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프림팀 이센스 ⓒ스타뉴스
힙합그룹 슈프림팀 멤버 이센스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개그맨들이 힙합 뮤지션들을 흉내 내는 행위에 대해 불쾌함을 드러낸 것. 동료 뮤지션 비프리가 남긴 트위터글에 멘션을 달았을 뿐, 개인적인 공간에 글을 남겼을 뿐인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결국 힙합 뮤지션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개가수' 열풍의 단면이다.
논란이 일자 이센스는 구체적인 해명에 나섰다. 특정인을 겨냥한 발언은 아니라는 것. 그는 "난 이 문화를 사랑하는 입장이고 팬이다"라며 "풍자와 해학이 필요한 요소라는 것도 안다. 그런데 그러려면 이해가 바탕이 돼야 되는데 그냥 홍대에 술 취한 바지 크게 입은 사람들 몇 명만 보고 힙합 하는 게 싫었다"고 말했다.
또 "그건 내 개인적 의견이고 변함이 없다. 내가 뭔가를 싫어할 수도 좋아할 수도 있는 거 그게 다다"라고 했다. 말 그대로 이센스 개인적인 의견이다. 여기엔 힙합 장르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도 있지만,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는 연예인의 입장에선 다소 경솔할 수도 있는 멘트라는 점에서 논란은 번졌다.
그가 그 누구를 겨냥했는지, 어떤 예능 프로그램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인지는 본인 밖에 모른다. 힙합이 올해 가요계를 강타한 '개가수' 열풍의 중심이고,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로 쓰이는 있는 건 분명한 사실. 최근 KBS 2TV '개그콘서트' 코너 '용감한 녀석들'이나 tvN '코미디 빅리그' 속 코너들이 그렇다.
힙합이 개그맨들의 소재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힙합' 자체가 갖는 인기요소 및 특수성 때문이다. 어쩌면 패러디나 웃음을 주는 노래로 활용되는 행위 자체가 힙합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단순히 말해 대중이 보기엔 재미나고 독특해 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힙합의 매력은 라임을 맞춰가는 랩, 그 안에서 오는 재치 있는 노랫말과 세상 풍자와 해학의 메시지다. 또한 블링블링한 목걸이와 액세서리, 자신감 있게 자신을 뽐내는 제스처 등 여러 문화의 독특함도 한 몫 했다.
이센스 <사진제공=아메바컬쳐>
가요계에 여러 취향의 음악이 있듯이, '개가수' 음악도 마찬가지다. 의외로 상당한 실력을 갖춘 개그맨이 있는 반면, 학예회 수준의 개가수도 있다. 그래도 단순히 개그맨이 앨범을 냈다고, 게다가 노래가 아닌 랩을 했다고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가사에 대한 아이디어, 작사, 랩 메이킹 마저 직접 맡아 새 분야를 개척하는 이도 있기 때문이다. 때론 개그맨 특유의 재치에서 좋은 음악이 나오기도 한단 얘기다.
반대로 말하면, 래퍼들의 예능 진출도 타 영역에 발을 붙인 경우다. 개리, 길, 이하늘, 은지원 등 많은 이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존재감을 뽐냈고, 예능계의 킬러 콘텐츠로 떠올랐다. 예능과 음악으로 승부수를 던지자 솔직한 가사와 노래도 음원차트의 단골손님이 됐다.
이 처럼 힙합 뮤지션들이 예능에서 새 둥지를 틀 수 있었던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래퍼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해박한 어휘력과 언어능력에 엉뚱한 상상력이 더해져 프로그램의 맛을 살렸고, 폭넓은 피처링 작업으로 쌓은 인맥과 특유의 넉살도 진행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이다.
늘 새로운 캐릭터가 절실한 예능계가 래퍼들에 주목하는 이유였다. 무엇보다 친숙해진 모습에 대중은 음악에도 마음을 열게 된 것. 음악과 예능의 벽이 허물어진 순간, 발끈할 필요도 없다.
물론 진지한 자세로 힙합 본연의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에겐 힙합이 요즘 개그의 소재로 쓰이거나 '개가수'들의 음악으로 활용되는 것이 불쾌할 수도 있다. 몇 년에 걸쳐 웰메이드 앨범을 만드는 가수들과 1회성 디지털 싱글로 인기에 편승하기 위한 이들이 공존하는 가요계도 마찬가지다.
결국 '개가수' 열풍에 지지를 보내든, 이센스 같은 힙합 뮤지션의 편에 서든, 대중의 몫이다. 인형의 탈을 쓴 브라우니가 앨범을 발표하고 열광하고 있는 것도 결국 대중 아닌가. 대중음악, 특히 힙합과 같은 장르 음악에 대한 자존심과 문화, 결국 대중이 만든다. 지금도 누군가는 '개가수' 열풍, 인기에 편승해 '나도 노래 한 번 내볼까'란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개가수' 열풍, 재미에 의미를 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