전형화 기자  |  2012.10.07 13:47
가수 싸이가 6일 오후 부산광역시의 한 호텔에서 열린 \'BIFF 영화인의 밤\' 행사에서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 가수 싸이가 6일 오후 부산광역시의 한 호텔에서 열린 'BIFF 영화인의 밤' 행사에서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


'싸이가 부산을 찾은 300여 스타들을 눌렀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4일 성대한 막을 올렸다. 국내외 300여 배우와 영화인들이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았다. 영화의전당에서 맞은 두 번째 행사라 지난해보다 더욱 안정적이고 차분하고 화려하게 진행됐다.


그 시간 서울 시청 앞 광장에는 월드스타로 발돋움한 싸이가 게릴라 콘서트를 열었다. 미국 빌보드 2위에 오른 것을 자축하는 행사였다. 10만여 관중이 몰렸다. 1 대 300 이지만 싸이에 더 초점이 쏠렸다. 뉴스는 인터넷, SNS는 온통 싸이 이야기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영화제를 충실히 준비해온 사람들에겐 웃지 못 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대중문화의 쏠림현상과 언론의 지나친 셀리브리티 쫓기 때문이다. 싸이와 부산영화제의 악연 아닌 악연은 올해 부산영화제 초반에 벌어진 여러 일들의 상징과도 같다.

성대한 개막식은 헐벗은 여배우들을 찾는데 집중됐다. 제2의 오인혜가 되고픈 여배우들과 이슈를 찾는 언론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문재인 통합민주당 대선후보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은 게 영화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이란 많지 않았다.


2007년 대선후보들이 개막식을 찾았을 때만큼 소동은 일지 않았지만 레드카펫 대기 장소에서 대선후보들 경호로 시비도 있었다.

톱스타 쫓기는 영화제도 한몫했다. 영화제 스폰서인 대기업들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는 영화제의 고민도 묻어났다. 개막식 다음날인 5일과 6일 현재 상영 중인 '광해,왕이 된 남자'를 비롯해 개봉을 코앞에 둔 '자칼이 온다' '회사원' 등이 영화제 공식행사 일환인 오픈토크와 무대 인사를 가졌다.

국제영화제에서 자국에서 개봉 중인 상업영화와 개봉 직전인 상업영화를 영화제 공식행사로 홍보해주는 일은 드물다. 그동안 부산영화제 기간 중 열렸던 대형투자배급사의 각종 제작보고회는 영화제 공식행사가 아닌 각 투자배급사의 자체행사였다.


하지만 올해는 각 영화들이 버젓이 영화제 초반 공식행사로 소개됐다. 발단은 '광해,왕이 된 남자'였다. 주인공 이병헌이 해외 일정을 조절해서라도 부산영화제를 찾아 관객과 만나고 싶단 뜻을 전했다. 투자배급사 CJ E&M이 움직였고, 영화제 개막 직전 오픈토크 일정을 만들어냈다.

부산영화제로선 스폰서 중 CJ E&M에게만 특혜를 줄 수 없어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자칼이 온다'와 쇼박스의 '회사원'에게도 공식행사를 허용했다.

스타들이 영화제를 찾은 시민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건 팬서비스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행사들이 해운대 비프빌리지에서 열리면서 영화의 전당으로 영화제 초점이 쏠리자 상대적으로 소외된 해운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도 됐다.

문제는 이들 행사와 영화제가 공을 들여 초청해온 해외 게스트들의 일정과 맞물리면서 일어났다. 이소미 토시히로의 마스터클래스, 소노 시온 감독의 아주담담, 아녜스 자우이의 아주담담, 이란영화 코뿔소의 계절 기자회견 등 부산영화제가 오랜 기간 공들여 준비해온 여러 행사들이 스타들에 밀려 가려졌다.

전양준 부산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부산영화제가 지금처럼 성장하는 데는 언론의 덕이 컸다"면서도 "최근 들어 점점 더 스타들만을 향한 언론의 집중이 커지고 있다. 영화제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언론도 더 다양한 영화와 영화인들에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를 빛낸 스타는 레드카펫 위에 있는 게 아니라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들 속에 있었다.

'남영동 1985'에서 고 김근태 역할을 맡은 박원상과 고문기술자 역할을 맡은 이경영은 고문이 인간을 어떻게 파멸시켜가는 지를 관객을 고문시키듯이 실감나게 보여줬다. '돈 크라이 마미'의 유선은 딸을 잃은 엄마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 유선의 재발견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다. '마이 라띠마'의 배수빈, '터치'의 김지영은 TV드라마에선 보여줄 수 없었던 깊은 내공을 스크린 위에 쏟아냈다.

이들이야말로 부산에서 관객들이 만날 진정한 스타들이다. 전찬일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는 "올해는 배우들에 초점을 맞췄다. 레드카펫 위가 아닌 필름 속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배우들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싸이는 6일 부산 서면 롯데호텔에서 열린 롯데의 밤 행사에 초청돼 공연을 가졌다. '대세' 싸이가 온다는 소식에 언론과 여러 영화인들의 관심이 쏠린 건 당연지사.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노린 효과이기도 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영화제 중심지에서 대중교통으로 40여분 떨어진 곳에서 3년째 행사 겸 세과시를 하는 탓에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여러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올해는 싸이와 고가의 이어폰 선물을 준비했다.

그러나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싸이 공연을 하기에 자연히 사진 및 동영상 취재가 몰릴 것을 예상했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소동을 일으켰다. 프레스라인조차 마련되지 않아 사진기자들의 요청으로 긴급히 만들어진데다 그조차 통제를 못해 싸이 공연과 함께 무너졌다.

분노한 사진기자들은 대세 싸이라 보이콧은 할 수 없었지만 일부 인터넷 매체를 제외하곤 사진설명에 롯데호텔에서 열린 롯데의 밤 행사에 롯데의 '롯'자도 안 쓰는 걸로 대신했다.

월드스타 싸이는 본의 아니게 여러모로 고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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