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의 품격', '어르신', '핑크레이디', '좀도둑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KBS 2TV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를 보면 흥행영화가 보인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대중문화 코드의 재활용이 빛을 발하고 있는 지금이다. 어린이부터 중장년층 어른에 이르기까지 인기 있는 대중문화 코드의 개그화(化) 재활용은 절정에 달했다. 지난 21일 첫 선을 보인 '좀도둑들' 코너를 비롯해, '어르신' 코너, 지난 28일 첫 선을 보인 '핑크레이디' 코너 등이 재활용의 좋은 예다.
'좀도둑들'은 김혜수 전지현 김해숙 이정재 임달화 오달수 김윤석 김수현 등이 출연한 영화 '도둑들'의 패러디 버전. '도둑들'은 1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지금까지 개봉된 올해 상영작 가운데 '광해, 왕이 된 남자'와 함께 1000만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좀도둑들'은 개그맨 이상훈이 김혜수의 역할을, 이종훈은 이정재로, 박영진은 임달화로 분해 경쟁적으로 좀도둑질을 벌여 웃음을 유발하는 형식의 코너.
캐릭터를 차용했다는 점 외에도 '도둑들'과 '좀도둑들'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도둑들'에서 유독 존재감을 드러낸 전지현은 이 작품을 통해 4년 만에 국내 영화에 복귀했다. 결혼이후 한층 더 요염해진 말투와 몸놀림은 전지현의 매력을 극대화시켰다. '전지현의 영화'라 평가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도둑들'의 전지현이 있다면, '좀도둑들'에서는 개그맨 이종훈이 있다. 그는 안면 성형수술 이후 4개월 만에 복귀한 코너로 그의 달라진 외모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진짜 이종훈 맞아'라는 의심을 품을 정도로, 선한 인상의 달라진 외모로 성공적인 '개그콘서트' 복귀를 알리고 있다.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대박코너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자리를 잡은 '어르신' 코너는 지난 7월 17일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에서 대중적 사랑을 받은 중견배우 박근형 캐릭터가 모티브다. '어르신'은 김원효의 사투리 연기가 웃음을 배가 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마저 쥐고 흔드는 재계를 뒤흔든 '어르신' 박근형의 경상도 사투리는 김원효에 의해 세대를 초월한 유행어가 됐다.
허경환 김영희 김지민이 등장하는 '거지의 품격'은 장동건, 김하늘이 주연한 지난 8월 12일 막을 내린 SBS 주말극 '신사의 품격' 패러디다. 장동건이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오며 화제를 모은 이 드라마는 '거지의 품격'에서 허경환을 통해 '꽃거지'캐릭터를 탄생시키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수촬영물(특촬물)로 어린이 영웅물을 패러디한 '핑크레이디'는 이제는 잊힌 1990년 '후레쉬맨'류의 재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은 유치한 듯. 하지만 보고 있으면 빠지는 '개그콘서트'의 새로운 개그 스타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귀에 꽂히는 주제가와 특촬물에 등장하는 영웅 분장을 한 이들은 지난 28일 첫 방송이후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인터넷 상에서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다.
향수를 떠올린 어른 시청자 뿐 아니라 어린이 시청자까지 사로잡으며 대박코너 조짐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