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광해' 싹쓸이..기준·개념 금고에 넣었다

전형화 기자  |  2012.10.30 22:22


'광해,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가 제49회 대종상을 싹쓸이했다.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기술상 부문을 모두 석권해 14관왕에 올랐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30일 오후7시40분부터 서울 KBS홀에서 열린 제49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 '광해가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과 음악상,음향기술상,미술상,의상상,조명상,편집상,기획상,시나리오상,촬영상,영상기술상 등 14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받았다. '광해' 주인공 이병헌은 본상은 아니지만 인기상도 수상했다.


'광해'는 1100만명을 넘어 여전히 순항하고 있을 만큼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광해'가 기술 10개 부문을 모두 석권한 것에 의문이 든다. 심사 방법과 후보작 선정 때문이다.

이런 시선 때문인지 이번 대종상 심사위원장인 원로 영화감독 김기덕은 시상식 도중 "한 영화에 상이 많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은 후보작을 비교 평가했지만 올해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절대 평가를 하다 보니 이런 결과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우려는 시상식 전부터 일었다. 후보 선정 자체가 기준이 분명하지 못했다. 같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조연상 후보와 신인상 후보 등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조정석은 '건축학개론'으로 남우조연상과 신인남우상 후보에 올랐다. 김고은은 '은교'로 여우주연상과 신인여우상에 노미네이트됐다.

김성균은 '범죄와의 전쟁'으로 남우조연상과 신인남우상 후보에 올랐다. 김성균은 '이웃사람'으로도 신인상 후보로 꼽혔다. '피에타'의 강은진 역시 여우조연상과 신인여우상에 이름을 올렸다. 연기상 6개 부문에 무려 4명이 같은 영화로 두 부문에 후보로 올라있다.

류승룡은 남우조연상에 '내 아내의 모든 것'과 '광해, 왕이 된 남자', 두 편으로 이름을 올렸다.


기술 부문은 더욱 심각하다. 대종상측은 앞서 지난 17일 본상 후보작을 발표하면서 기술 부문 10개는 발표하지 않았다. 홈페이지에도 기술 부문 후보는 올리지 않았다.

스타뉴스는 대종상측에 시상식 당일 오전부터 기술상 후보 명단을 요청한 끝에 시상식 3시간을 앞둔 오후 4시께 후보작 명단을 받았다. 이에 따르면 기술상 후보들은 판에 박은 듯 겹쳐있다.

'피에타' '은교' '댄싱퀸' '도둑들' '광해' '도가니''범죄와의 전쟁' 만이 기술상 10개 부문 후보작에 이름을 올렸다. 그나마 상당 부문 후보들이 겹친다.

'해로'로 신인감독상을 받은 최종태 감독은 2006년 '플라이 대디'를 연출한 감독이다. 데뷔작 이후 6년만에 차기작으로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대종상 수상 기준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올해 한국영화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영화들이 쏟아져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대종상 후보작들이 그런 경향을 고심 끝에 반영했는지 의심스럽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다른나라에서'와 '돈의 맛'은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빠졌다. '다른나라에서'는 유준상이 조연상 후보에 올랐을 뿐 '돈의 맛'은 아예 전 부문에서 찾아볼 수 없다.

'범죄와의 전쟁' '러브픽션' '화차' '후궁' 등 올 상반기 작품성과 흥행, 양쪽에서 성공한 작품들도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천만 영화인 '도둑들'은 최동훈 감독이 감독상 후보에, 김해숙이 조연상 후보에 올랐을 뿐이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최초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피에타'는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지만 조민수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김기덕 감독은 심사위원특별상으로 위로했을 뿐이다.

김기덕 감독은 '광해' 몰아주기가 계속 되자 불쾌한 듯 시상식 도중 자리를 떴다. 심사위원특별상은 김기덕 감독 대신 대리수상을 했다. 김기덕 감독 측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은 사전에 심사위원특별상을 받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리를 뜬 건 대종상측에 불쾌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런 탓인지 '광해'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작품상을 받은 자리에서 "이렇게 많은 상을 받을지 몰랐다. 너무 기쁜데 죄송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영화 시상식은 특정한 작품에 지지를 나타내고 발굴하고 격려하는 자리기도 하다. 나눠먹기 시상식이 비판을 받는 이유다. 대종상이 '광해'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면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고심의 흔적이 없는, 점수 매기고 나중에 합산하면 된다는 무책임한 심사 방법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대종상은 그동안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는 그런 논란을 없애기 위해 수상결과를 금고에 보관했다고 자랑했다. 개념도, 기준도, 금고에 같이 넣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