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강철대오' 1985년을 그리는 두가지 방법

안이슬 기자  |  2012.10.17 09:53


1985년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두 편의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누군가는 아름다운 사랑의 추억으로, 다른 이는 추악했던 독재의 악몽으로 그 시대를 그렸다. 지난 16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과 '제17회 부산영화제 화제작 '남영동 1985'의 얘기다.


지난 해 '부러진 화살'로 부산영화제를 달궜던 정지영 감독은 '남영동 1985'로 또 한 번 부산영화제를 들썩이게 했다. 故(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과거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22일간 당했던 고문을 다룬 '남영동 1985'는 대선바람과 맞물려 상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정지영 감독은 1985년 한국 사회 독재의 아픔을 그리는 방법으로 관객까지 고통스러울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를 택했다. '남영동 1985'는 사상의 자유 뿐 아니라 신체의 자유까지 박탈당한 참혹한 독재의 끝을 보여주며 그 시대에 대한 비판의식을 고스란히 담고, 관객들로 하여금 분노를 느끼도록 한다.


정지영 감독은 사실적인 고문 장면 묘사를 위해 배우 박원상에게 실제에 버금가는 고문을 가했다. "보고 있는 관객들까지 고통스러울 정도로 사실 적이길 원했다"는 정지영 감독의 연출의도처럼 부산영화제에서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육상효 감독의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이하 '강철대오')은 1985년대 미국문화원 점거사건을 배경으로 그 시대의 순수한 로맨스를 담았다. 중화요리집 배달원이 운동권 학생을 좋아하게 되며 미국문화원 점거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는 내용이다.


'강철대오'는 실화인 미국문화원 점거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이 사건은 그저 배경에 그친다. 이런 큰 사건을 주도한 학생들은 영화 속에서 코믹하게 그려지고 전경과 학생들이 대립하는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에서 철가방 패거리가 등장하는 등 황당한 상황들이 이어진다.

영화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사상'의 문제가 아니라 그 시대의 순수한 사랑이다. 시적인 글을 통해 마음을 전하고, 달리는 버스에서 아쉬운 작별을 나누는 아름다운 로맨스를 꿈꾸는 배달원 대오(김인권 분)는 사상도 모르고 혁명도 모르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몸을 던지는 순정파다.

물론 최루탄, 물대포 등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공권력의 무자비함과 시대를 바꾸려는 순수한 학생들의 열정 등이 영화 곳곳에서 묻어나긴 하지만 주인공 대오를 통해 주려는 메시지와는 사뭇 거리가 있다. 대오에게는 여대생과의 사랑이 곧 '혁명'이다.

같은 시기를 다뤘지만 감독의 시각은 전혀 다른 두 영화 '남영동 1985'와 '강철대오'가 한 달의 차이를 두고 관객을 만난다. '강철대오'는 오는 25일, '남영동 1985'는 대선을 앞둔 11월 말 개봉 예정이다. 때로는 아픔으로 때로는 추억으로 다가오는 1980년대, 관객들은 추억을 택할지 아픔을 택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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