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피에타', 대종상서 거듭된 그 질긴 악연

김현록 기자  |  2012.10.31 09:30


영화 '피에타'(감독 김기덕)와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 이하 '광해')의 악연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 49회 대종상 시상식에서 두 영화의 질긴 악연이 되풀이됐다.


'피에타'와 '광해'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광해'의 완승이었다. '광해'는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기술상 전 부문 등 무려 14개 부문을 수상했다.

반면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해외에서 먼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김기덕 감독에게 돌아간 심사위원 특별상, 조민수의 여우주연상 등 2개 트로피를 받는 데 그쳤다.


기자회견 당시 기술상 부문은 후보 발표도 하지 않고 '피에타'가 6개 최다 부문 후보에 올랐다고 밝혔던 대종상으로서도 난감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광해'에 그 두 배가 넘는 14개 부문 상, 이병헌의 인기상까지 무려 15개 트로피를 몰아줬다. 김기덕 감독은 시상식 도중 상도 받지 않고 조용히 자리를 떠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피에타'와 '광해'는 개봉 당시부터 악연이었다. 베니스 영화제 기간 중이었던 지난 9월 6일 개봉한 '피에타'는 수상 기대감, 이어진 황금사자상 수상 소식에 힘입어 개봉관을 차근히 늘리며 관객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2주 뒤 개봉할 예정이었던 '광해'가 호평 속에 개봉일을 1주일 앞당기면서 빨간불이 커졌다. 국내 굴지의 배급사가 뒤에 있는 대작의 변칙 개봉에 작은 영화는 개봉관을 지키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피에타'도 타격을 입었다. 마침 1000만 관객을 넘어 흥행을 이어가던 '도둑들'이 여전히 극장에 걸린 상태였다. 개봉관 잡기가 더 어려워졌고, 베니스에서 돌아온 '피에타'의 주역들은 입을 모아 극장에서 영화를 봐 달라고 당부했다.

톱스타와 막강한 자본, 최고의 스태프가 모여 완성한 웰메이드 팩션 사극과 24명의 스태프가 1억5000만원을 들여 완성한 날선 작가 영화. 하나는 1100만 관객의 지지를 얻었고, 하나는 국제영화제의 인정 속에 60만 관객을 모았다.


두 영화의 엇갈리는 행보는 많은 흥행작과 수작들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양극화가 뚜렷했던 올해 영화계의 단면으로 보인다. 출발부터 너무나 달랐던 '광해'와 '피에타'의 질긴 악연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