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늘 맛있게 안 질리는 배우로"(인터뷰)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의 정재영 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12.11.08 09:05
ⓒ임성균 기자 tjdrbs23@ ⓒ임성균 기자 tjdrbs23@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연출 정병길)는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부녀자를 납치 살해한 극악한 범죄자가 공소시효가 끝난 뒤 '내가 살인범이다'며 나타나 책을 쓴다. 알고보니 살인범이 꽃미남. 책이 날개돋친 듯 팔리고 살인범은 스타가 된다. 극단적 가정이지만 화성연쇄살인의 범인이 그랬다고 생각해 보라. 섬뜩하기도 하거니와 범인 쫓던 형사도, 피눈물 흘리던 유가족도 미치고 팔짝 뛸 노릇 아닌가. 누구든 일단 예쁘면 주목받는 요즘, 그게 전혀 현실과는 다른 이야기라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

'나는 살인범이다'에서 배우 정재영이 맡은 이가 그 미치겠는 형사 최형구다. 우직하고도 뚝심있는 이 남자는 살인범과 사사건건 대립하며 마지막 한 방을 준비한다. 웹툰 원작 스릴러 '이끼'의 노인에 이어 감동의 스포츠 드라마 '글러브'의 문제 선수, 목숨이 위급한 '카운트다운'의 채권추심원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여 온 정재영은 의외의 두뇌싸움과 의외의 액션을 선보인다. 그는 "관객에게 맛있는 걸 대접하고 싶은 요리사의 마음"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고생 많이 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 '카운트다운'에 이어 '나는 살인범이다'까지, 이제 정재영이 액션배우가 되는구나 했다.

▶고생 많이 했다. 원래 그렇지만 특히나 이런 작품은 고생 안하고는 못 찍는다. 추위에 물에 체력에 감정까지. 초반이랑 후반이 특히 육체적으로 힘들더라. 지난 겨울이 워낙 춥기도 했고. 걸쳐 있어서 그럴 뿐, '카운트다운'은 액션이 아니라 드라마다. 이번 거랑 비교도 안 되고.

-첫번째 시퀀스는 신선하기도 하거니와 꽤 강렬했다.

▶배우보다 연출이 미리 준비를 해야 했다. '나는 액션배우다' 했던 감독님이 아닌가. 다른 건 몰라도 액션에 대해 새로운 걸 보여주겠다며 뛰어드신 부분이 있다. 그래서 원 신 원 테이크로 간 거고, 카메라도 같이 뛴다. 사실 트릭도 꽤 있는데, 제가 하는 것 같지만 스턴트맨이 한 것도 있다.

-배우에게도 큰 부담이었을텐데.

▶저야 준비한 게 없었다. 그냥 가서 시키는 대로 하면 되니 마음의 준비만 하면 된다. 그 초반 시퀀스를 첫 날 찍었는데 삼십몇 시간을 찍었다. 피곤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비몽사몽 그렇게 갔다. 첫 막걸리집에서 싸움하는 장면만 삼십몇시간을 찍은 거다. 상투적이지 않고, 일상적인 액션을 찍자 한 거지. 그게 좋았다.

-출연을 결정할 때 가장 매력을 느낀 부분이 어디였나.

▶살인범이 책을 출판하고 나선다는 그 초반 설정이 좋았다. 또 토론에도 나가고 하는데 비현실적이면서도 과장된 현실, 혹시 일어날수도 있는 일들, 그리고 그 뒤의 반전도. 그런 이야기가 매력있더라.

시나리오랑 좀 다른 부분도 있다. 오히려 액션은 시나리오에서 더 디테일했다. 강도도 세고 규모도 컸다. 하지만 촬영을 하면서 타협을 한 거지. 저수차 쓰러지는 장면은 원래 물통 속에 들어가서 액션을 하려 했다. 그런데 그게 1월이다 보니 물고기들이 나오면 다 동태가 되고 물이 다 얼고 해서 축소시켰다.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게 정통 액션 영화는 아니니까. 중간 카체이스신이 지금도 아슬아슬하긴 하다.

-형사 역할을 처음 했다. 그것도 경찰대 나온 머리좋은 형사다.

▶제가 출연한 영화 중에 가장 머리가 좋다. 형사라서 무식하고 그런 게 아니다. 기존 나왔던 형사물을 보면 대개 무식하고 주먹이 먼저 나가고 그렇지 않나. 이렇게 머리가 좋은 형사는 아마 처음이실 거다. 계산도 많이 하고 연기까지 잘 하는.(웃음)

-최근작들을 보면 다양한 장르 영화를 두루 섭렵하는 느낌이다.

▶장르 그런 거 안 가린다. 연출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지만 배우 입장은 좀 다르다. 너무 자기 취향 작품만 하다보면 관객 입장에서는 금방 질려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맛있게 먹을까 하는 요리사의 입장이다. 엄마 마음도 있지만 맛있다고 한다고 그걸 만날 주면 안되지 않나. 무던한 사람들이 내색을 안 할 수도 있지만 남기고, 안 먹고, 나중엔 거부할 거다. 그걸 알고 보면 늦은 거다. 다 맛있기를 바란다. 여러가지 만드는 것 중에 맛 없는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는데 아쉽지는 않나.

▶저도 그 부분을 이해는 하지만 상당히 아쉽다. 15세가 보기에 좀 그렇다면 17세 정도로 하면 안 되려나(웃음). 이 정도면 시대 흐름에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인터넷이 훨씬 더 청소년관람불가 아닌가. 광고들이 얼마나 야한지.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도 보인다.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많이 생각을 했다. 외모 지상주의를 희화화시켜서 전달을 했지만 요즘처럼 가다가는 저렇게까지 되겠구나, 저런 일이 생길 수도 있겠구나 싶은 거지. 만약 진짜 그런 미남 살인범이 나왔다고 해 보자. 그런 일이 없으리라고 장담을 못하지 않겠나. 10명 연쇄살인범은 아니더라도 그런 잘못을 한 사람이 참회를 한다고 나오면 용기에 감탄하고 박수쳐주는 이들이 진짜 생길 수도 있다.

ⓒ임성균 기자 tjdrbs23@ ⓒ임성균 기자 tjdrbs23@


-피해자들이 사적인 복수에 나서는 영화들이 요새 갑자기 늘었다.

▶예전에도 그런 테마는 있었다.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테마다. 영화 속 사람들은 직접 복수에 나서지만 실제 사람들은 형사고 뭐고 그렇게 하지를 못한다. 대리만족을 느끼지 않겠나. 경찰이 잘 잡아서 법의 심판에 맡겨서 끝나면 그게 뭔가. '법이 다 해주니 참으세요' 그런 건 오히려 허망하지 않겠나.

-상업적인 성공에 대한 바람도 클 텐데.

▶상업적으로 잘 되려고 만들었으니까 당연히 그렇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지금 봐서는 대체로 좋아하는 것 같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상업적으로든 시각적으로든 굉장히 신선한 부분이 있다. 특히 액션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는 남자들이 있을 것 같다. 기존 영화에서의 아쉬운 액션을 끝까지 밀어부친 점에서 호응이 있지 않을까. 찐득찐득하고 리얼하고. 갈 데까지 가고, 그러면서도 너무 심각하지 않다.

-드라마는 안 하나? 소속사도 없이 일하고 있는데.

▶소속사가 없어도 제가 원하는 연기 활동을 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편하다. 저한테는 장점이 더 많다. 드라마는 예전에는 안 한 게 맞는데 요즘엔 안 들어온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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