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슈퍼스타K 4' 결승전 현장 ⓒ사진=임성균 기자
'박빙'이었다. 심사위원들 조차도 가리지 못한 우열, 시청자들은 로이킴을 새로운 스타로 선택했다.
로이킴은 23일 오후 11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케이블 채널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4' 결승전에서 딕펑스를 제치고 최종 우승을 차지하며 4대 슈퍼스타K로 거듭났다.
이날 1만 여석 규모의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 사이에서 등장한 로이킴과 딕펑스를 향한 뜨거운 함성은 이들이 우승과 준우승의 여부를 떠나 이미 스타임을 알렸다. 그러나 K라는 이름을 받을 수 있는 스타가 두 팀일 수 없기에, 최후의 승부를 위해 이들은 갈고 닦은 무대로 차례차례 승부를 겨뤘다.
첫 번째 자율곡 미션에서 리쌍의 '누구를 위한 삶인가'를 부른 로이킴이 284점으로, 더 클래식의 '노는 게 남는거야'를 부른 딕펑스의 282점을 불과 2점 차이로 이겼다.
두 번째 자작곡 미션에선 반대. 그룹 활동 초기 멤버들이 함께 만든 '나비'를 부른 딕펑스는 289점을 받고, 연인과 이별한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만들었던 곡 '스쳐간다'를 부른 로이킴은 287점을 받아 2점차로 딕펑스가 이긴 것이다.
최소한 미션 승패에 있어서는 현장에서도 납득할 만한 결과였다. 자율곡 무대에서 힙합 음악을 자신의 색깔로 물들인 데다, 지금껏 보여주지 않은 카리스마와 힘 있는 무대 연출로 존재감을 과시한 로이킴은 유쾌 발랄했던 딕펑스 보다 강렬했다.
반면 자작곡 미션에서는 오랜 공연으로 연륜이 쌓인 딕펑스가 분위기를 장악했다. 팀 자체가 하나가 돼 하모니를 이룬 딕펑스는 완벽한 완급 조절로 곡에 서사를 부여했다. 로이킴의 '스쳐간다'도 멜로디가 아름다웠지만, 딕펑스의 '나비'가 등장한 순간의 임팩트에는 미치지 못했다.
Mnet '슈퍼스타K 4' 결승전 현장 ⓒ사진=임성균 기자
두 사람은 어느 한 쪽이 심사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하지 않았고 두 미션을 사이좋게 나눠 가지게 됐다. 양쪽 모두 고르게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각자의 강점에 있어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다.
로이킴은 '스펀지 같다'는 심사위원 윤미래의 표현처럼 이날 리쌍의 힙합곡 마저 자신의 곡으로 만들어 버리는 무서운 곡 소화력을 다시 어필했다. 윤건의 '힐링이 필요해'를 "원곡보다 낫다"는 평가까지 들었던 특유의 스타일이 빛을 발했다.
오랜 음악활동으로 경험의 음악성을 지닌 딕펑스는 자작곡으로 다시 한 번 놀라움을 안겼다. 서정적인 가사와 극적인 멜로디 전개, 절묘한 하모니가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무엇보다 이날 두 팀은 자신들의 강점만을 내세운 무대 대신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했고, 위험을 감수한 선택을 통해 오히려 감춰져 있던 면모까지 드러내는 효과까지 거뒀다. 자신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음악적 색깔을 분명히 드러냄과 동시에 어떤 색깔도 소화해 낼 수 있는 밑바탕을 드러냈다.
이날 우승을 차지한 행운의 주인공 로이킴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데뷔라는 것이 어떤 개념인지 잘 모르겠지만, '슈퍼스타K4'를 통해 저나 딕펑스 모두 이미 데뷔를 했다고 생각한다. 음악의 길이 열린 이상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딕펑스는 "결과를 떠나 '슈퍼스타K 4' 무대에 선 것이 크나큰 영광이고 우연이며 기적이다"라며 "앞으로 음악 활동을 더 활발하게 하고 싶다. 홍대 공연도 물론 계속 할 것이고 앨범도 내고 싶다. 왕성하게 활동하고 싶다"라고 더욱 커진 음악에의 열정을 드러냈다.
그들의 말대로 이날 결승전은 이미 승부의 장이 아니었다. 이들에게는 이미 음악을 향해 열린 길이었으며 데뷔 무대였고, 하나의 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