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배우 지성, 김소연, 지진희, 이윤지, 송창의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풍수도 야망도 로맨스도 아직은 밋밋하다. '대풍수'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지난 28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대풍수'(극본 남선년 박상희·연출 이용석)가 지상(지성 분)이 영지(이승연 분)가 자신의 생모임을 알게 되는 과정이 그려졌다. 극 초반부터 지상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쳤던 출생의 비밀이 마침내 드러나게 됐지만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지는 못했다.
'대풍수'는 지금껏 사극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풍수·관상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지금껏 사극에 등장한 모습과는 180도 다른 이성계(지진희 분)를 비롯해 공민왕(류태준 분), 영지(이진 분), 이인임(조민기 분), 수련개(오현경 분) 등의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초반 자미원국에 대한 얘기를 하고 이를 찾는 과정에 이야기를 많이 소모하면서 시청자들의 흥미를 잡지 못했다. 성인들이 본격 등장하는 8회를 기점으로 지상과 정근(송창의 분)의 출생에 얽힌 비밀, 왕의 여자가 되려는 반야(이윤지 분)의 야망, 지상과 해인(김소연 분)의 로맨스 등 풍수 외적인 부분이 펼쳐지며 기대를 모았으나 이에 대해서도 시청자들의 호응이 아쉽다.
수목극 왕좌를 차지하고 있던 KBS 2TV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가 종영한 뒤에 틈을 노리는 것이 판도 변화를 엿볼 기회였으나, 같은 사극 장르인 '전우치'가 그 자리를 꿰차면서 시청자 확보가 더욱 어렵게 됐다.
이날 방송한 '전우치'는 12.6%(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을 기록하며 10.6%를 나타낸 MBC '보고싶다'와 수목극 왕좌를 두고 승부를 벌였다. '대풍수' 7.5%로 수목극 전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는 모양새다.
'전우치'는 실제 역사가 아닌 픽션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극 팬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보고 싶다'는 드라마와 멜로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200억원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대풍수'는 여러 얘기를 녹여내고 있지만 풍수와 관상이라는 부분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데다, 권력다툼이나 등장인물 간의 로맨스, 출생의 비밀 등 가운데 어느 하나도 중심이 되지 못하면서 다소 산만한 느낌이다.
특히 제목 그대로 풍수라는 소재가 일상생활에 녹아드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운명을 논하는 '대(大)풍수'를 주로 다루다 보니 이해가 어려운 것도 아쉬운 부분. 중요한 소재인 풍수를 좀 더 쉽게 풀어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시청자들은 "정통사극처럼 가면서 제목처럼 풍수를 진지하게 다루던지 아니면 아예 '해품달'처럼 가던지 이도저도 아니다", "처음부터 봤는데 뭔가 '빵' 터져야 하는데 그런 게 없어서 조금 재미가 없다", "풍수라는 시대적 절실함을 모르면 이해하기 어렵다", "개성 있는 배역들이 많은데 14회를 거듭하면서도 아직까지 그들을 한 줄에 엮지 못했다" 등을 아쉬움으로 지적했다.
'대풍수' 관계자는 "앞으로 극전개도 빨라지고, 다양한 인물들이 서로 얽히게 되면서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다. 또 이를 바탕으로 벌어지는 상황들이 관심을 집중시킬 것"이라며 관심을 당부했다.
결국 수목극 판도가 이대로 굳혀질까. 아니면 '대풍수'가 반전의 기회를 잡을까. 최고의 명당을 찾아가는 '대풍수'가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흥미가 교집합을 이루는 명당 또한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