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 속 갈등 요소, 미혼모인 안소영(엄지원 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종합편성채널 JTBC 개국 1주년 특별기획 '무자식 상팔자'(극본 김수현 연출 정을영)에는 대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만큼이나 다양한 캐릭터의 인물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만들어내는 갈등 또한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안 씨네 가장 높은 사람인 안호식(이순재 분)의 일장연설을 대놓고 불평하는 금실(서우림 분)의 모습과 지애(김해숙 분), 유정(임예진 분), 새롬(견미리 분) 등 위아래 동서들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 그리고 저 멀리서 티격태격하는 손자 준기(이도영 분)와 수미(손나은 분)의 사랑싸움까지. 그 면면도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주목할 부분은 부부간 갈등, 고부간 갈등의 모습을 무엇보다 더 자세히 그려내고 있는 안씨네 둘째 아들 희명네 집안이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무자식 상팔자'는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부간 갈등과 고부간 갈등이 어떻게 비춰지는지 시청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 방송화면
◆ 안희명(송승환 분) vs 지유정(임예진 분)..베이비 붐 세대 부부의 갈등 표출
'무자식 상팔자'에서 가장 큰 스토리 라인을 형성하는 부분은 미혼모가 된 판사 안소영이다. 첫 회부터 남편 없이 혼자 배가 볼록한 채 등장한 소영의 모습은 미혼모를 암시하고, 아기를 가진 후의 상황을 궁금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앞으로 등장할 주목할 만한 갈등도 있다. 안 씨네 집안의 세 아들인 희재, 희명, 희규 중 부부간 갈등이 심한 집안은 바로 둘째 희명 네다.
이들은 첫 회에서 일본 관광여행을 다녀온 이후 각각 자신의 형제들과 위아래 동서들에게 자신의 섭섭함을 털어놓으며 여행도중 불편한 일이 많았음을 시사했다.
이들의 부부싸움은 일반 가정에서 볼 법한 상황들로 채워졌다. 여행에서의 앙금이 풀리지 않은 채 기본적인 대화만 나누다 희명이 결국 손을 내밀었지만 여전히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이에 더 화가 난 희명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식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에 유정도 살짝 삐친 마음을 풀며 어느 정도는 화해의 손길을 피하지는 않는 눈치를 보였다. 이후 준기와 효주가 집에 찾아올 땐 언제 그랬냐는 듯 태연하게 대화하는 능수능란함을 선보였다.
이들의 애증관계에는 이들이 처한 환경에서도 유추해볼 수 있다. 희명은 오랜 기간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얼마 전 정년퇴직한 남편이고, 유정은 오랜 기간 전업 주부로 살아오며 깐깐함과 알뜰함을 함께 보유한 아내다.
은퇴 이후 고정 수입이 사라지다보니 아무래도 실질적으로 경제권은 유정에게로 넘어가게 되고, 유정의 알뜰한 성격이 점차 희명에게는 치사한 사람으로 비춰지기 마련. 결국 둘은 일본 여행 중 돈가스 사건으로 틀어지게 됐다.
희명이 그깟 돈가스 먹겠다고 900엔 못쓰게 하니 참으로 분하다고 하고, 이에 유정이 남자가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진짜 왜 그러냐고 더 화를 내는 모습은 어찌 보면 직장에서 은퇴하고, 사회에서도 은퇴 준비를 하고 있는 이른바 베이비 붐 세대들이 집안에서 겪는 고충의 하나일 것이다.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 방송화면
◆ 지유정 vs 강효주(김민경 분)..요즘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절대 지지 않는다
'시월드'라는 단어를 통해 이른바 꼬장꼬장한 시어머니란 무엇인지를 보여준 KBS 2TV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하지만 '시월드'라는 이 말도 요즘 시대에서는 어디에서나 통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당당하고 논리적이어서 더 얄미운 며느리의 공손한 말투는 시어머니를 열 받게 하는 가장 큰 요소다. 반대로 사사건건 간섭하고, 충고를 아끼지 않는 시어머니의 냉정하면서도 진심어린 말투도 며느리에게는 더없이 피곤한 존재이기도 하다.
안 씨 집안 둘째 아들 안희명의 아내 지유정과 그의 며느리 강효주는 이러한 고부 간 갈등을 아주 잘 그려내며 시청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준기의 아내 효주는 대기(정준 분)와 함께 맞벌이 부부다. 특히 효주는 약사라는 직업을 가지다 보니 아내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할 가능성을 언제나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의 시어머니 유정은 아들 대기가 아침밥을 제대로 못 먹거나 집안이 엉망이 되는 꼴을 절대 못 본다. 유정은 아예 효주에 전화를 걸어 직접 집으로 찾아가 비밀번호를 물어보고, 이에 효주는 망설인다.
그렇다고 효주가 유정의 입장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못된 며느리로 낙인찍히지는 않을까 내심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도 효주는 자신의 입장을 철저하게 밝힌다. 유정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말대꾸로 들릴 수밖에 없다.
유정도 나름 논리적인 근거를 내세우며 시어머니로서 주장하지만 효주는 "알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생각도 덧붙이며 은근히 유정의 속을 긁기도 한다. 며느리 입장에서 시어머니의 잔소리와 충고도 물론 좋게만 들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시어머니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이들이 고부 관계로 함께 지내면서 지속되는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