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007 스카이폴'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007 골드핑거' 스틸
007시리즈의 23번 째 영화 '007 스카이폴'이 18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007 시리즈를 매번 챙겨봤던 마니아라면 007의 신무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을 터, '007 카지노 로얄'부터 볼 수 없었던 Q(벤 위쇼)가 부활한다는 소식에 '007 스카이폴'의 신무기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007 카지노로얄'부터 볼 수 없었던 Q가 새로 등장해 제임스 본드와 독특한 조합의 한 팀을 이뤘지만 Q가 본드에게 제공한 무기는 지문인식 총 한 자루와 위치가 추적되는 송신기 하나뿐이다. 신무기를 기대했던 제임스 본드에게 Q는 말한다. "이제 그런 거 안 만 들어요"라고 말이다. 이는 마치 '폭탄이 장착된 볼펜' 따위의 신무기를 기대하던 관객들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하다.
대신 다니엘 크레이그의 '맨손 액션'은 더욱 강력해졌다. 과거 제임스 본드가 본드카에서 발사되는 기상천외한 무기들과 초소형 1인용 헬리콥터로 위기를 모면했다면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는 번개 같은 주먹과 엄청난 맷집으로 맨 몸으로 탈출을 감행한다. 신사의 상징인 잘 빠진 정장을 입고도 몸을 사리지 않는다. 맨손으로 건물과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는 것은 기본이다.
제임스 본드의 무기 중 가장 사랑을 받았던 것은 단연 '본드카'다. 애스턴 마틴으로 대표되는 본드카는 추격전에서도, 총격전에서도 위용을 과시했다. 항상 제임스 본드의 손에 들려있던 월터 PPK도 007에 대한 추억을 자극하는 메타포다. '007 스카이폴'에서도 제임스 본드의 양복 안주머니에는 여전히 월터 PPK가 숨겨져 있다. 열 때마다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던 만능가방 '007 가방'도 빼놓을 수 없는 장비다.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인 본드카, 007가방, 월터 외에도 매 시리즈마다 Q가 개발해내는 신무기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007 썬더볼 작전'에서 선보인 껌 크기의 산소 호흡기, 개인용 로켓 등 소형 무기는 물론이고 '007 골드핑거'에서 선보였던 물속에서도 젖지 않는 옷 등 배트맨의 배트슈트를 방불케하는 독특한 소재의 양복들도 한 몫을 톡톡히 했다.
'007 두 번 산다'에 등장한 벽을 타고 걸어 오를 수 있는 장비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보다 훨씬 먼저 등장한 아이디어였다. '007 뷰 투어 킬'에서 선보인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반지, 사람을 삼켜 버리는 소파도 당시에는 신선한 무기였다.
신무기를 보는 재미는 이전만 못하지만 첨단 장비들은 더욱 정교해졌다. '007 퀀텀 오브 솔러스' 이후 4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만큼 MI6의 첨단 장비들은 더욱 화려한 위용을 자랑한다. 새로 등장한 Q는 신무기에는 소홀했지만 대신 엄청난 해킹실력과 프로그래밍 실력을 자랑한다. 그는 '노장'이 되어버린 제임스 본드의 훌륭한 정보원으로 한 팀을 이룬다.
이제 더 이상 신무기를 개발할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007 카지노 로얄' 이후 달라진 제임스 본드의 캐릭터와도 연관이 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선보이는 제임스 본드는 역대 제임스 본드 중 가장 빈틈이 많으면서도 인간적이다. 특유의 유머와 본드걸과의 끈적한 로맨스는 덜하지만 그는 실패에 분노하기도 하고 사랑에 아파하기도 한다. 그런 제임스 본드에게는 무적의 무기 보다는 권총 한 자루와 맨 주먹이 더욱 어울린다.
가장 최근작에서 가장 '올드'한 무기로 무장한 제임스 본드. 신무기의 신선함 대신 시원한 액션을 무기로 하는 '007 스카이폴'이 007 마니아들과 관객들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을까. 오는 26일 극장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