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홍봉진 기자
박보영이 돌아왔다. 2008년 '과속스캔들' 이후 4년 여 만이다. 지난 5월에 개봉한 '미확인동영상'이야 1년 가까이 묵은 영화인데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으니 31일 개봉하는 '늑대소년'이야말로 박보영의 귀환작이라고 할 수 있다.
박보영은 소속사 분쟁으로 한 때 연기를 접을 생각까지 했었다. 어려운 시간을 보낸 만큼 더 성숙해졌냐면 글쎄, 박보영은 여전히 밝고 맑았다. 다만 시간이 흘렀으니 소녀에서 숙녀로 변해 있었을 뿐이다.
'늑대소년'(감독 조성희, 제작 비단길)은 그런 박보영의 순간을 잘 잡아냈다. '늑대소년'은 늑대처럼 자란 소년과 폐병으로 시골에 온 소녀의 만남과 사랑을 그린 영화. 박보영은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으며 으르렁 대는 송중기를 길들이면서 소녀에서 숙녀로 성장해간다.
박보영이 돌아왔다. 기타 치며 노래하던 여고생은 이제 숙녀가 됐다.
-한참 어려웠던 시기를 보낸 뒤에 복귀작으로 '늑대소년'을 하게 된 것인지.
▶그건 아니다. '미확인동영상'이 끝나고 '늑대소년' 제안을 받았다. 시나리오 읽고 펑펑 울었다. 내가 어떻게 보여질까보단 (송)중기 오빠 대사가 없다보니 나 혼자 하는 대사가 독백처럼 들리지 않을까 걱정은 했다. 감독님이 그냥 힘 빼고 자연스럽게 하라더라.
-사실 좀 더 날카로운 사춘기 소녀 분위기가 나는 인물이 캐스팅이 됐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과연 잘 어울릴까란 생각도 했는데. 결과적으론 훌륭한 캐스팅이었고.
▶많은 분들이 그런 걱정을 해주셨던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나한테 그런 소리를 직접 하신 분들은 별로 없었다. 다만 영화 속에서 너무 빨리 마음의 문을 연 것처럼 보여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순간들이 굉장히 판타지스럽게 지나가고 표현 되서 실제 나도 마음을 빨리 열었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며 소녀에서 숙녀로 성장하는 모습이 실제 박보영과도 겹쳐 보인다. 오랜만에 연기를 하는 게 어떻던가.
▶딱히 큰 감정은 들지 않았다. 연기를 못하고, 안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으니깐.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어떻게 주소를 알았는지 많은 팬분들이 시골집과 학교로 편지를 보내시더라. 다시 할 용기는 없고 고민을 엄청 많이 했다. 다시 연기를 시작하면서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사람 대하는 것은 더 어려워졌지만 연기를 할 때는 욕심을 버리자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걱정, 근심이 많이 없어졌다.
-박보영의 '늑대소년'인 줄 아는 남성팬들보다 송중기의 '늑대소년'이라고 생각하는 여성팬들이 많은데.
▶당연하다. 이 영화는 송중기 오빠의 '늑대소년'이다. 나는 관객을 대신하는 역할이다. 시작할 때부터 욕심 내지 말자고 했다. 그리고 많은 여성관객들이 영화를 보시면서 저한테 빙의 되는 것 같더라.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영화를 봤는데, 현지 여성 관객분들이 중기 오빠가 나올 때마다 엄청난 리액션을 하시더라. 그 때 아, 이 영화 어쩌면 잘 되겠구나란 생각이 들더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중년의 여성 관객이 영화를 보시고 감정을 주체 못하시면서 고맙다고 하셨고. 너무 감사했다.
송중기 오빠가 역시 대세구나 싶다.
-대세 송중기가 '박보영이 내 여자'라고 했는데.
▶푸하하. 중기 오빠는 자기가 그런 이야기한 줄도 모르더라. 원래 농담도 잘한다.
-'늑대소년'이 한국판 '트와일라잇'이 되려면 그쪽처럼...
▶어응, 어떻게 오빠랑. 나보단 오빠는 '착한남자' 문채원 언니랑 더 어울리지 않나. 그쪽이 잘 돼야 우리 영화도 잘 된 텐데.
사진=홍봉진 기자
-연기변신을 꾀하기보단 소녀에서 숙녀로 변해가는 순간을 잘 보여줬는데.
▶그런 것 같다. 어떤 변신이라기 보단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사람들이 내게서 원하는 것의 접점을 잘 찾으려 한다. 그리고 지금 아니면 이런 걸 언제 해볼까란 생각을 했다. '미확인동영상'도 지금 아니면 언제 공포영화를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었다. 복귀작이니 힘 줘야지, 이번에는 더 색깔 있게 해야지, 이런 생각은 없었다. 내려놨으니깐.
-송중기가 대사가 거의 없는데도 호흡이 잘 맞았는데
▶송중기 오빠가 대사가 없긴 했지만 눈으로 워낙 많은 것을 줬다. 그렇기에 연기도 크게 힘들지 않았다. 또 감독님이 워낙 좋으셔서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영화를 본 많은 여성들이 나도 송중기를 키워 보고 싶다던데. 송중기 말고 다른 사람을 키워보고 싶다면.
▶송중기 오빠를 키웠으니 이제 여한이 없다. 얼마나 행복했는데.
-'과속스캔들'로 신인상을 받고 한참 주목받았을 때 들뜨진 않았나. 그리고 이후 벌어진 일들이 큰 아픔으로 남아있진 않고.
▶그 때는 들뜬 게 아니라 얼떨떨했다. 나를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알아본다는 게 신기했고. 그리고 그 뒤 일들은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으니깐.
-복귀작은.
▶TV드라마가 될 것 같은데 편성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내게서 원하는 모습 중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것 같다.
-'늑대소년'이 잘 되면 빨리 편성이 날 것 같은데.
▶350만명만 되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까아, 너무 욕심이 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